땅집고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부자동네 반포의 숨겨진 옛이름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3.01.01 08:28
[땅집고]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조경시설 내 '서릿개' 관련 문구.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르는 동네라고 해서 ‘서릿개’로 불린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부촌 중 하나인 서울 강남의 반포 일대다. 과거에는 서쪽 물가 마을이라고 해서 ‘서애(西涯, 서쪽물가)’나 서릿개마을로도 불렸다고 전해진다.

‘서릿개’라는 지명이 반포동에 공식적으로 남아있을 뻔한 적도 있다.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반포의 우리말이라는 점에서 9호선 ‘구반포역’을 원래 ‘서릿개역’으로 정했다. 그러나 당시 주민들은 ‘서릿개역’이라는 말이 욕설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고, 남의 과일을 훔치는 ‘서리’를 떠올리게 한다며 이 이름을 반대했고, 역 명칭은 구반포역으로 확정됐다.

결국 ‘서릿개’라는 말은 오늘날 찾아보기 힘들게 됐지만, 인근 지명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반포 한강공원 앞 ‘서래섬’을 비롯해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과 서울고등검찰청 사이에 위치한 ‘서리풀공원’ ‘서래마을’ 등이다.

오늘날 반포 한강공원일대는 1972년 한강에 제방을 쌓기 전까지 모래펄이었으며, 서릿개로 불렸다. 1982~1986년 진행된 올림픽대로 건설 및 한강 종합개발 당시 만들어진 인공섬의 이름이 ‘서래섬’으로 남은 이유다.

‘서래마을’ 역시 ‘서릿개’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서래마을은 서초구 반포 4동, 방배본동, 방배4동 일대에 고급 빌라와 대형 주택으로 이뤄진 동네를 일컫는다.

서릿개 일대는 개천이 있는 만큼, 과거에는 상습침수지역이었다고 전해진다. 반포(盤浦)의 앞 글자인 ‘소반 반(盤)’자는 물받이 대야라는 뜻으로, 반포천이 넘치면서 마치 대야에 물을 받은 것마냥 이 일대에 물이 가득찼다는 의미다. 올해 여름 서울에 폭우가 내렸을 때도 강남 신세계백화점과 반포자이 아파트 등 일부 건물의 지하층에는 물이 차올랐다. 당시 고급 아파트 주차장에서 수입차들이 물에 잠긴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땅집고]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디엘이앤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포 일대 부동산은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이곳은 서울에서 한강 프리미엄과 공세권(공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반포 일대 아파트는 집에서 한강이 조망된다는 이유로 수억이 오르는 일명 ‘한강 프리미엄’을 누릴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굽이 쳐 흐르던 반포천 일대는 산책로로 재탄생해 주민들 쉼터로 자리잡았다. 봄이 되면 반포천을 따라 조성된 벚꽃길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사통팔달 교통망이 형성된 점도 이 지역 집값이 높은 요인 중 하나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를 통해 강북으로 진입이 쉬우며, 서울 외곽으로 가는 강변북로, 올림픽대로도 모두 가까이 있다. 경부선ㆍ호남선 고속버스터미널이 인근에 있는 만큼 고속도로 진출입도 용이하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강남성모병원 등 편의시설도 두루 갖췄다. 반포에는 서울고속터미널 지하상가를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뉴코아백화점 강남점 등이 도보권에 있다. 서리풀공원, 몽마르뜨공원을 넘어가면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서울 법조타운이 형성돼 있다. 직주근접 수요까지 뒷받침되는 것이다.

[땅집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한신15차 재건축)' 조감도. /삼성물산


이에 힘입어 2021년 1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는 일반 분양가로 3.3㎡당 5668만6000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6년 입주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는 2020년 10월 전용면적 84㎡가 34억원에 팔리면서 최초로 강남 아파트 평당(3.3㎡) 1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서릿개 주민들이 살던 반포15차 한신아파트도 ‘래미안 원펜타스(2024년 입주 예정)’으로 재건축되고 있다. 도시 발달로 인해 흔적이 옅어졌지만, 서릿개가 남긴 것들의 가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반포는 서울 주거 상급지 중에서도 상급지로 꼽힌다.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서울의 제1상급지가 반포동인가요?’라는 글에는 “현재로선 그렇다” “압구정이 더 좋지만 신축이 없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반포동 일대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 일대는 무주택자나 서민들이 한번에 진입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전문직이나 집안 자체가 잘사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고 전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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