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등록된 올해 아파트 리뷰에서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키워드는 ‘벽간소음’으로 나타났다. 안전진단과 분양가, 물난리, 발망치 등의 키워드도 상위를 차지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을 맞으면서 높은 집값만큼 주거 품질, 정주 여건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옆집이랑 구구단 외워요”…종류도 다양해진 생활소음 갈등
직방에 따르면, 올해 직방과 호갱노노에 등록된 아파트 리뷰에서 벽간소음이 언급된 비율은 예년(2018~2021년)보다 3.76배 늘어났다. 벽간소음은 층간소음과 달리 공동주택 같은 층에 위치한 옆 세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의미한다. 벽간소음과 같이 언급되는 키워드 1위는 층간소음으로, 아파트 정주여건을 평가하며 층간소음을 지적할 때 벽간소음에 대해서도 같이 언급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층간소음 등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 이사할 때 층간소음이 심한 아파트, 덜한 아파트를 꼼꼼히 따져보는 방법 밖에 없다. 층간소음, 벽간소음 등은 해당 집에 반드시 거주해봐야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 리뷰에서는 집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키워드가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양한 생활소음 피해 사례가 늘어가는 가운데 지난 8월 정부는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국토부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며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제도 개선안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신축 주택 바닥구조 충격음 차단 성능 기준 강화 ▲신축 주택의 입주민에게 층간소음 사후확인 결과를 개별 통지하고 이를 토대로 매년 우수 시공사를 공개해 경쟁 유도 ▲‘매트 비용 대출’ 도입해 저소득층과 유자녀 가구 대상 중 전용면적 25평 이하 가구에게 최대 300만원 저리 융자 지원 등이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수치를 따져보면 건설사를 규제하는 층간소음 시공 기준이 생활소음을 막아줄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 변화 후에도 여전히 입주자들이 개별적인 소송으로 층간소음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할 때 소음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건축할 때부터 예방할 수 있는 설계·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 때아닌 ‘물난리’…한국 아파트, 기후 변화에 잘 버틸 수 있을까
벽간소음 다음으로 안전진단(2.82배), 분양가(2.82배), 물난리(2.78배), 발망치(2.59배) 등의 키워드가 뒤를 이었다. 대부분이 주거 품질에 관한 것이란 공통점이 있다. 기후 변화로 전에 없던 폭우, 폭설이 쏟아지고 에어컨이 소용없을 정도의 더위,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침수 방지와 배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중 ‘물난리’라는 키워드가 급증한 주요 사건은 지난 여름철 기록적인 폭우에서 비롯된다. 서울 강남 고가 아파트 마저 침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저지대인 서초, 강남, 동작구 등에서는 한강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바다로 변하고 엘리베이터까지 빗물이 차올랐다.
겨울철로 접어든 최근엔 한파로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때아닌 물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배수관이 얼어붙어 세탁기에서 나온 세제 섞인 물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1~3층의 저층 베란다로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경기도의 한 지역 커뮤니티에는 최근들어 “언제까지 빨래를 돌리면 안 되는냐”고 묻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도의 한 커뮤니티에는 “1층에 사는데 위층에서 빨래한 사람 얼굴 한 번 보고싶다, 한파 때 빨래 돌리면 아래층은 물난리가 난다”고 했다. 또다른 주민은 “며칠째 아파트 경비실에서 ‘세탁기를 돌리지 말라’고 하는데, 수건이며 아이 옷이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문의가 쏟아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22년 아파트 시장의 주요 키워드들은 양호한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있는데, 1위를 차지한 벽간소음은 층간소음에 이어 언급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동주택의 방음 이슈가 윗집과 아랫집 만이 아닌 동일 층의 옆집 간 문제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폭우 사태에서의 교훈을 바탕으로 침수 및 누수 문제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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