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규제의 대못들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다. 내년에도 시장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묶고 조이기에 급급했던 문재인표 규제들이 족쇄에서 풀릴 예정이다. 땅집고가 2023년 새해 달라지는 주요 부동산 제도를 분야별로 살펴본다. 두번째로 청약과 대출제도 개편 및 임대차 시장 제도 변화를 소개한다.
■ ‘청년 비혼특공·추첨제 비율 상향’…청약 기회 확대
올해 정부는 공공분양 50만가구 공급 대책을 구체화하며 청년과 신혼부부, 비혼 청년의 청약 당첨 기회를 대폭 넓혔다.
그간 공공분양 청약을 할 때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기혼자 중심으로 짜여진 특별공급 기회가 2023년부터는 비혼 청년에게도 주어진다. 공공분양 3가지 모델 가운데 ‘나눔형(시세 70% 이하 분양가+시세차익 70% 보장)’과 ‘선택형(임대 후 분양)’에 비혼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이 새롭게 신설된다.
대상자는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19~39세 미혼자 중 1인 가구 월평균소득 140% 이하, 순자산 2억6000만원 이하인 청년층이 해당된다. 단, 부모의 순자산이 상위 10%(약 9억7000만원)에 해당되는 경우 청약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가점제로만 운영됐던 중소형 면적(전용 85㎡ 이하)에도 추첨제가 신설된다. 그간 투기과열지구 내 중소형 면적은 100% 가점제로 공급돼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청년층의 당첨 기회가 적었다. 이에 규제지역 내 전용 60㎡ 이하 주택은 ‘가점40%+추첨60%’를 적용하고, 60㎡ 초과~85㎡ 이하 주택은 ‘가점70%+추첨30%’로 추첨제 비율이 늘어난다.
대신 85㎡를 초과하는 대형 면적은 가점 쌓기가 유리한 중장년층을 위해 가점 비율을 높였다. ‘가점50%+추첨50%’였던 투기과열지구 내 대형 면적은 ‘가점80%+추첨20%’로 가점제 비율을 높였으며, 조정대상지역 내 대형 면적은 ‘가점30%+추첨70%’에서 ‘가점50%+추첨50%’로 각각 조정됐다. 반면 비규제지역에서는 현행 규정이 유지된다. 전용 85㎡ 이하는 ‘가점40%+추첨60%’, 85㎡ 초과는 추첨100%를 적용한다.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도 달라진다.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하고 무주택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 자격이 완화됐다. 또한 미계약분 발생 시 반복해서 청약을 진행해야 했던 현장의 불편함을 감안해 본청약 60일 후 파기됐던 예비당첨자 명단을 180일로 연장하고, 예비당첨자 수도 세대수의 500%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정비사업 규제도 완화된다. 내년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진다. 안전진단 평가 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구조안전성 항목에 대한 가중치를 50%에서 30%로 줄이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비중을 30%로 높였다. 평가항목별 합산 점수에 따라 ‘재건축(30점 이하)’, ‘조건부재건축(30~55점 이하)’, ‘유지보수(55점 초과)’를 구분하고 있으나, ‘조건부재건축’의 범위를 45~55점으로 조정해 45점 이하일 경우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조건부재건축’ 단지에 의무적으로 시행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는 지자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행한다.
■ 9억 이하 주택 구입시 ‘4% 금리·5억 대출’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여유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도 다소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기존 보금자리론보다 주택가격 및 소득 요건 등을 완화한 정책 모기지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다. 이는 안심전환대출(주택가격 6억원 이내·대출한도 3억6000만원)과 적격대출(주택가격 9억원 이내·대출한도 5억원)을 기존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상품이다. 9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연 4%대 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청년층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낮은 전세대출금리가 적용되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특례보증의 한도액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된다. 대상은 만34세·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청년이다. 소득이 적은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22년 12월 1일부터 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됨에 따라,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목적의 주담대 또한 허용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돼 왔던 별도의 대출한도(2억원)를 없애고, 기존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내에서 대출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HF를 통해 운영하는 임차보증금 반환 대출 보증한도도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된다.
■ 전셋집 경매 넘어가도 세금보다 ‘보증금’ 우선 변제
정부는 2021년 6월 1일 이른바 ‘전월세 신고제’라고도 불리는 주택임대차 신고제 시행 이후 1년간 계도 기간을 운영해 왔으나, 시민들의 적응기간을 감안해 2023년 5월 31일까지 계도기간을 1년 더 연장했다.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2023년 6월 1일부터는 신고 기한 내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신고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 내년부터는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가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세금 체납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임대차계약의 확정일자 이전에 발생한 조세채권이 임대차보증금채권보다 우선 순위가 돼 발생하는 임차인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임대인의 사전 동의를 얻는 경우에만 부동산 소재지 관할 세무서장이나 지차제장에게 열람 신청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임차개시일 전까지 세입자가 계약서를 지참해 세무서장 등에게 열람 신청을 하면 임대인의 세금 체납내역을 볼 수 있다. 국세의 경우 부동산 소재지 관할 세무서뿐 아니라 전국 세무서에서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개선된다. 다만, 임대인 개인 정보의 과도한 침해를 우려해 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세입자에 한해 적용할 방침이다.
또 이른바 ‘빌라왕’ 사태처럼 임차 중인 집이 경·공매로 넘어가면 세금이 먼저 변제되고 남는 금액을 배분해 전세금을 돌려줬으나, 앞으로는 ‘국세 우선변제 원칙’에 예외를 적용해 세입자의 확정일자 이후 법정기일이 도래하는 세금이 있다 해도 세입자의 보증금을 먼저 변제토록 한다. 단, 이러한 예외 조항은 임차 보증금과 당해세 관계에서만 적용되며 저당권 등 그 외 다른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임병철 부동산R114 연구원은 “후속 입법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주택법 개정안 및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선안 등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라며 “2023년에는 쟁점 법안 통과 여부가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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