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 아파트 대체 투자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던 수익형 부동산이 부동산 침체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강남 등 주요 재건축 단지보다 비싸게 분양됐던 수익형 부동산에서 계약해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등 악재가 겹치더니 청약 경쟁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으로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도생), 생활숙박시설(생숙), 지식산업센터 등이 있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익형부동산 가운데 특히 오피스텔 거래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1월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699건으로 작년 11월 거래량(1449건)의 반토막이 났다. 2019년 6월 이후 줄곧 매월 1000가구 이상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장 낮은 거래량이다.
미분양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11월 30일 기준 서울 주택 미분양은 14개 단지 865가구로, 9월(719가구)보다 20.3% 늘었다. 8월(610가구)보다는 41.8% 증가한 수치다. 14개 단지 중 3곳은 도생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총 337가구에 달한다. 전체 중 39%를 차지한다. 서울 미분양 주택 10채 중 4채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라는 의미다.
특히 서울에서는 수익형 부동산 청약 0건이 나온 곳도 있다. 용산구 원효로2가 오피스텔 ‘용산 씨모어’가 그 주인공이다. 이 단지는 올 9월 분양을 진행했으나, 41가구 전체가 분양에 실패했다. 마포구 백범로 일원에 하이엔드 오피스텔이자 도생으로 공급한 ‘빌리브 디 에이블’은 총 256가구 중 245가구가 대거 미분양됐다.
상황이 나빠지면서 마피 1억원을 넘어선 곳도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텐삼성’ 전용 42㎡는 최초 분양권에서 1억3000만원이 떨어진 14억3000만원으로 호가가 내려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라포르테블랑 서현’ 전용 84㎡ 분양권은 1억6000만원 마피가 붙은 14억2130만원에 나와있다. 지난해 876가구 모집에 무려 57만595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657대 1을 기록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생숙 ‘롯데캐슬 르웨스트’도 마피를 피하지 못했다. 전용 74㎡ 분양권이 5000만원 마피로 시장에 나온 것.
계약해지 러시까지 이어진다. 작년 9억원에 분양해 청약 경쟁률이 100대1을 훌쩍 넘은 15평짜리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AK푸르지오’에서는 계약 해지가 잇따르고 있다.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연기했다는 이유로 수분양자 70여명이 무더기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서다. 이에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수분양자에게 계약해지 안내를 진행했고, 수 건의 계약해지로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도생 ‘더샵반포리버파크’는 낮은 입주율과 높은 계약해지 요구로 입길에 올랐던 단지다. 올 10월 입주지정기간이 만료됐으나, 11월 기준으로 입주율은 20%대에 그쳤고 40% 이상은 계약 해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지는 총 140가구로 구성됐으며, 평균 분양가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17~18억원 수준이라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수익형 부동산의 청약 경쟁률도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수도권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은 평균 1.19대1 수준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상품이라 가수요가 붙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청약 성적은 미달인 셈이다. 청약홈 기준으로 올 하반기 수도권 분양한 오피스텔 총 35곳 중 17곳이 미달했다. 작년 하반기만해도 수도권 단지 80~90%는 청약 성과가 괜찮았던 것과 비교된다.
11월 분양한 수도권 오피스텔을 보면 서울 마포구 마포동의 ‘마포뉴매드’가 19가구 모집에 14건이 접수돼 청약 평균 경쟁률은 0.74대 1,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북수원시티프라디움더블리스’가 480가구 모집에 244건이 접수되며 평균 경쟁률 0.51대 1을 기록했다. 그나마 서울 중구 마장로 ‘소미골드라인’은 28가구 모집에 38건이 몰리며 1.36대 1로 턱걸이 했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분양형 수익형부동산의 경우 가격과 공급 모두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값 폭등기를 거치면서 넘치는 ‘내 집 마련’ 수요를 달래기 위해 공급 과잉되고 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분석이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 이사는 “금리가 아니더라도 공급이 많고 분양가가 비싼 분양형 상품들은 계속 활황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공급과 가격이 조정되는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수분양자가 분양할인이나 계약해지를 요구할 경우, 공사비 지급이나 추가 펀딩을 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중간이윤을 떼서 돌려주는 과정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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