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우리 집 앞에 있던 유치원이 어느새 ‘노(老)치원’으로 바뀌었네요;; 정말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긴 한가봅니다ㅠㅠ”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아이보다 노인이 많은 ‘역 피라미드형’으로 바뀌고 있다. 평균 수명 증가로 고령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OECD 38개국 중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이 ‘0점’대일 정도로 심각한 저출생률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출산은 줄고 노인 인구가 늘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경영난으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시설인 이른바 ‘노치원’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고 있는 추세다. 수요에 맞춰 전국 곳곳에선 기존 유치원 건물을 노치원으로 변경하는 현장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치원을 노치원으로 바꾸는 작업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 건축물 모두 건축법 분류상 6군인 ‘교육 및 복지시설군’ 중 ‘노유자시설’에 속하기 때문에, 복잡한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단순 신고만으로 빠르게 업종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은 크게 9개의 시설군과 29가지의 용도로 구분된다. 기존 건물의 시설이나 용도를 변경할 때는 구청 등 관할기관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위군에서 하위군으로 변경하는 경우 신고해야 하며, 반대로 하위군에서 상위군으로 변경하려면 허가를 받아야한다. 따라서 시설군과 용도가 모두 같은 유치원과 노치원은 제대로 신고만 하면 업종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건물 리모델링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건물 사용자가 어린아이에서 고령자로 바뀌는 만큼, 건물 내외부 곳곳에 노인 친화적인 설계 디테일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이 때 ‘노인은 곧 장애인이나 환자와 다름없다’, ‘노인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편견은 금물이다. 노인들의 거동을 돕는 기구나 장비들은 물론 필요하지만, 모든 생활에 관여하는 식의 과도한 설계나 건물 구성은 되레 노인들의 신체 기능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노치원 설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건물 내 계단을 전부 경사로로 바꾸는 것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다니기에는 경사로가 더 편하긴 하지만, 건강을 고려하면 평지를 걷는 평면 운동 뿐 아니라 계단을 오르는 수직 운동도 꼭 필요해서다. 안전 손잡이 역시 모든 공간에 설치할 필요 없이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야 하는 공간인 안방과 화장실, 안전이 필요한 계단 정도에만 둬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노치원 내 ‘커뮤니티 시설’도 주목을 끈다. 건물 고층에는 노인들이 각자 방을 쓰면서 사생활을 지킬 수 있는 1인실을 두고, 저층부에는 다른 노인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성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공용 시설을 만드는 식이다.
시니어 돌봄 플랫폼 ‘케어닥’의 박재병 대표는 “기존 노치원이 요양보호사 등 서비스 공급자가 많은 노인을 쉽게 돌볼 수 있는 다인실 위주 구성이었다면, 최근에는 실제 사용자인 노인의 만족도를 고려한 1인실 위주 구성이 늘고 있다”며 “노인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성인이며, 내가 싫어하는 공간은 노인도 똑같이 싫어한다는 개념을 잊지 않고 노치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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