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역대 최악' 이런 적이 없었다…통계로 보는 2022 부동산시장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2.21 08:47

[땅집고]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올해 부동산 시장은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4년여 동안은 집값이 연달아 올랐는데, 올해 들어서는 시장 상황이 정반대로 돌아서면서 정부 정책도 먹히지 않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올해 집값이 약상승에서 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던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측도 전부 빗나갔을 정도로 ‘혼돈의 시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 집 마련하느라 무리하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했던 국민 개개인은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에 허덕이고, 호황기에 부동산 사업을 벌이던 건설사는 자금난에 시달리다 끝내 부도나는 경우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땅집고가 각종 통계를 활용해 올해 주택 시장을 돌아본다.

■전국 집값 5.85% 하락…GTX 수혜지역, 세종·대구 ‘심각’

[땅집고] 지난해 전국 집값이 평균 12% 넘게 올랐던 반면, 올해는 6% 가까이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 셋째 주까지 전국 주택 가격이 5.85%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무려 12.81% 상승했던 것과 비교해 온탕에서 냉탕으로 온도 차가 크다.

전반적으로 수도권 집값 하락률이 7.47%로 지방(-4.29%)보다 높았다.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호재로 과거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올랐던 만큼, 하락폭도 그만큼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경기 의왕시 -12.58% ▲인천 연수구 -12.42% ▲경기 화성시 -11.64% ▲경기 시흥시 -11.31% 등이다.

[땅집고] 수도권에서는 GTX 호재 영향권 지역 위주, 지방에서는 세종과 대구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


다만 전국 하락률 1위 지역은 -13.65%를 기록한 세종시다. 국회의사당 이전 등 개발 호재가 부동산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투자수요가 세종에 몰려들어 급등장이 형성됐으나, 올해에는 거센 조정기를 맞고 있다. 2020년11월 11억2000만원을 찍었던 다정동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 34평(전용 84㎡) 아파트가 올해 12월 6억4000만원으로, 집값이 절반 정도 빠졌다.

대구 달서구 집값 하락률 역시 -13.03%로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그동안 대구시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여 부동산 투자 심리가 꺾였던 반면, 새아파트 공급량은 많아 가격 하방 압력을 거세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터지자 대구에서 주택 건설을 맡았던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연쇄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대구 동구 ‘화성파크드림’ 현장에선 골조공사를 맡았던 ‘보현건설’ 대표가 근로자 40여명의 임금을 수 개월째 체불한 채 잠적했다.

■역대급 거래 절벽…아파트 거래총액 70조, 작년 3분의 1토막

[땅집고] 올해 주택 매매거래량이 2만6000여건으로, 2006년 이후 가장 적었다. /조선DB


올해 주택 시장은 ‘역대급 거래 절벽’으로 곤욕을 치렀고,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아파트 거래량은 총 26만2000여건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50만건을 밑도는 수치다. 이에 아파트 거래 총액도 7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198조3000억원) 대비 거의 3분의 1토막났다

집주인들은 집값 급등기에 나왔던 최고 실거래가를 정상가격으로 인식하는 반면, 매수자들은 꼭지를 찍었던 집값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매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금리에 비싼 대출이자를 감당하면서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자가 없었던 영향도 크다. 거래절벽이 심화한 가운데 간간히 실거래 등록되는 급매물 때문에 단지마다 폭락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불황에도 거래는 있기 마련이다. 서울 구로구 ‘궁동에스하임’에서는 총 114건의 거래가 성사되면서, 유일하게 거래량 100건을 넘겼다. 올해 입주한 88가구의 신축 아파트인데,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임대 사업을 위해 민간사업자에게 이 단지를 통째로 사들이면서 거래량이 증가한 것이다. 2위는 64건 거래된 영등포구 대림동 ‘쌍용플래티넘S’, 3위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59건)였다.

■청약시장 한파, 8년만에 한자릿수 경쟁률…미분양, 작년 대비 3배 이상 급증

올해 전국 청약 평균경쟁률은 8.5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시장이 과열됐던 2020년에는 26.8대 1, 지난해에는 19.1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다. 2014년 6.7대 1을 기록한 이후 8년만에 한 자릿수 경쟁률이기도 하다.

청약 경쟁률이 낮아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새아파트 분양가를 끌어올렸고, 이에 청약 당첨으로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줄자 청약자 수가 감소했다는게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금리 인상으로 청약자들이 분양대금을 납부할 여력이 줄어들었다는게 두번째 이유다. 이에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관심을 끌면서 10만 청약설 돌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도 2만여명이 청약하는 데 그치면서 평균경쟁률이 4.7대 1에 불과했다.

[땅집고] 주택 청약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미계약 아파트가 늘고 있는 추세다. /연합뉴스


청약 시장에 한파가 불자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10월 기준 4만7217가구로, 1년 전 1만 4075가구에 비해 3배 이상 뛰었다. 과거 집값 상승장에선 미분양 물량이 점점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시장이 냉각되자 미분양이 다시 서서히 쌓이고 있는 것이다. 새아파트가 귀한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866가구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계약자를 찾기 위해 무순위 청약을 반복하는 단지들도 적지 않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서울에서 무순위 청약을 받은 아파트 및 청약 회차는 ▲신림스카이아파트 14차례 ▲한화 포레나 미아 5차 ▲창동 다우아트리체 주상복합 아파트 5차 ▲신독산 솔리힐 뉴포레 5차 ▲남구로역 동일 센터시아 3차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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