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곳간 바닥난다" 위기의 건설사들…'못 받은 공사비' 쌓인 곳은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2.20 08:00 수정 2022.12.20 10:48

자료 사진/조선DB


[땅집고]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으로 자금난을 겪다 계열사를 통해 현금을 급하게 수혈해 연명하는 대기업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사들의 도산도 가시화되고 있다.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 건설사들도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구조상 부담으로 작용하는 ‘미청구공사액’과 ‘공사미수금’이 각각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미청구공사액은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을 말하며, 공사미수금은 공사대금을 청구했는데도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을 뜻한다.

땅집고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시공능력평가 기준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과 공사미수금 추이를 정리해봤다.(올해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며, 1000만원 단위에서 반올림해서 집계했다-편집자주)

■현대건설, 미청구공사액 2.5조…둔촌주공 현장에서 3285억원 발생

2022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 10대 대형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은 총 12조 5742억원이다. 지난해 말 10조227억원과 비교하면 25% 증가한 수치다.

건설사가 시행사·조합 등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돈은 장부상 미청구공사액으로 처리한다. 공사 진행률을 토대로 추산한 비용을 유동자산으로 분류하고, 이를 미리 매출에 반영해두게 된다. 수주 성적이 좋을수록 이 금액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이긴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나 공기지연 등이 발생하면 건설사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 미청구공사액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불어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땅집고] 2022년 3분기 기준 국내 10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 /이지은 기자


현재 미청구공사액이 가장 많은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총 2조4585억원이다. 이 중 건축·주택 분야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주택 현장 가운데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둔촌주공’ 현장에서만 미청구공사액 3285억원이 발생했다. 당초 올해 상반기 중 일반분양할 계획이었던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현대건설 등 시공사업단과 공사비 증액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공사 중단을 겪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청구공사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SK에코플랜트였다. 지난해 말 5485억에서 올해 3분기 1조110억으로 무려 84% 증가했다.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한 굵직한 현장들 중에선 2017년 UAE 국영석유회사로부터 수주했던 M프로젝트(알 만도스 원유비축기지)에서 1690억원이 잡혀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공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당초 올해 7월이었던 준공시점이 내년 10월로 연기되는 바람에 미청구공사액이 불어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공정률은 79.68%다.

■공사미수금 1위는 삼성물산…증가율 1위는 SK에코플랜트

[땅집고] 2022년 3분기 기준 국내 10대 건설사의 공사미수금. /이지은 기자


10대 건설사가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청구했으나 아직 회수하지 못한 ‘공사미수금’은 총 9조201억원이다. 지난해 말(8조5692억원) 대비 5% 증가했다. 공사미수금이 늘면 건설사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사미수금 총액이 가장 많은 건설사는 2조240억원을 기록한 삼성물산이다. 빌딩 부문에서 1조7564억원이 발생해 공사미수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업 현장별로는 지난해 12월 UAE에서 국제 경쟁입찰로 수주한 해저 송전망 사업(HVDC 프로젝트)의 공사미수금이 646억원으로 많았다. HVDC 프로젝트는 2025년 11월 완공 예정으로, 공사 진행률은 10.8%다.

[땅집고] 대우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공급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전경. /호갱노노


지난해 말 대비 공사미수금 증가율이 20%를 넘긴 곳은 총 4곳으로 집계됐다. ▲SK에코플랜트 38% ▲현대엔지니어링 31% ▲현대건설 29% ▲대우건설 24% 등의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SK에코플랜트측은 미청구공사액이나 공사미수금 증가율이 전년도 대비 크게 증가한 것과 관련해 건설회계 특성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미청구공사액 가운데 UAE ‘M프로젝트’의 경우 지난 분기에도 잡혔던 것이고, 공사미수금 역시 아직 회수기간이 안되어서 회계에 잡혀있는 것”이라며 “건설회계 특성상 공사미수금이 잡혀있는 것이지 회수만 제대로 된다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꼬마빌딩, 토지 매물은 ‘땅집고 옥션’으로 ☞이번달 땅집고 옥션 매물 확인

▶ 우리집 재산세·종부세·양도세 땅집고 앱에서 단번에 확인하기. ☞클릭!

▶ 국내 최고의 실전 건축 노하우, 빌딩 투자 강좌를 한번에 ☞땅집고



화제의 뉴스

공공 매입임대 약정 건수 12만5천건 돌파…심의 통과는 3만5천건
"영종도에 K엔터시티 만든다" 한상드림아일랜드, 빌보드코리아와 제휴
[단독] 도로 없는 유령아파트 '힐스테이트 용인' 준공 4년만에 드디어 공급
3기 신도시 최초 본청약 30일 시작, 인천계양 1106가구 나온다
정부 기관은 "최대치 상승" 공인중개사들은 "4.5% 하락" 엇갈린 분석, 왜?

오늘의 땅집GO

[단독] 공급부족론 폈던 국토연구원, 집값 뛰자 주택 보고서 비공개
'박현철 리더십' 롯데건설 매출 30% 성장…PF 위기 극복 '청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