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동산 경기 악화와 금리 상승, 레고랜드발 금융 위기에 따른 자금 경색 등 잇단 악재로 건설업계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건설사의 신용등급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산업 차원의 유동성 위험이 커지면서 대기업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차입금 규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 대기업도 신용등급 ‘뚝뚝’…그룹에 손 벌리는 건설사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재무불확실성 증가를 이유로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신용등급 BBB인 동부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 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신평은 동부건설의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한 이유로 “2019년부터 자체 개발사업 및 대형 사업장 착공에 따른 자금 변동으로 연결기준 차입규모가 증가세로 전환했고, 지난해 HJ중공업 지분 인수, 공공택지 매입 등으로 재무부담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부건설의 올해 3분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80억원으로, 전년 동기(410억) 대비 반 이상 줄었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만기인 회사채는 750억원 수준이다. 동부건설은 2024년까지 공공택지 매입을 위한 추가 지출도 예정돼 있다.
전국에서 속출하는 미분양 사태도 건설사들이 당면한 위기의 전조로 보인다. 미분양으로 인해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 기업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고,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의 판매상품인 '집'이 안 팔리면서 자금 순환이 안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동부건설의 등급 하향 조정이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신평에 따르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금의 약 70%는 한신평 신용등급 'A' 건설사다. 동부건설보다 재무 건전성이 좋으나, 우발채무(현재는 채무가 아니지만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채무로 잡힘)가 더 많은 것이다.
HDC 현대산업개발도 올해 초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현산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결정했으나, 본격적인 현장 철거도 하기 전에 업계가 침체되면서 사고 후유증을 더욱 오래 앓게 됐다. 사고 이후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수주 현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상황은 신용등급에 반영되고 있다.
HDC현산의 신용등급은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GS건설과 함께 지난해 말 'A+(안정적)'이었으나, 올해 말에는 'A(부정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채 비율이 400%가 넘는 태영건설 신용등급 'A(안정적)'보다 낮다.
롯데건설은 자금난에 빠질 뻔했으나, 계열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총 1조2000억원(유상증자 2000억원 포함)을 조달한 덕분에 지난해에 이어 'A+(안정적)'을 받았다. 롯데건설에 돈을 빌려준 롯데물산의 신용도는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AA-인 롯데물산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 미분양 속출에 빚더미에 앉은 중견 건설사
중견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욱 위태롭다. 중견 건설사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정비사업이나 PF신용보강을 활용한 도급사업 수주가 제한적이다. 같은 이유로 분양 시장에서는 1군 건설사에 밀리기도 한다.
한신공영은 양호한 수준의 시공능력평가 순위(2022년 25위)에 올라있지만, 수년간 자체개발사업이 부진하면서 재무 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한신공영이 올해 1~11월 분양한 9개 단지 중 8개 단지가 입주자를 다 찾지 못했다. 이는 곧 시공사의 빚이 됐다. 한신공영이 지난해 말과 올해 봄 각각 분양한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금남로 한신더휴 펜트하우스' 2개 단지에서 발생한 중도금대출보증금은 1600억원이 넘는다. 양주옥정한신더휴 등 전국 9개 현장에서 미분양으로 인해 발생한 연대보증 대출금도 1000억원 이상이다.
여기에 7건의 PF대출 5070억원도 있다. 만기 시점은 내년 5월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한신공영은 현재 3000억원 상당의 현금이 있지만, 미청구공사금액(3분기)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자금난이 예고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가 9월 한신공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BBB+', 등급전망을 '안정적'이라고 봤으나, 업계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태영건설은 내년 상반기 도래하는 회사채 1400억원, 부동산PF 대출잔액 383억원 만기를 앞두고 있다. PF 우발채무 규모 2조3000억원으로 롯데건설 다음으로 높은데다,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무려 488%로 PF 우발채무를 포함하면 부채비율은 더 올라간다. 회사 측은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유동성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여건으로 인해 건설업계가 내년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유동화증권을 시작으로 건설사들의 자금경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2023년에도 상반기 중 차입금이나 유동화증권 등의 만기가 집중된 건설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재무건전성은 물론, 업황대응력을 포함한 사업능력 등 다양한 내용을 토대로 결정되는데, 등급이 낮으면 수주를 위한 입찰 경쟁과 대출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사수해야 하는 지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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