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체 모텔마다 화장실 문이랑 벽을 유리로 만들어 둔 이유가 뭘까요? 변기에 앉아서 볼일 보는 제 실루엣이 침실 쪽에서 적나라하게 보이니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모텔 건물 화장실 대부분이 출입문과 벽을 투명한 유리로 마감해 둔 곳이 적지 않다. 통상 유리문과 벽 중앙에 불투명 시트지를 붙여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유리 화장실’을 불편해하는 고객들이 꽤 많다. 특히 변기 쪽에 난 문이나 벽이 유리로 된 경우, 볼 일 보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데다가 방음까지 안돼 민망하고 난감하다는 후기가 쏟아진다. 대체 모텔 화장실은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업계에선 첫 번째 이유로 ‘비용 절감’을 든다. 침실과 화장실을 유리벽으로 분리하는 경우 콘크리트 등 자재로 벽을 세우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것. 나중에 모텔 공간 구조를 바꾸는 등 리모델링할 때도 단단한 벽을 따로 철거할 필요가 없어 불필요한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 번째로는 화장실 출입문과 벽을 유리로 마감하는 경우 방이 더 넓어보이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통상 모텔 방 한 칸마다 6~8평 정도로 두 명이 쓰기에도 다소 좁다. 그렇지 않아도 협소한 공간을 두께가 20cm 이상인 두터운 벽으로 분리하면 방이 더 좁아보이는 느낌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두께가 4~5cm 불과한 얇은 유리로 공간을 분리하면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으면서, 시야가 막히지 않고 탁 트이기 때문에 원래 모텔 방의 전용면적보다 더 넓어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모텔이 호텔 화장실의 고급스러운 유리마감 인테리어를 마구잡이로 따라하다 대참사가 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 유리마감을 적용한 호텔 화장실을 보면 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세면대가 있고 더 안쪽에 양변기와 욕조를 설치하거나, 출입문과 세면대·양변기·욕조 간 거리를 어느 정도 떨어뜨려 놓은 구조다. 그런데 이와 달리 모텔 화장실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양변기-세면대-욕조 순으로 배치돼있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면서 호텔 인테리어를 차용해 화장실 문과 벽만 유리로 마감하면, 양변기가 유리문을 통해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당초 ‘제대로’ 리모델링하려면 양변기·세면대·욕조 배치까지 호텔구조를 따라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배관 위치까지 바꾸는 대규모 공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꽤 많이 든다. 개인 자영업자인 모텔 주인들이 수지타산 면에서 이런 공사를 굳이 감당하려고 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모텔 주인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남기고 있다. 화장실을 유리로 마감하면 불필요하게 욕실등을 켜두는 사람이 거의 없어 에너지가 절감되고, 청소할 때 화장실 청결도를 굳이 들어가보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모텔 방문객 입장에선 ‘유리 화장실’이 너무 불편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화장실 문을 가리개처럼만 만드니 씻는 소리나 X 싸는 소리가 다 들려 민망하기 짝이 없다. 변기라도 좀 제대로 가려달라”, “모텔가서 배달음식 시켜먹다가 ‘급X’ 신호 오면 진짜 식은땀 흘리면서 고민한다. 진짜 유리문, 유리벽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있긴 하나 싶다”는 등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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