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우리집은 '링컨' 얘네 집은 '에디슨'…이게 아파트 이름이라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2.15 11:35

[땅집고]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에디슨타운', '링컨타운', '아인슈타인타운' 이라는 이름이 붙은 아파트 세 개 단지가 나란히 들어서있다. /네이버 지도


[땅집고] “아파트 이름이 ‘링컨’, ‘아인슈타인’, ‘에디슨’? 이거 정말 우리나라에 있는 아파트들 맞나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있는 특정 아파트 이름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명지영어도시퀸덤1차’ 브랜드를 적용한 단지로 총 3개의 아파트로 구성하는데, 각각 ‘링컨타운’, ‘아인슈타인타운’, ‘에디슨타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누구나 알 만한 외국 유명인사들이지만, 이들의 이름이 우리나라 아파트명에 등장한 것이 다소 생뚱맞다는 반응이 많다.

[땅집고] 2005년 중견 건설사 영조주택이 부산 강서구 명지지구에 아파트 총 1만여가구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 아파트 이름의 비밀(?)을 찾으려면 2005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중견 건설사인 영조주택이 부산 명지지구 등 21만평 대지에 아파트 1만여가구를 단독으로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총 사업비 2조원 규모로, 땅값으로만 3600억원을 썼다고 전해진다. 당시 단일 건설업체 분양물량으로 따져봐도 부산·경남 지역을 통틀어 최다였다.

영조주택은 명지지구에 아파트 상품성을 부각시키고 차별성을 꾀하기 위해 이 일대를 ‘국내 최초의 영어 전용 단지’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아파트와 함께 미국 명문학교를 유치한 영어마을을 조성해, 입주민과 자녀들이 미국식 명문 교육을 받고 일상적인 영어회화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단지 내 상가인 ‘퀸덤 몰’에는 영어 회화가 능통한 종업원을 배치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당시 윤호원 영조주택 회장은 “영어 사용이 어려운 노년층 등은 한국어로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만, 미성년자는 한국어를 이용하면 (퀀덤 몰에서) 아무 것도 살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땅집고] 영조주택은 '영어도시퀸덤'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인기 여배우 고현정을 모델로 쓰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아파트 브랜드명은 ‘명지영어도시퀸덤’으로 정하고, 총 세 차례에 걸쳐 분양하기로 했다. ▲1차 2866가구 ▲2차 1041가구 ▲3차 898가구다. 영어 도시를 표방한 만큼 유명 외국인물의 이름을 따서 아파트명을 지었다. 1차 단지를 이루는 3개 아파트 이름이 각각 ‘링컨타운’, ‘아인슈타인타운’, ‘에디슨타운’으로 정해진 배경이다.

영조주택은 모델하우스를 짓는 데에도 4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일반적인 모델하우스 건축비용이 30억~50억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초호화인 셈이다. 분양광고 모델로는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인 고현정을 썼다. 1년 전속 계약금이 15억원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땅집고] 2010년 말 영조주택이 파산하면서 명지지구에 들어선 아파트 중 영어 이름이 붙은 단지는 '링컨타운', '에디슨타운', '아인슈타인타운' 세 곳만 남게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분양 과정에서 부동산 불황기가 닥쳐 사업이 위기를 맞았다. 영조주택이 명지지구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은행 13곳에서 210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된 것. 결국 영조주택은 2010년 말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에 명지지구 일대에서 영조주택의 시공을 거친 아파트는 ‘명지영어도시퀸덤1차’ 총 3개 단지에 그치게 됐다. 나머지 퀸덤2차 1041가구는 대우조선해양에게 시공권이 넘어가 현재의 ‘엘크루블루오션’ 4~6단지가 됐고, 퀸덤3차 898가구는 사업부지가 매각됐다. 이후 3차 부지는 다른 건설사가 매입해 ‘부산명지엘크루솔마레’ 등으로 분양됐다. 이것이 명지지구 전체가 영어단지로 조성되지 못하고 ‘링컨’, ‘아인슈타인’, ‘에디슨’ 영어 이름이 붙은 3개 아파트 단지만 덜렁 남게 된 이유다.

이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은 “외국 아파트 이름이 ‘세종대왕’, ‘장영실’이라고 붙은 것과 다름 없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위인이 많은데 굳이 외국인 이름을 쓰다니 아쉽다”, “인물 선정은 어떤 기준이었을지 궁금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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