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면서 토지· 주택 등의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산정하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행정지표로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다만 아직 종합부동산세 개정안과 내년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확정되지 않아 실제 세 부담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13일 땅집고가 부동산 세금 알고리즘 전문기업 아티웰스가 개발한 세금 계산기 셀리몬에 내년 단독주택 보유세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의 경우 보유세가 무려 34.1% 하락했다. 이 단독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은 14억2900만원이고 내년 공시가격은 12억3800만원인데, 보유세는 올해 422만5806만원에서 내년에 278만5278만원으로 144만528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단독주택은 보유세가 20.1% 내려갔다. 이 주택의 경우 올해에는 총 275만4864만원의 보유세가 부과됐지만, 내년에는 220만1528원이 고지서에 찍히게 됐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올해는 22만9824만원이 부과됐으나 내년에는 아예 면제된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한 단독주택의 공시지가는 올해 11억5700만원에서 내년에 10억4300만원으로 떨어진다. 이에 따라 보유세는 올해 264만4398만원을 부과받았지만, 내년엔 215만4067만원으로 49만331원의 세금을 덜 낸다. 올해와 비교해 내년에 보유세가 18.5% 낮아지고, 이 주택 또한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난다.

서울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을 비롯해 집값이 크게 하락한 지역의 보유세도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12억원 아래의 주택은 종부세 과세 대상은 아니지만 재산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의 한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9억7000만원에서 내년에 8억5500만원으로 떨어진다. 보유세로 올해 195만300원을 냈지만 내년에는 139만 8492원으로, 55만1808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의 보유세는 29%까지 내려간다. 이 주택의 올해 보유세는 176만580원이고 내년 예상 보유세는 124만9956원으로 52만624원의 세금이 줄었다.

고가 주택일수록 세액이 더 크게 준다. 세금 계산기 셀리몬에 전국 상위 10개 단독주택의 내년 보유세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상위 10개 단독주택의 보유세는 올해와 비교해 평균 2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상위 10개 단독주택의 평균 보유세는 2억6781만원이고, 올해는 2억848만원으로 평균 5932만원의 보유세가 줄었다.

이들 주택의 공시가격은 올해 대비 평균 10% 하락했다. 올해 전국 상위 10개 단독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은 183억200만원이고, 내년엔 164억7600만원으로 1년 새 18억2000만원이 떨어졌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소유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이다. 해당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은 311억원, 내년 공시가격은 280억3000만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9.87% 하락했다. 이 회장 측은 올해 보유세로 5억5953만원을 냈지만, 내년에는 4억4210만원의 보유세를 내면 된다. 올해보다 21% 하락해 1억1743만원이 줄었다.

전국 상위 10개 단독주택 중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내려간 주택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주택으로 두 번째로 공시가격이 높다. 해당 주택의 소유주는 DL주식회사 이해욱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자택의 공시가격은 올해 205억9000만원에서 내년엔 182억원으로 23억가량 떨어진다. 이에 따라 보유세는 올해 3억1681만원에서 내년엔 2억3629만원으로 8052만원(25%) 줄어든다.

이외에도 세 번째로 비싼 단독주택(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삼성그룹 호암재단 보유)의 보유세는 2억6785만원에서 2억734만원으로 6051만원이 줄었고, 네 번째로 비싼 단독주택(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보유) 보유세는 2억5168만원에서 1억9891만원으로 5277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섯 번째로 비싼 주택(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경원세기 오너일가 보유)의 보유세는 2억5145만원에서 1억9654만원으로 5491만원 줄었다.

이처럼 지난해와 비교해 1년 새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한 '현실화율 환원 계획'이 있다. 정부는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 국민의 세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이로 인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53.5%가 적용됐다. 신규 표준주택이 추가되면서 2020년 현실화율인 53.6%보다도 더 낮아졌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나이와 보유기간에 따른 세액공제가 없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를 가정해 계산했다. 따라서 주택 수, 나이와 보유기간에 따라 실제 세액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세율은 지난 7월 발표된 정부 개정안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반영했으며, 보유세를 매길 때 과세표준에 곱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45%(재산세)와 60%(종부세)를, 공제한도는 일반 공제 9억원, 1가구1주택 12억원을 적용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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