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건설사 대표 잠적" 발칵 뒤집힌 대구…연쇄 부도 신호탄?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2.12.14 07:30
[땅집고]동대구역센텀화성파크드림 공사 하청업체 대표가 근로자 임금을 체불하고 잠적하면서 해당 현장 공사가 중단됐다. /동대구역 센텀 화성파크드림 오픈 카톡방


[땅집고] 대구의 한 건설사 대표가 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잠적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방 건설사 연쇄 부도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당 건설사가 하청 공사를 맡은 대구 아파트 현장에서는 현장 근로자가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타워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여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 동구 화성파크드림 신축 공사 현장이 일시 폐쇄됐다. 이 현장의 골조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보현건설 대표가 근로자 40여명의 임금을 수개월째 체불하고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4대 보험료를 비롯한 자잿값, 현장 작업자들의 식사 대금 등이 미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워크레인 농성에 대해 건설노조는 "원청업체인 화성산업이 시공하는 5곳에서 보현건설이 하청 공사를 하고 있는데, 130명의 근로자가 수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다. 원청사인 화성산업에서 대리 지급을 구두로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체되고 있어 농성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호갱노노 동대구역화성파크드림센텀 입주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 /호갱노노


임금체불로 논란이 된 '동대구역 센텀 화성파크드림' 공사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입주민들과 투자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호갱노노 동대구역 센텀 화성파크드림 입주민 게시판에는 "어려운 시기에 결국 사달이 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응원의 글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공사를 중단한 이유는 자금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 안전을 고려한 문제"라며 "최근 이태원 참사 사건 등으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상황이 진정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약속된 체불 임금 지급이 미뤄졌다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임금 지급을 위해 근로자들의 개인정보를 비롯한 서류를 받아야 정상적인 급여 지급이 가능해 구체적인 날짜를 정해두지 못한 것"이라며 "서류 제출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생활 안정을 위해 조속하게 임금 선지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임금 지급을 하지 않을 의도로 약속 기일을 미룬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보현건설 대표가 30억원의 자금을 횡령하고 잠적했다는 제보에 대해서는 "건설 경기 위축으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인지 개인 자금 사정으로 인한 횡령인지는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체력이 약한 하도급 업체에서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건설업계에는 연쇄 부도 공포가 엄습하면서 2008년 글로벌 위기 당시의 건설사 연쇄 부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 및 금리 인상, 경기 위축에 부동산 PF위기가 맞물리면서 돈줄이 말라붙은 소규모, 지방 건설사의 부도가 먼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종합건설업체로 등록된 건설사 중 총 5곳이 부도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2곳)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지역별로는 경남 2곳과 부산 3곳 등이다. 부도업체 수는 2017년(17곳) 이후 점차 감소해 지난해 2곳까지 줄었으나 올해 다시 증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0월 전국 건설업체 1만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답한 40개 업체의 사업장 223곳 중 13.3%에 달하는 31곳의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설사들의 자금운영 현황은 이전에 비해 최근에 악화한 경우가 전체의 84%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부 지방 건설사가 부도 처리되면서 줄도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는 있으나 이를 연쇄 부도의 신호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연구위원은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건설사가 자금난을 겪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고 실제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도 조사 결과 예상보다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를 연쇄 부도의 전조증상이라고 하기엔 시기상조인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이전에 금융위기를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민간금융기관이 자금 공급책 역할을 하게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충분히 대응해 나가면서 위기 국면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지방 건설사 부도를 연쇄 부도의 신호탄으로 보는 건 아무래도 건설사들의 자금 융통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장 흐름을 보면 해당 현상이 큰 대기업 혹은 중견 건설사의 도산으로 이어질 정도의 충격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 9월 충남지역 도급순위 6위인 중견건설사 우석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지난달 말에는 경남지역 도급 순위 18위인 동원건설산업이 총 22억원의 어음 결제를 하지 못해 도산했다. 동원건설산업은 지난해 매출 542억원을 올린 중견건설업체지만 대구에 지은 근린생활시설이 대거 미분양되고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결국 부도 처리돼 시장에 충격을 줬다./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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