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호선과의 간격 고작 15cm…역대급 극악 난도였다는 9호선 공사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2.11 09:48 수정 2022.12.14 16:00

[땅집고] 서울에서 황금 노선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 노선도. /서울메트로


[땅집고]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황금 노선’으로 통한다. 노선이 핵심업무지구가 있는 강남과 여의도 일대를 모두 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9호선 공사 난이도가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도 선뜻 수주하기를 꺼려할 정도로 ‘극악’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 흥미를 끌고 있다.

가장 난공사였던 구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화여중·고에서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까지 1.78km에 이르는 913공구. 이미 지하철 3호선과 7호선이 지나는데 그 밑으로 9호선을 새로 건설해야 했다.

[땅집고] 지하철 9호선 중 913공구 구간 개념도. /쌍용건설


그런데 9호선 구간과 바로 위를 지나는 3호선의 간격은 불과 15cm. 지반층이 토사와 자갈로 구성돼 연약했기 때문에, 만약 공사 중 미세한 오차만 생겨도 대형 사고가 날 우려가 컸다. 게다가 3호선 위로는 고속터미널과 지하 상가, 신세계백화점, 메리어트호텔, 센트럴시티 등 대형 건물이 밀집해 있었다. 지하 공사가 잘못돼 토사가 내려앉을 경우 상부 건물도 줄줄이 무너지면서 심각한 피해가 벌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건설이 이 구간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에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쌍용건설은 구간 특성을 고려해 두 가지 공법을 혼합한 시공을 보여줬다. 과연 어떤 시공법일까.

■ 9호선 최난이도 구간…TRcM·CAM 조합한 신개념 공법으로 해결

[땅집고] 지하철 9호선 913공구 공사 과정. /이지은 기자


먼저 쌍용건설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베네치아 지하철 정거장 건설에 사용된 ‘대단면 터널공법’(CAM)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CAM공법이란 얇은 지반 아래에 거대한 쇠파이프처럼 생긴 대구경강관(大口俓鋼管)을 아치형으로 삽입해서 터널 구조물을 만드는 공법을 말한다.

그런데 이 공법을 활용하려면 반드시 지반의 한쪽 면이 개방돼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즉 지반이 드러나 있지 않은 강남권 도심 한복판에 CAM공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란 불가능했던 것.

[땅집고] 지하철 9호선 913공구는 세계 최초로 TRcM공법과 CAM공법을 혼합한 신개념 공법으로 지어졌다. /쌍용건설


이에 쌍용건설은 ‘대구경강관 추진공법’(TRcM)으로 지하에서 도로를 횡단하는 터널 형태의 구조물을 먼저 만든 후, 이 구조물을 활용해 앞서 CAM공법을 적용하는 방법을 착안해냈다. TRcM공법은 주변 시설물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벽체 구조물을 설치해 나가면서 터널을 굴착하는 방식이다.

■첫 단계는 박스형 TRcM 구조체 만들기

[땅집고] CAM공법을 적용하기 전 TRcM공법을 통해 구조체를 만드는 모습. /쌍용건설 유튜브


쌍용건설은 먼저 정거장 주변에 TRcM공법을 위한 4개의 작업굴을 만들었다. 이 굴을 통해 지름 2.5m, 길이 30~38m인 갤러리관 두 개를 밀어넣었다. 관이 땅 속으로 2m 전진할 때마다 내부 흙을 파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 다음 지름 1.5m 크기 강관을 갤러리관에 직각 방향으로 설치했다. 각 관 내부에는 철근을 넣고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그러면 상부 구조인 슬래브가 생긴다.

슬래브 밑으로는 갤러리관 수직으로 연결되는 벽을 세우고, 내부 공간의 흙을 파낸 다음 하부 슬래브를 설치했다. 이렇게 박스 모양의 TRcM 구조체가 총 4곳 완성됐다.

■두 번째 단계, CAM공법으로 터널 만들기

[땅집고] CAM공법을 통해 터널을 만드는 모습. /쌍용건설 유튜브


이제 TRcM 구조체를 통해 본격적으로 CAM공법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먼저 TRcM 구조물을 연결하는 지름 2m 강관 13개를 아치형으로 밀어넣는다. 각 강관을 이어주는 거더(천장격인 보)를 설치하고, 강관과 거더에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터널 상부 구조물을 만든다. 이 같은 아치형 상부 구조물과 3호선 노선 간 격차가 단 15cm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TRcM 구조물 하부를 파내 공간을 확보했다. 또 CAM 공법을 통해 만든 터널 상부 구조물 양쪽 끝 하부를 따라 대형 도갱(터널 단면 중 가장 먼저 굴착하는 부분)을 만들었다. 도갱 안 하부에 1단 3m, 2단 5m 두 번으로 나눠 철근콘크리트를 타설해서 구조물 측벽을 세운다. 이렇게 완성한 상하부 구조를 연결하고, 남은 부분의 흙을 파내면 드디어 우리가 알고 있는 타원형의 지하철 통로 형태가 된다.

■세계 최초 혼합공법, 토목상도 받아

TRcM공법과 CAM공법을 동시에 적용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쌍용건설은 2009년 대한토목학회 주관 ‘올해의 토목 구조물’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영국토목학회로부터 ‘브루넬 메달’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언론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지하철 공사를 진행해 세계 토목 건축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쌍용건설의 명품 시공기술을 대내외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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