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둔촌주공 흥행 참패에 화들짝…건설사들 너도 나도 '몸 사리기'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2.12.09 14:09
[땅집고] 현대건설이 수주한 '과천주공 8,9단지' 재건축 현장 조감도. /현대건설


[땅집고] 올해 서울 분양시장 최대 블루칩으로 꼽힌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이 청약 흥행에 실패하면서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분양시장 한파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 역시 정비사업 수주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공사에게 사업 수주는 곧 매출로 직결된다. 미분양을 우려해 사업을 따내지 않으면 기업 생존까지도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이에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시공사들은 옥석 가리기에 분주하다. 알짜 입지를 가진 단지 수주를 통해 공사 중단이나 미분양 등의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분양시장 참패에 건설사도 ‘발등의 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과천주공 8,9단지 재건축정비사업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과천역 일대 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과천 아파트 매매가가 강남 3구 가격을 넘보는 가운데 ‘준강남’ 과천에 힐스테이트 깃발을 꽂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인근에서 상업용 건물 공사를 맡은 적이 있으나, 공동주택은 처음이다.

이 사업은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 41번지 일대 지하 3층~지상 최고35층, 25개 동과 부대시설 등을 짓는 공사로, 총 공사비는 9830억원다. 가구 수는 2120가구에서 2837가구로 늘어난다.

과천주공 8, 9단지는 4호선 과천역 2번출구와 맞닿아 있으며, 관문초를 끼고 있어 역세권이자 학세권 입지로 꼽힌다. 인근에 과천정부청사가 있는 데다 높은 강남 접근성, 풍부한 녹지에서 오는 쾌적성 등이 장점이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수원 영통2구역(매탄주공4, 5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총 공사비는 1조645억원이다. GS건설과 HDC현산은 각 70%(9036억원), 30%(3193억원) 비중으로 참여한다. 수원 영통구 매탄동 897번지 일원에 지하 2층~지상35층, 총 31개동 공동주택 4002가구를 건설한다. 이곳은 수인분당선 수원시청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뉴코아아울렛, KBS경인센터, 효원공원 등이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땅집고] 태영선설이 대전 유천동에서 수주한 주상복합 조감도. /태영건설


같은 날 태영건설은 대전 유천 주상복합공사 수주를 마쳤다. 대전 중구 유천동 301번지 일원에 지하5층~지상49층에 걸쳐 공동주택 913가구와 오피스텔 등을 짓는 사업이다. 태영건설은 유천동 299-1번지 일원에 아파트 718세대 등을 짓는 공사 사업권도 따냈다. 두 사업장이 인접한 만큼, 사실상 15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공사비는 각 3452억원, 2497억원으로 총 6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장 인근에는 대전서남부터미널, 호남선 서대전역 등이 있다. 약 1km 거리에 있는 서구 도마동 ‘도마e편한세상포레나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신축 아파트가 없어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땅집고] 2021, 2022 10월 국내 건설 수주액. /김서경 기자


■몸사리는 건설사 “수주 안 할 수도 없고…이익 큰 사업 우선”

부동산 침체에 건설사들의 몸사리기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6일 공개한 월간건설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국내 건설 수주액은 총 11조18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었다.

공공부문보다는 민간부문의 낙폭이 컸다. 공공부문이 전년 대비 13.5% 줄어든 데 비해 같은 기간 민간부문은 34.7% 감소했다. 건축착공면적도 지난해 10월 대비 35.4% 줄었다. 이는 미분양주택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분양주택은 전월대비 5613호 증가해 4만7217호로 집계됐다.

미분양은 시공사의 자금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정비사업에 참여한 시공사는 공사 주체인 조합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야 하는데, 미분양 사태는 조합으로부터 자금 회수를 어렵게 만든다. 일반분양자들이 내는 계약금 등 분양대금을 제외하면, 조합은 사실상 수입원이 없다. 일반분양 성공 여부는 조합의 사업 성패를 가르지만, 시공사들이 무이자 중도금 대출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거는 이유다.

[땅집고] 국내건설 연도별 수주애 추이. /김서경 기자


건설사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다. 국내 주택 시장이 침체라고해서 공공사업이나 해외 플랜트 사업에 눈을 돌릴 수도 없다는 얘기다. 공공부문의 경우 이윤이 남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해외 사업은 환율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자칫 국제 정세가 안좋아질 경우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역시 영리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며 “시장이 침체된 만큼, 규모가 작은 현장보다는 큰 이익이 보장되는 사업을 우선시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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