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54억 날릴 뻔한 건설사도…공사비 산출 하루 만에 뚝딱 가능하죠"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2.12.06 14:58 수정 2022.12.06 14:59

[땅집고] “도면을 보면서 수작업으로 공사비를 산출(적산)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공사비도 부풀려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빌더허브(Builder Hub)를 이용하면 다릅니다. 도면에 나온 원자재 규격만 모두 입력하면 필요한 원자재를 즉시 계량화할 수 있습니다. 공기(工期)와 공사비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산출하죠.”

[땅집고] 김은석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대표. /창소프트아이앤아이


3D기반 건설적산 프로그램인 빌더허브를 개발한 김은석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대표는 “빌더허브를 이용해 한 프로젝트에서 골조 공사비만 54억여원 줄인 건설사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성균관대 건축공학과와 건설환경시스템학과 대학원에서 수학한 건축 전문가다. 10년 전 창소프트에 입사해 초고층 과제 등 연구기획을 담당하다 지난 2018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창소프트는 국내 빔(BIM) 업계의 선두주자로, 그 전신은 지난 2012년 단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김치경 교수 연구팀의 연구개발센터다. 2008년 설립한 창소프트아이앤아이는 건설 IT(정보기술) 기업으로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종합건설사 17곳에 빌더허브를 공급 중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에만 우미건설 등 대기업에서 90여억원 투자도 받았다.

다음은 김은석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2016년 첫선을 보인 빌더허브 핵심 기술은 빔(BIM)이다. 건물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준말로 설계도면에 있는 원자재 수치(규격) 정보를 토대로 건축물 완공 후 예상 모습을 3D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면 내부 마감까지 마친 일종의 조감도가 생성되는 것이다.”

- 이런기술은 외국에도 많지 않나?
“2D 도면을 3D 도면으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외국에도 여럿 있다. 하지만 빌더허브는 상세설계 단계의 도면을 3D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설계는 크게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등 3개 과정으로 나뉘는데 통상 기본설계(건물의 대략적인 구조설계)에만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기업이 대다수다. 상세설계는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원자재 규격·배치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설계하는 단계다. 지역이나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상용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주거용 건물은 설계도면이 정형화된 경우가 많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기존 상세설계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이를 참고로 비슷한 건물을 지을 때 들어갈 비용을 산출할 수 있어 자동화가 가능하다.”

[땅집고] 디지터 3D 적산 프로그램 '빌더허브' 구동 화면. /창소프트아이앤아이


- 통상 특이하고 복잡한 건물에 사용하는 고급 기술로 인식되면서 일반적인 건물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창소프트는 BIM을 적용할 수 있는 타깃을 바꾸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매년 지어지는 건물 중 ‘동대문역사문화공원’(DDP) 같은 독특한 건물은 일 년에 약 5% 에 불과하다. 이런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설계도면으로부터 적산을 자동화하는 기술 역량을 축적한다고 해도 써먹을 일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BIM 기술을 평범한 대다수의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발상을 전환했다. 대다수의 건물은 형태가 복잡하고 특이하지 않다. 비슷한 형태의 건물을 지을 때 산출됐던 공사비 기준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건물도 디지털 적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사비 산출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형태가 다양하지 않은 국내 공동주택이 기술 적용 대상이 됐고 대형 건설사가 우리를 찾게 된 것이다.”

- 이 기술의 장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빠르고 정확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의 경우 최소 2000장이 넘는 상세설계도면과 견적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대조하면서 적산하는 과정을 거쳤다. 적산을 마치려면 한두 달은 족히 걸렸다. 빌더허브를 활용하면 도면이 아무리 많아도 원자재 규격과 개수만 입력하면 곧바로 공사에 필요한 수량을 산출할 수 있다. 규격이나 개수를 입력하는 데는 하루이틀 정도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적산 기간이 10분의 1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공사에 필요한 자재별 수량이 얼마인지가 구체화되기 때문에 비용산출이 가능하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이틀이면 적산이 끝나며 수작업과 비교한 오차도 10% 미만으로 정확하다.

또 사람이 공사비를 산출할 때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오차범위도 고려해 공사비를 사실상 10% 가량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계는 그러한 오차범위를 줄이기 때문에 공사비 예산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즉 투명하게 공사비를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지 조합원들이 건축비를 절감해 분담금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 기업을 찾기도 한다.”

- 앞으로 계획은?
“건축가, 건축주, 감리 등 공사에 참여하는 모든 작업자들이 앱이나 웹을 통해 실시간으로 작업현장 상황, 공정률, 공정 현황 등 시공단계에서 필요한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땅집고] 개별 건축주 대상 모의 적산 프로그램.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내년 3월에는 이런 설계도면을 대규모 공동주택 뿐 아니라 개별 상가건물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건축비가 인상하면서 건축주들이 건축비 절감에 관심이 많다. 건축주들이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원자재 금액을 알아보고 계산을 하는데 번거로움이 있는데 우리 앱을 이용하면 계산을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시공업체에서 깜깜이로 공사비를 책정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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