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도권 대단지 청약돼서 여자친구랑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중인데, 버틴다고 웃돈 받고 되팔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청약 포기해야 할까요?ㅠㅠ”

최근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청약 포기’라는 키워드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와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중도금 대출 금리 부담이나 향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고민은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수도권 외곽지부터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가진 자본금이 1억원 정도라고 밝힌 A씨는 최근 한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 이미 당첨된 청약 기회를 포기할지에 대한 고민을 올렸다. A씨는 게시글에서 “인천 서구 검암신도시에 5억원대 아파트에 당첨돼서 여자친구랑 같이 영끌해서 단체 중도금 대출을 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번에 들어가도 나중에 웃돈을 받고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청약 10년이 날라가는 건 아쉽지만, 금리 부담 때문에 억지로 몇 년을 버텨야 할 지 모르겠어서 청약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청약시장은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올해 수도권 청약 시장은 1년 사이에 꽁꽁 얼어붙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1월 중순을 기준으로 서울ㆍ경기ㆍ인천 지역에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대 1 이하인 단지는 모두 28곳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지난해 총 4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벌써 7배나 뛴 셈이다.

청약자 수도, 청약 가점도 뚝 떨어졌다. 지난달 22일까지 올해 서울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사전청약·공공분양 제외) 1822가구에 몰린 1순위 청약자는 총 4만436명으로, 작년의 8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청약 당첨 가점은 평균 44점으로, 작년 62점에 비해 크게 문턱이 낮아졌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의 대단지 서울 아파트에서도 10점대 가점으로 당첨되는 사례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부동산 활황기였던 작년 분양된 단지 가운데서도 계약 해지를 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청약을 진행한 인천 연수구 ‘송도자이더스타’ 수분양자 일부는 최근 분양대금 10%를 위약금으로 물고 계약을 해지했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8억 1490만원~9억 554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8000만원을 물고서라도 해지를 강행한 것이다.

분양시장이 냉각된 이유로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기존 주택 가격이 급락한 반면, 원자잿값 인상으로 분양가는 더 올라 실거래가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역전되는 현상도 벌어지며 ‘로또 분양’은 옛말이 된 것. 한마디로 자산 가치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높은 금리로 인해 중도금 대출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진 점도 청약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청약을 실제로 포기하는 사례가 가시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 청약 포기자가 대거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가 기축 시세보다 높아지는 경우 청약 포기 현상이 가시화할 수 있다”며 “입지 등 옥석 가리기 이후 매력도가 떨어지는 지역과 단지에서 특히 많은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역으로 시장의 침체로 인해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양가가 오르면서 급매물로 싸게 나온 기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오히려 지금처럼 청약열기가 식었을 때 청약 가점이 낮은 사람은 청약이나 기축 단지 급매물 등을 노려볼 수 있다”며 “ 내 집 마련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자금력이나 단지의 장단점을 꼼꼼히 잘 따지면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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