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골프장? 집값 똥값 된다!"…별내 주민들 난리난 이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2.02 08:04 수정 2022.12.04 15:41
[땅집고]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 중앙공원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조망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 위 골프연습장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신도시 중앙공원 한복판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하다니, 이런 경우는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공원뷰를 완전 가리는 ‘괴물 골프장’이 따로 없네요. 주민들은 하루종일 ‘깡깡’ 소리 듣고 살란겁니까?”

최근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 중앙공원에 착공한 지상 8층 규모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주민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골프 인구가 늘면서 골프연습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골프연습장을 짓겠다는 땅 주인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 사이에서 정작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양쪽 눈치만 보고 있다. 도대체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할까. 땅집고가 그 실상을 들여다봤다.

■공원 한가운데 아파트 15층 높이 골프연습장이라니…

[땅집고]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 중앙공원에 들어서는 골프연습장 위치. 인근이 아파트 밀집지며, 유아놀이터와 도서관 등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음공해와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


남양주시는 지난 10월 28일 별내신도시 별내중앙공원 내 체육용지(7734㎡)에 골프연습장 신축 사업을 허가했다. 건물은 지하 1층~지상 8층, 최고 높이 45m, 연면적 1만6523㎡로 계획됐다. 총 70타석이 들어선다.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민들이 애용하던 별내중앙공원 한 가운데 아파트 15층 높이에 달하는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면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

주민들은 크게 ▲조망권 침해 ▲소음·빛 공해 ▲안전사고 등 3가지 이유를 들며 반발하고 있다. 먼저 그동안 별내중앙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 단지마다 ‘공원뷰’를 누렸는데, 높은 철탑과 그물망을 포함한 골프연습장이 들어서면 조망 가치가 낮아지면서 결국 재산권 침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주민들이 대다수다. 실제로 200여m 거리에 있는 ‘동익미라벨39단지’가 최고 15층 높이로, 골프연습장 최고 높이와 맞먹는다.

[땅집고]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 골프공으로 인한 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골프 연습으로 소음 공해가 발생하고, 눈부신 야간 조명 때문에 빛 공해까지 예상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습장으로부터 직선 170m 거리에 시립별빛도서관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음 때문에 자녀들 학습권이 침해당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안전 문제도 걱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타석 방향이 중앙공원 내 유아숲놀이터를 향하고 있어, 혹시라도 골프공이 아이들에게 날아든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별내신도시 주민들은 남양주시에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외벽에는 ‘조망권 파괴되면 별내 집값 똥값 된다’, ‘유아숲 위협하는 사람 잡는 골프공’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상태다.

■골프연습장 건축 막을 명분 없어…지자체 ‘난감’

[땅집고] 2021년 3월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 '더샵 포웰시티' 11층 아파트 창문이 인근 골프장에서 날아온 골프공 때문에 깨졌다. /독자 제공


골프연습장의 위험성이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주민들은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에 있는 골프장 ‘캐슬렉스서울GC’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골프공이 수시로 그물막을 넘어 인근 ‘더샵포웰시티’ 아파트로 날아들면서 주민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이 아파트 11층 창문이 골프공에 맞아 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골프연습장 건립을 둘러싼 지역주민과의 마찰은 이곳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울산 북구 도심에서도 아파트로부터 100~200m 거리에 들어서는 지하 1층~지상 4층, 6001㎡규모 골프연습장 건립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충북 청주시 지동동에선 주민들이 골프연습장의 높은 철구조물과 골프공 타격 소음을 문제삼고 있다.

[땅집고] 울산 북구 신현동 '강동베이스타즈CC' 조성사업 기공식 현장에서 인근 마을 주민들이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스1


가장 난감한 것은 골프연습장 건축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각 지자체다. 주민들 민원은 이해하지만, 부지를 소유한 사업자가 합법적으로 땅을 골프연습장으로 개발·사용하겠다는데 이를 막을 명분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골프연습장 건립 등 소규모 건축의 경우 인허가를 받을 때 공청회 등을 통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주민 입장을 고려해 공청회·설명회 등을 여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장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별내중앙공원 골프연습장의 경우에도 주민 민원이 발생해 사업 건축허가가 1년여 미뤄져 사업자가 피해를 입었다”며 “11월 15일에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연습장에서 발생하는 골프공 타격 소음이 기준치에 벗어나지 않는다는 측정 결과도 전달했지만, 사업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민들 입장은 이해하지만, 적법한 건축허가에 따른 골프연습장 건립은 취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서 혐오시설로 꼽히는 쓰레기처리장이나 물류센터 등과 달리, 레저시설인 골프연습장은 완공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과 편익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국민들이 ‘내 집’에 대해 갖는 재산권 등 권리의식이 강해지면서 인근에 들어서는 건축물·시설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주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며 “건강이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혐오시설이 아니라면, 적법한 건축허가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민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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