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카카오 뛰쳐나와 '남의 집'으로 돈 버는 사장님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2.12.01 13:57 수정 2022.12.01 15:27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가 되려면 ‘MZ세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구매력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마케팅 사각지대에 있던 젊은층이 상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이다. 땅집고가 MZ세대를 사로잡은 창업주들을 직접 만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MZ세대 움직인 창업의 비밀] ⑧김성용 ‘남의집’ 대표

[땅집고]'남의집'을 창업한 김성용 대표./남의집


[땅집고] "사람들을 움직이도록 하는 부동산 콘텐츠의 핵심은 '외로움' 시장을 기반으로 한 경험재를 만들어 내는 데에 있습니다 "

'남의집'을 창업한 김성용 대표가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콘텐츠의 트렌드를 짚으며 한 말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 이후로 배달앱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단순히 맛있는 걸 먹고 마시는 것 만으로는 사람들의 소비를 이끌어내기 어려워졌다"며 "부동산 자체는 하드웨어고 사람들이 대화와 취향을 나눌 수 있는 경험재가 그 소프트웨어가 되는 방향으로 부동산 사업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 남의집은 퇴사 후 창업을 고민하는 직장인, 육아에 지친 주부, 대화가 고픈 현대인들이 느끼는 근본적인 외로움들을 취향이 담긴 공간에서 대화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부동산의 가치는 결국 유동인구에 있다"며 "특정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사람들이 모인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팝업스토어'의 개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팝업스토어도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간에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사용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남의 집도 같은 일환으로 수익을 내는 공간 사업"이라고 비유했다.

[땅집고]'남의집'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모임 후기 게시물./ 인스타그램


■공간 기반이긴 하지만 고민과 취향 나누는 ‘대화’가 중심

법인을 설립한 지 올해로 4년차가 된 '남의집'은 취향이 담긴 공간을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호스트(주최자)가 자신의 집으로 게스트(신청자)를 초대해 대화와 취향을 나누는 모임에서 시작해 지금은 레스토랑, 와인바 등의 공간을 기반으로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임으로도 범위를 넓혔다.

남의집을 창업한 김성용 대표는 창업 이전에 카카오에 재직했던 이력이 있다. 카카오택시가 출범할 당시 사업 제휴와 영업 파트를 맡았던 김 대표는 IT사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남의집을 만들었다. 남들이 내 집을 사서 돈을 벌어보겠다고 부동산 투자에 혈안이 되어있을 때 ‘남의 집’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며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당시 큰 자본 투자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이 바로 남의 집이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강조하는 ‘경험재’란 무엇일까. 와인바를 중심으로 한 모임을 연다면 단순히 와인을 마시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을 모이도록 하는 건 어렵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타로점을 볼 줄 아는 호스트를 중심으로 모임이 운영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로점을 보면서 게스트들끼리 퇴사나 창업 등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식으로 해야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쓰고 시간을 내어 모임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결국 고민과 취향을 나누는 대화가 중심이고, 와인과 공간은 곁가지인 셈이다.

김 대표는 "남의집 모임을 여는 호스트는 MZ 세대 중에서도 주로 30대 중반의 여성들"이라며 "경제력과 구매력을 동시에 갖춘 이들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셀프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며 모임을 열고 운영한다. 급여 외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공간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채널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처음 만나는 사람과 낯선 공간에서의 만남…‘안전’이 제일 우선

모임 참여비는 모임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5만원 선으로 책정된다. 시장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가격을 움직일 수 있도록 모임 참여비 책정은 온전히 호스트의 재량에 맡긴다. 모임을 열고 수익이 발생하면 호스트가 그 중 80%, 남의집이 나머지 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참가비 5만원을 기준으로 8명이 모이는 모임을 연다면 32만원은 호스트, 8만원은 남의집의 수익이 되는 것이다.

이름처럼 남들과 낯선 공간에서 만나는 모임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숙박 중개 플랫폼인 ‘에어비앤비’가 호스트가 대관 예정인 공간과 제공자의 정보를 받고 심사 과정을 거치듯, 모임 참여에 앞서 신청자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지를 작성하도록 하고 호스트가 승인한 사람에 한해 참석이 가능하도록 했다.

남의집은 1년 전인 작년 9월에는 '당근마켓'의 1호 투자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제 당근마켓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들은 인근에서 열리는 남의집 모임에 신청 후 참여할 수 있다. 당근마켓 플랫폼상에서 인기가 좋은 모임은 주로 오프라인 맘카페를 통해 이뤄지는 '동네 육아 모임'이다. 부모들이 모임을 통해 공동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고민을 나누는 동시에 아이들의 친구도 만들 수 있어서 호응도가 높다.

이제 남의집은 집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개인 사업장'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김 대표는 "가게 오픈을 앞둔 식당이나 식당 창업을 앞둔 예비 창업자들이 남의집을 통해 모임을 열고 있다. 처음엔 ‘집’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한 명확한 사업 방향이 있었기 때문에 컨셉 확장을 망설였지만, 오히려 집보다도 명확하게 취향과 컨셉을 밀도 있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가게'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땅집고]남의집에서 열리는 모임에는 제품 홍보를 위해 기업들이 협업 제안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협업해 구성한 모임의 홍보 배너./남의집


■ 예비 창업자들 ‘비즈니스 툴’로 가능…활용도 무궁무진

취향의 농도가 짙은 공간에는 기업도 주목했다. 다수 기업들이 남의집을 통해 열리는 모임에서 제품 홍보를 하고 싶다는 제휴 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와인바 공간을 기반으로 한 모임에 와인 셀러를, 레시피를 공유하는 모임에 냉장고를 제공했다. 제품 홍보 시간을 갖는 대신 모임 참여비는 전부 기업에서 부담한다. 이렇게 모임이 끝나면 호스트와 게스트가 SNS를 통해 모임 후기와 체험 제품의 감상을 공유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는 오프라인 모임의 트렌드에 대해 김 대표는 "테이블 10개 미만의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수요가 많은 편이다. 충성도 높은 단골을 유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면서 "오픈을 앞두고 메뉴 시연을 하고 싶은 호스트가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도 하고, 식당 창업에 관심이 많은 게스트가 와서 창업 스토리를 간접적으로 듣는 식으로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사업자는 시장 반응을 피부로 알 수 있고, 예비 창업자들은 창업 전 사전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쌍방의 수요가 맞아떨어졌다.

[땅집고]남의집을 통해 열린 '전통주 모임'/남의집



김 대표에게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공간 기반 창업을 앞둔 이들에게 해줄 조언을 요청했다. 그는 "남의집과 같은 커뮤니티 플랫폼을 테스트베드 삼아 모임을 열고 창업 전에 시장을 경험해볼 것"을 권했다.

김 대표는 "실제로 망원동에 위치한 '피델리오'라는 레스토랑의 사장님은 정식 오픈을 앞두고 남의집을 통해 100명의 게스트를 초대해 모임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후 100명의 게스트들을 모두 개업식에 초대하는 식으로 단골 고객층을 늘려나갔다"며 "모임을 기반으로 호스트(사장님)가 지지층을 만들고, 그 팬들이 자신의 지인들을 또 단골로 만든다.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이뤄진 대표적 사례로 SNS 홍보나 외주업체에 돈을 내는 홍보 방식과 비교해보면 저비용으로 사업성 여부를 시장에서 직접 판단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해 김 대표는 지자체와 함께 지역 상권을 살리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모임 콘텐츠를 통해 유동인구를 늘리고 상권을 형성하고 싶어하는 지자체에서 협업 문의가 온다"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모임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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