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둔촌주공도 공사 올스톱…총파업에 건설업계 비명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11.25 18:25 수정 2022.11.26 10:35
[땅집고]25일 오전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공장에서 ‘총파업. 들어오면 죽는다’라는 구호가 적힌 화물연대 소속 트레일러 차량이 정문을 가로막고 서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제공


[땅집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불가능해 공사 중단이 불가피해지면서다. 골조 공사에 한창이던 전국 사업지들은 모두 공사를 올스톱한 상태다. 건설 업계에서는 골조 공사부터 막히면 공기가 늦어지고, 이 사태가 반복되면 주택공급 기반이 위축된다며 정부가 사법 조치에 나서는 등 엄정 대처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땅집고]지난 5월'국내 최대 재건축'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이 합동점검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모습. 기사와는 관련 없음./박상훈 기자


■둔촌주공 등 골조작업 ‘올스톱’…“당장 파업 멈춰도 여파 남아”

건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주요 시멘트 공장 정문과 후문에 텐트를 친 채 출하를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첫날인 24일은 출하량은 1만t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초 예정된 20만t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파업 둘째 날인 25일 출하한 시멘트는 0t이다. 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원으로 볼 때 하루 200억원 상당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타설(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을 앞둔 건설 현장은 모두 올스톱됐다. 총 1만232가구 규모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공사업단 측은 “레미콘 타설은 중단됐으나, 대체공정은 정상 진행 중”이라면서 “아직 현장에 큰 문제는 없고 충분히 공정 만회가 가능하지만, 파업 장기화 땐 공사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른 사업장의 분위기도 비슷하지만, 그나마 골조 공사를 끝낸 현장은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 7월 수도권 철근·콘크리트 업체가 수도권 26곳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전면 중단하면서 공사에 차질을 빚었던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 주택재건축정비사업 3공구)는 골조 작업이 거의 끝난 상태라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던 사업지는 이미 다 셧다운된 것으로 전해진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수도권이고 지방이고 안 멈춘 공사현장이 없을 것”이라면서 “7월 파업 이후 건설현장이 정상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공기 맞추기가 빠듯한 상황이라 이번 파업이 더 이상 장기화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형 건설사의 피해가 더욱 심각할 전망이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는 파업을 앞두고 현장별로 자재를 비축하는 등 대응이 가능하지만,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미리 자재를 비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B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파업을 종료해도 시멘트 등 자재는 주문량이 많은 대형 건설사부터 나가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바로 회복하기가 힘들다”며 “총파업 여파는 변수가 많아서 힘들어지는 업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땅집고]지난 24일 오전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긴급현장상황회의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철강 운송도 차질…‘스틸플레이션(철강+인플레이션)’ 조짐

시멘트에 이어 철강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로 포항철강산단 내 기업체들은 제품 반입과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하루 8000톤의 출하 물량이 묶여 있다. 포스코도 하루 10톤 물량의 출하를 원활히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최대 생산 공장인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49년 만에 처음으로 고로 4기 모두에 불이 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제품 생산 라인(길이 40km, 지하 8~15m)이 완전 침수되고 지상 1~1.5m까지 물에 잠겼다. 제철소 완전 복구까지는 아직도 수개월이 남은 상태다. 포스코는 공장 가동이 중단돼 제품 출하 물량 자체는 적은 편이지만 화물연대가 운송을 거부함으로써 복구 작업에 필요한 설비와 자재 반입, 폐기물 반출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연말부터 철강 공급 부족 및 가격 급등 우려가 나온다. 포항제철소에서 만드는 철강 자재는 건설, 자동차, 가전 등 전 산업군에서 쓰인다.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철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올 4분기부터는 ‘스틸플레이션(철강+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집단운송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면 새로 공사를 시작하거나 건물을 짓고 있는 국내 건설현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집단 운송거부 사태 자체를 예상을 했었기 때문에 당장은 미리 보관해둔 자재를 활용해 차질이 없지만, 파업이 일주일 정도로 장기화하는 경우엔 재고가 바닥나 공사 지연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5개 철강사는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발생한 당시 72만1000톤을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서 피해액만 1조1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전기세가 오르고 환율이 상승하면서 업계는 철재 가격 인상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근 가격은 지난달부터 톤당 3~4만원 인상됐다. 올 4분기 기준 연료비 및 대용량 사용자 추가 인상분 등 전기요금이 오르고 주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도 강세로 원가 부담이 높아진 것이 요인이다.

■업계 “대통령 나서야” 호소…정부 “불법 행동 엄중 대응”

업계에서는 화물연대의 잇단 총파업에 정부가 확실히 엄단하지 않으면 앞으로 건설경기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사는 이런 상황에서 면책 특권이 있지만, 민간 사업, 특히 아파트 공사는 입주 날짜를 못 맞추면 책임 준공에 나선 건설사가 모든 추가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골조 작업은 일정을 맞추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며칠이라도 늦어지면 전체 공정이 타격을 입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계속 이어지면 건설사는 공기를 맞추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사업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윤 정부의 3기 신도시나 270만 가구 공급 모두 물거품이 된다”며 “정부에서 사법조치 등 처벌에 나서서 정상화를 위해 강력 대응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당정에서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윤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불법 행동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며 화물연대에 수위 높여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지속될 경우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수출 물류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우려하면서다.

여당에서도 “민주노총이 국가 물류를 볼모 삼아 사실상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정부는 화물연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조기 발동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나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큰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거부할 때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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