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GTX-A 공사로 24시간 진동…창문 깨지고 집은 무너질 판"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1.24 07:43 수정 2022.11.25 10:18

[땅집고] GTX-A노선 공사 이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주택을 지탱하던 암반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나온 모습. /박기홍 기자


[땅집고] “GTX-A노선 공사 때문에 정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입니다. 집에 있으면 밤낮이고 새벽이고 24시간 내내 덜덜덜 진동이 느껴져요. 집을 받치고 있던 바위가 떨어져나가고 있고요. 창문도 와장창 깨졌습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주민 A씨)

정부의 최대 교통 역점사업으로 꼽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중 가장 먼저 착공한 A노선 공사 때문에 주민들이 각종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가 시작된 후 주변 주택에 금이 가고 창문이 깨지는 등 재산상 피해와 소음·진동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동시에 겪고 있다는 것이다.

GTX-A는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서울역·삼성역을 거쳐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까지 이어지는 총 83.1㎞ 노선이다. 노선 중 남쪽 삼성~동탄 구간은 국가 재정사업으로 2016년 10월 착공했다. 이어 2019년 6월 공사를 시작한 북쪽 운정~삼성역 구간은 수익형 민자사업으로 총 6개 공구로 나눠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24년 6월 개통이 목표다.

그런데 민자사업 노선 중 5공구에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5공구는 종로구 상명대에서 서울역을 거쳐 용산구 한남동까지 이어지는8.9km 구간이다. 5공구가 노후 주택 밀집지인 종로구 부암동과 용산구 해방촌(용산동2가) 등 지역을 지나는데, 착공 후 지금까지 이어진 발파공사와 터널공사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민원이 나오는 것.

[땅집고]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GTX-A노선 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시공사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기홍 기자


특히 종로구 부암동 일대 단독주택 거주자들의 불만이 크다. 주민들은 지하 발파공사 영향으로 집에 균열과 누수가 생기고, 문틀이 뒤틀려 방문이 잘 닫히지 않고 창문이 깨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부암동에서 40여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주민 A씨는 땅집고 취재진에게 “GTX-A노선 공사 이후 주택을 떠받치던 암반에서 커다란 돌이 떨어져 나와 자동차를 덮치는 바람에 결국 폐차시켰다. 최근에는 창문에 금이 가기도 했다”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진동과 소음이 느껴진다”고 했다.

용산구 해방촌 일대에서도 그동안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GTX 공사 시작 이후 주택 외벽에 금이 갔는데 균열이 점점 심해지고 누수가 발생하거나 창문이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시공사는 GTX-A노선 5공구 공사가 소음·진동과 관련한 법적 기준을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2020년 12월 시작한 폭약 발파 공사는 이미 끝났고 현재는 지하에서 ‘그리퍼 TBM’을 이용해 드릴처럼 깎는 굴착작업이 한창인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지상에 있는 주민이 느끼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시공사 관계자는 “애초에 인허가를 받은 후 시공사가 인근 주민에게 법적으로 정해진 피해 범위를 넘겨가면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아무래도 노선이 지나는 지역에 들어선 주택 중 노후한 곳이 대다수인데, 주택 파손 현상이 GTX-A노선 5공구 공사 기간과 겹치면서 주민 반발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한 단독주택 창문에 금이 가있다. /박기홍 기자


과거에도 교통 인프라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갈등이 발생해 법정 소송까지 간 사례가 있다. 인천시 동구 송현동 ‘삼두1차아파트’다. 단지로부터 지하 42m 깊이에 6차로 도로인 인천북항터널 공사가 2015년 착공했는데, 다이너마이트 발파 공사가 시작된 후 집집마다 금이 가고 땅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 주민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지만 결국 패소했다.

현재 부암동 주민들은 시공사 측에 피해 보상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GTX-A노선 공사 영향을 받아 파손을 겪은 주택이 300가구 정도로 추산돼 집단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시공사를 상대로 개인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주민도 등장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정확한 계측을 통해 주택 파손 현상이 정말 GTX-A노선 공사 때문인지, 혹은 단순한 노후화에 따른 것인지 면밀하게 따져본 후 피해 주민들과 보상 등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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