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준신축 아파트 국민평수 전세가가 4억원? 사실이라면 저도 들어가서 살고 싶네요”

서울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 전용 85㎡가 지난 12일 전세가 ‘4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의 평균 전세 시세는 10억원에서 12억원 사이로 4억원이라는 거래 가격은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경희궁자이는 광화문과 여의도, 을지로 등의 도심으로 이동하기 편리한 직주근접 아파트인데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과 5호선 서대문역이 반경 500m 내에 있어 종로구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이처럼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가 눈에 띄게 낮은 전세가에 거래된 사실을 두고,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특수 거래’ 혹은 ‘반전세’의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사실 확인을 위해 경희궁자이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에게 문의했더니 “반전세보다는 가족 간 특수거래의 확률이 높다”는 답변이 대세였다. 경희궁자이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싸게 전세를 준 사례로 보인다. 해당 매물 자체가 기존에 전세로 나왔던 적이 없는 매물인데다 시세보다도 너무 낮은 가격에 거래한 걸 보면 그럴 확률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땅집고 취재 결과 해당 전세 거래는 반전세 거래가 아닌 ‘전세 거래’로 확인됐다. 현재 10억원에서 12억원 사이에 거래되는 전세 매물이 4억원에 거래된 건 특수관계자 간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특수관계인끼리 저가 양수도가 가능한 것처럼 저가로 전월세 임대차 거래도 가능한데 이를 활용한 사례로 파악된다.

다만 특수관계자 간 거래더라도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면 ‘증여세’ 과세 여지가 있다. 이때 시세의 30%를 넘지 않는 가격으로 전월세 계약을 맺으면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데 해당 사례의 경우 시세보다 낮게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돼 일부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해당 거래에 대해 세무회계여솔의 박지연 세무사는 “4억원이라는 전세 금액을 설정한 건 자녀가 증여세를 전부 부담할 자금 여력이 안 돼 자녀가 부담할 만큼의 전세보증금액을 정해 자녀에게 임대했거나, 집값 하락세를 관망하면서 전세를 먼저 주고 증여 시기를 따져보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실제로 자녀에게 저가로 전세를 내주거나, 전세를 주다가 집값이 저점을 찍었을 때 증여세를 최대한 줄여서 집을 물려주는 사례는 흔하다”고 설명했다.

박 세무사에 따르면 전세 보증금의 시세 가액이 12억원이라는 가정 하에 국세청이 정한 1.2%의 정기예금이자율을 적용해 연 임대료 시세를 산출해보면 1440만원이 나온다. 경희궁자이 전용 85㎡ 저가 거래 사례의 경우, 거래된 전세 보증금 4억원 기준으로 산출한 연 임대료는 480만원(4억x1.2%)이다. 시세보다 30% 낮게 비과세로 거래할 수 있는 최저한도 금액이 1008만원(1440만원-(1440만원x30%))인데 이보다 적은 가격으로 임대를 준 것이므로 증여에 해당한다.

따라서 해당 저가 거래에 대해서는 전세기간 1년마다 시세 가액과 거래 가액의 차액인 960만원(1440만원-480만원)에 대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하지만 5년간의 증여가액이 총 4800만원으로 증여세 공제 한도인 5000만원에 못 미쳐 5년간은 비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최근 거래 내역이 없어 시세 가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계산법이 다르다. 이때는 아파트 시가의 2%를 임대료 시세로 본다. 올해 5월 경희궁자이 전용 85㎡ 매매사례가액이 22억2500만원인데 이에 따라 임대료 시세는 매매사례가액의 2%인 4450만원으로 계산된다. 4450만원에서 30%를 할인한 금액은 3115만원인데 이보다 낮은 가격인 480만원으로 임대한 것이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결론적으로 경희궁자이 전용 85㎡를 특수관계인이 저가로 임차했다면 시세로 따지면 연 임대료로 44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를 480만원에 임차한 것이므로 차액인 3970만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기증여금액이 없다는 가정 하에 3970만원이라는 금액은 증여재산공제금액인 5000만원보다 적기 때문에 1년 동안 증여세를 포함한 어떠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2년차부터는 총 증여금액인 7940만원에 대해 약 28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1년차까지는 비과세로, 2년차에는 월에 24만원 정도만 내고 합법적으로 전세 시세 12억원의 집에 4억원의 보증금을 내고 살 수 있다.

한편 부모가 자식에게 직접 아파트를 매매하는 등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직거래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자 정부는 직거래 중 편법 증여나 명의신탁 등이 의심되는 불법 거래에 대해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는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는 경우들에 대해 집중 단속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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