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롯데건설이 올해 수주한 재개발 사업지들에서 입찰보증금 일부를 회수한 정황이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시공사의 입찰보증금 회수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면서 “롯데건설이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를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입찰보증금은 시공사의 성실한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것으로, 건설사가 수주에 성공해 정식 계약을 맺게 되면 통상 조합의 사업비로 쓰인다.
최근 재건축ㆍ재개발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올해 수주한 사업지 3곳에서 입찰보증금을 회수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땅집고 취재 결과, 실제로 롯데건설은 ▲서울 강북구 미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사업지 등 2곳에서 총 20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건설은 올 1월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성수1구역에서 입찰보증금 150억원 중 100억원을 회수했다. 성수1구역은 올해 롯데건설의 마수걸이 수주 사업지로, 성동구 성수 1656-1267번지 일대(연면적 4만7900㎡)에 지하 3층~지상 23층 아파트 5개 동, 총 27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도급 계약 금액은 1047억원이며 2024년 착공 예정이다.
이어 롯데건설은 올해 4월, 역시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낸 미아3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도 입찰보증금 3분의 1인 100억원을 회수했다. 이 사업은 강북구 미아동 439번지 일원에 지하 3층~지상 29층 아파트 12개 동, 총 1037가구를 조성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총 2543억원 수준이다.
롯데건설은 수주 반년 뒤인 지난 10월11일 미아3구역 조합에 ‘입찰보증금 대여금 전환 및 반환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반환 사유는 적혀있지 않았다. 조합은 공문을 받은 날로부터 13일 뒤 총회가 아닌 대의원회를 열고 입찰보증금 300억원 중 100억원을 반환키로 했다.
이로써 롯데건설이 두 사업지에서 회수한 금액은 200억원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서울 사업지는 (입찰보증금이) 사업비로 전환할 경우 이자가 붙는다”며 “조합 대여금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으며 조합과 협의해 결정했다. 당장 사용해야 하는 자금이 아니라면 회수하는 것이 조합과 시공사 모두 윈윈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땅집고 취재 결과 사업비로 전환한 입찰보증금은 무이자로 사용한다는 내용이 조합 자료에 명시돼 있어 사업비 회수가 조합의 이자 절감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아3구역의 경우, 조합이 입찰보증금 100억원 반환에 대한 안건을 대의원회에서 처리하는 등 조합원들 모르게 진행했다는 정황까지 파악돼 논란은 확산할 조짐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조합 돈을 쓰기 위해 최대한 서둘러 수의계약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건설은 현재까지 주요 그룹 계열사, 금융권, 수주 사업지 입찰보증금 등을 통해 1조4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롯데건설의 우발 채무 규모는 지난달 21일 기준 6조7491억원이고, 그중 3조1000억원은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한다. 금액이 턱없이 부족해 롯데건설이 수주한 사업지에 묶어둔 돈까지 손을 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한 재건축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조합에 준 입찰보증금을 회수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며 “시공사 측에서 어떤 사유를 내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입찰보증금을 회수해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사업비는 조합에 무이자로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라 롯데건설의 해명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조합이 입찰보증금 반환을 승인한 것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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