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동산 불패’의 상징인 서울 서초구 반포의 집값도 고금리와 거래 절벽의 파고 속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을 때도 ‘나홀로 신고가’를 기록했던 반포 마저 견고했던 집값 방호벽이 깨지는 양상이다.
2년 전인 지난 2020년 12월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는 30억1000만원에 매매되면서 처음으로 30억원을 돌파했다. 한달 뒤인 2021년 1월에는 31억, 7월과 10월에는 34억, 36억원에 손바뀜했다. 그야말로 '불장' 속에서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더니 올해 5월에는 39억원까지 치솟았다.
20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물건 4건이 현재 31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가격은 직전 신고가인 39억원에 비해 무려 8억(20%)이 낮은 금액이다. 수개월간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매도자가 계속 가격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매수심리 위축에도 강세를 보이던 강남권에서도 수억이 하락한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표 부촌' 반포도 얼어붙은 시장의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건 중 3건은 현재 세입자가 거주중인 중층 매물이다. 실거주가 가능한 중층 매물은 이보다 1억 높은 32억원에 나왔다. 통상적으로 바로 들어가 살 수 있고, 고층일수록 매수자 선호도가 높아진다. 저층 매물은 이보다 낮은 가격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포자이(3410세대·2009년 입주)는 사평대로를 기점으로 마주보는 반포리체(1119세대·2011년 입주), 고속터미널 너머 있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2444세대·2009년 입주)와 함께 반포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포리체의 전용 84㎡ 최저 호가는 33억원으로, 이전 거래 최고가인 34억9000만원(지난해 11월)보다 2억 가까이 낮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호가는 이전 거래 최고가인 39억원(5월)에 비해 4억5000만원 하락한 34억5000만원부터 시작된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로 거래 심리가 위축되면서 반포 일대도 거래 절벽의 악순환 덫에 걸려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십억원하는 집을 사기 위해서는 매수자가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발이 묶였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일대는 무주택자의 신규 매수가 드물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A씨는 "코인이나 주식이 잘되서 벼락부자가 되거나 스톡옵션을 받은 게 아닌 이상 기존 집을 처분한 뒤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데 집이 안팔리니 진입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고금리가 낳은 '월세의 가속화'로 매매가가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인중개사 B씨는 "반포자이 30평대가 30억을 넘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전세금이 받쳐줬기 때문인데, 최근 전세이자보다 월세가 저렴해지면서 전세값이 가파르게 내렸지 않나"라며 "결국 매매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일대 전세금은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14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6월 이 평형대 전세가는 22억원에 달했다. 현재 전세가는 6월 가격의 절반 수준인 12억5000만원부터 시작된다. 반포래미안퍼스트지, 반포리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는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반포르엘 등의 영향이 크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기 시작한 데다, 새 아파트 입주로 인해 시장이 물량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반포르엘1차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지난달 체결된 전세가격 18억원보다 30% 넘게 하락한 12억4000만원부터 시작한다. 같은 단지 전용 59㎡ 전세는 12억5000만원부터 나와 있다.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두 면적대의 가격 차이가 호가이긴 하지만 역전된 현상까지 발생했다.
아울러 반포래미안원베일리, 반포르엘 2차(280세대), 신반포르엘(330세대) 등 내년 8월까지 신규 입주 물량이 대거 예고된 점도 이 일대 집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포래미안원베일리는 2990세대로, 반포 일대에서 반포자이 다음으로 세대수가 많다. 공인중개사 C씨는 "반포르엘 1차(596세대) 입주 당시에도 반포 일대 집값이 영향을 받았듯이, 원베일리 입주 시점이 되면 주변 시세가 또 출렁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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