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에 공급되는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낮아졌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정반대다.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분양가에 예비 청약자들은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고 성토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10월 말 기준)가 3.3㎡당 2805만9900원이다. 지난해 10월 대비 12% 떨어진 가격이다. 그러나 분양을 앞둔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 ‘리버센SK VIEW롯데캐슬(중화1구역)’은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청약 흥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분양가 비싼 강남권 포함 여부에 따라 ‘고무줄’ 논란
HUG가 발표하는 ‘평균 분양가’는 공표 직전 12개월 동안 분양보증서가 발급된 민간분양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된다.
문제는 HUG 통계 조사 기간이 ‘공표 직전 12개월’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일반분양 공고가 난 사업장만 대상으로 한다. 이 기간 내 분양된 서울 아파트로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1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2월) ▲칸타빌 수유팰리스(3월)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아파트·한화 포레나 미아(4월) 등이 있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비싼 강남 3구에서는 이렇다 할 단지가 나오지 않았다.
비교 기준이 되는 전년도 조사 대상에는 3.3㎡ 당 일반 분양가 5653만원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2021년 6월 분양)가 포함됐다. 분양가는 택지비와 표준건축비에 가산비 등을 더해 책정되는데,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택지비는 입지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지난해 조사 대상에 역대급 분양가를 받은 ‘래미안 원베일리’가 들어가면서 전년도 평균 분양가는 올라갔으나, 강남에 분양 물량이 달렸던 올해는 분양가가 전년 대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HUG 통계의 경우) 올해처럼 강남권 분양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한 시기에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며 “핵심지에서 분양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반증할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면에 있는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현상만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둔촌주공 3.3㎡ 평균 분양가 3829만원…흥행 여부 주목
예비 청약자들 역시 ‘분양가가 떨어졌다’는 정부 발표를 못믿겠다는 분위기다. 다음달 입주자 모집에 나서는 ‘장위자이레디언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834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를 적용하면 전용 84㎡ 분양가는 9억5000만원대다. 이는 2020년 입주한 ‘장위래미안퍼스트하이(1562세대)’ 전용 84㎡의 지난달 실거래가격인 9억5000만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SK VIEW롯데캐슬(중화1구역)’도 비싼 분양가가 도마에 올랐다. 이 단지 분양가는 3.3㎡당 2835만원 수준에서 책정됐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아니므로, HUG의 고분양가 심사만 받는다. 전용 84㎡ 분양가는 9억1310만원~9억7920만원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는 주변 시세보다 비싼 고분양가 논란 끝에 미분양이 발생해, 최근 5차 무순위 청약 공고를 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829만원으로 정해졌다. 이 가격이면 전용 84㎡ 추정 분양가는 13억원대가 돼 중도금 대출(기준선 12억원 이하)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분양가로는 부동산 침체기에 ‘안전마진’이 거의 없다는 인식까지 확산하면서 다음달 청약을 앞두고 적신호가 켜졌다.
■완판 vs 미분양 의견 분분…‘의미없는 분상제’
분양가 통제 제도를 거치고도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가 결정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누리꾼들은 “서울은 10억 아래면 완판이다” “불안하면 안 사면 된다”에서부터 “강북 신축 대장 아파트 붕괴의 변곡점이 될 것”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둔촌주공 분양가를 보니 앞으로 분양가상한제 지역이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는 말아야겠다”고도 했다.
서울 지역 분양가는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분양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매입비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는 건설사가 매입하는 토지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철근, 콘크리트 등 자제비와 인건비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격을 저지하기 위해 보증공사 심사,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가 적용되지만 ‘무용지물’인 셈이다.
윤 연구원은 “분양가에서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라며 “올해만 해도 공시가격이 20% 이상 오른 만큼, 단순히 분양가가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또한 기본형 건축비도 3차례 올랐다”며 “분양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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