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리포트] 역세권 신축인데…전세금 반토막 난 서울 ‘마포더클래시’
[땅집고] "작년 마포프레스티지 입주 당시 30평대 전세가 13억원에도 나갔는데, 마포더클래시 전세가가 7억원대 초반이에요. 말이 됩니까? 그야말로 반토막입니다."
지난 14일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 아파트.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마포더클래시'는 마포구 대장 단지로 불리는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프자’(마포프레스티지자이) 사이에 있던 아현2구역을 재건축한 단지로 총 1419가구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과 아현역, 2·5호선 충정로역을 모두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단지 뒤로 한서초등학교를 두고 있다. 광화문역까지 직선거리로 3㎞ 떨어져 있다.
최근 역세권이면서 학세권을 갖춘 서울 도심 한복판 대단지 신축 아파트 전세금마저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세가 안나가자, 월세로 전환한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월세 시장 역시 찬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무보증금’ 매물까지 등장했다. 1년치 임대료 4200만원을 한꺼번에 내는 조건이다.
■내달 입주 마포더클래시, 주변 전세금의 절반 수준에 거래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마포더클래시' 전용면적 84㎡ 전세가는 7억2000만원부터 형성돼 있다. 바로 옆 단지인 '마프자' 전용 84㎡ 전세 매물이 올해 8월 13억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45% 가까이 낮은 것이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2월에도 13억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마포더클래시' 전세가는 입주 9년차를 바라보는 '마래푸'보다 낮다. 마래푸1단지 전용 84㎡는 이달 초 9억원에 전세 거래를 체결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7월에는 11억5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현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고금리 여파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집주인 부담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신축 아파트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입지가 우수하다는 '마포더클래시'가 직격탄을 맞은 것. 직접 입주하려는 집주인들은 기존 살던 집 전세가 빠지지 않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 세입자들은 '전세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아현역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 달에 한 건 계약도 쉽지 않다”며 “2008년 이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갈 사람이 가고, 들어올 사람이 와야 하는데 임대차 3법 여파에 금리까지 치솟아 그야말로 거래가 끊겼다”고 했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역시 “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전세대출 한도가 줄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갔다”며 “인근에 많이 사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월 100만원 정도 월세는 무리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포구 월세 매물 1637건…1년 전 대비 282% 급증
실제로 마포구에서는 월세 거래가 더 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간 '마프자'에서 체결된 전월세 계약 현황을 보면, 월세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43%(65건 중 28건)에서 올해 하반기 74%(23건 중 17건)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월세 거래 가속화는 유흥가가 없고 방송국, IT기업 등이 몰려있어 주거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인근 월드컵타운 아파트 일대에서도 나타났다. 같은 기간 '월드컵타운9단지'의 월세 비중은 21%(122건 중 26건 )에서 63%(19건 중 12건)로 늘었다.
마포구는 월세 매물 증가율이 가파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마포구에서 나온 월세 매물은 1637건으로 지난해 11월 초(428건)에 비해 282% 증가했다. 전세 매물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652건에서 2364건으로 262% 폭증했다. 매매는 1520건에서 2235건으로 47% 증가했다.
'마포더클래시'에서는 아예 보증금이 없는 임대 매물도 나와 주목된다. 전용 84㎡로 보증금 없이 임대료 42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해야 하는 단기 임대 물건이다. 임대료를 월세로 환산하면 350만원. 같은 동·같은 주택형 월세 매물은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50만원이다. 이 매물은 집주인이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고금리로 인해 전세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아현동 일대에 공급이 급증하면서 전세는 물론 월세 매물까지 쌓였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아현역 일대는 2010년 이후 신축 아파트가 꾸준히 들어섰다. 마포구 ‘마래푸’(3885가구), ‘마프자’(1694가구), ‘신촌그랑자이’(1248가구)와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1910가구), ‘신촌푸르지오’(1261가구), ‘신촌힐스테이트’(940가구) 등이다. 6개 단지를 모두 합하면 1만1000가구에 육박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을 결정하는데, 아현역 일대는 일시적으로 많은 공급이 몰렸다”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광화문 일대 직장인에게 마포구는 직주근접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전월세 수요는 꾸준한 편"이라며 "그러다보니 이 일대에 내 집을 사놓고, 외부에서 전월세를 사는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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