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저 못생긴 건물이 예쁜 파리 경관을 다 망치잖아요. 그냥 확 철거하든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파리 시민들에게 365일 까이는 건축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몰고 있다.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밝은색 위주로 지어진 파리 도심일대 저층 건물들 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거무튀튀한 빌딩이 눈에 띈다. 색상과 건물 높이 모두 주변과 대비되며 생뚱맞고 부조화스럽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이 건물은 1973년 완공한 ‘몽파르나스 타워’다. 최고 59층으로, 약 210m 높이 초고층 빌딩이다. 공사는 1969~1972년 진행해 약 4년 동안 이어졌는데, 당시 파리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여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950~1960년대 유행했던 건축 양식인 브루털리즘(Brutalism)을 적용했다. 브루털리즘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근대 건축에 반기를 들며 기능주의를 표방하기 위해 등장한 양식이다. 거대한 콘크리트나 철제 블록 등 ‘날것’ 자재를 사용해 거칠고 중후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인데,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 만큼 ‘추한 건축물’이라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
올해로 ‘몽파르나스 타워’가 들어선 지 50년째다. 사람으로 치면 반백살을 맞이한 것. 그런데 파리 시민들 사이에선 축하는 커녕 이 건물 존재 자체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평균 6층 정도 높이로 저층 건축물이 밀집해있어 오밀조밀하고 조화로운 느낌을 주는 파리 도심에 검고 흉측한 ‘몽파르나스 타워’가 들어서면서 아름다운 파리 경관이 다 망가져버렸다는 불만이 더 크다.
실제로 건물 준공 4년 후인 1977년, 파리시 당국은 또 다른 ‘괴물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축 건물 높이를 최고 36m로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그동안 지역 사회는 물론이고 2014년 파리시장에 출마한 보수 정당 후보까지도 이 건물을 철거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건물 내 천장·승강기 등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내장돼 있어 시민들 건강에도 위협이 된다는 뉴스가 퍼지면서 미운털이 더 박히게 됐다.
‘몽파르나스 타워’가 욕을 바가지로 먹긴 했지만 장점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 59층 상업용 건물인 만큼 내부에 각종 기업이 입주해있는데, 56층에는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있어 일반인 출입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 수준이라고 전해진다. 1층부터 59층까지 38초 만에 올라갈 수 있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도 경험할 수 있다 .
국내 네티즌 사이에선 파리 도심의 흉물로 꼽히는 ‘몽파르나스 타워’를 보면서 부산 해운대의 경관을 망친 ‘엘시티’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엘시티는 최고 101층, 2개동, 총 882가구 규모로 2019년 해운대 해수욕장을 끼고 완공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다. 최고 높이가 411.6m로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높다. 그동안 해운대 경관을 보존하는 지침에 따라 이 일대 건물 높이가 60m 이하로 제한됐는데, 유독 ‘엘시티’만 초고층으로 건축 허가를 받으면서 해안 경관이 망가졌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한편 ‘몽파르나스 타워’ 때문에 생겼던 건축물 고도제한은 현재 사라진 상태다. 2010년 파리시가 인구 증가를 고려해 건물 높이 제한을 완화한 것. 주거용 건물은 최고 50m, 상업용 건물은 180m까지 지을 수 있다. 이에 ‘몽파르나스 타워’가 준공한 이후 40여년 만인 2015년에 180m 높이인 ‘트라이앵글 타워’ 신축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착공해 현재 공사가 한창이며, 2026년 준공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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