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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만 내면 대박…기발한 컨셉으로 MZ세대 마음 훔치는 사장님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2.11.13 10:14 수정 2022.11.13 18:33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가 되려면 ‘MZ세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구매력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마케팅 사각지대에 있던 젊은층이 상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이다. 땅집고가 MZ세대를 사로잡은 창업주들을 직접 만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MZ세대 움직인 창업의 비밀] ⑦황윤민 위치컴퍼니 대표 “스토리가 있고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경험 제공해야 성공”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까치화방'에서 황윤민 위치컴퍼니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땅집고] 한식당 ‘무월식탁’, 네일샵 ‘위치네일스’, 서울식 쌀국수 ‘미미옥’, 햄버거가게 ‘버거보이’….

서울·수도권에 사는 MZ세대라면 한 번쯤 직접 방문했거나 SNS(소셜미디어)에서 봤을법한 이 브랜드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 개발자와 오너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 주인공은 황윤민 위치컴퍼니 대표다. 황 대표는 서울 신논현, 용산, 성수, 신당, 경기 수원(행리단) 등 최근 MZ세대에게 주목받는 상권 중심으로 총 10개 브랜드를 출시하고 2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가 출점하는 매장마다 속칭 ‘대박’을 치자, 임대인들도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땅집고 인터뷰에서 살짝 언급된 황 대표의 말을 음미해 보자.

“맛 외에도 고객이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매장을 설계합니다. 고객은 밥 한 끼 먹으러 왔다가 여행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거죠. 그 덕에 제가 운영하는 매장에는 ‘이태리보다 더 이태리 같은 브런치 카페’, ‘과거로 시간 여행 온 듯한 막걸리 주점’ 같은 별칭을 얻게 됐습니다.”

―새 매장을 낼 장소를 고를 때 고려하는 점은.
“특정 주제로 ‘스토리텔링’을 할만한 장소를 고르려고 한다. 경기 수원시 행궁동(속칭 행리단길)의 오래된 여인숙을 개조한 막걸리 주점 ‘무월’ 인근에 조선시대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지은 성곽 ‘장안문’이 있다. 무월은 정조의 효심을 모티프로 삼아 인테리어를 꾸몄다.

[땅집고] 정조의 효심을 모티프로 삼아 꾸민 경기 수원시 막걸리 주점 '무월'의 내부 인테리어 중 일부. /황윤민 대표


무월(舞月)은 ‘춤추는 달빛’이라는 뜻이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혔을 때 그를 위로해줬던 존재가 뒤주 사이로 비친 달빛이라고 생각했고 고객에게 달빛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실내에서 해당 공간을 볼 수 있도록 창을 냈고 바깥 전경이 아름답지 않은 곳은 가렸다. 달 장식이 있는 중정(中庭)은 모든 테이블에서 다 보일 수 있도록 크게 설치했다. 이러한 요소 때문에 손님은 무월을 찾을 때 일종의 관광지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땅집고] '무월' 내부에서는 수원 장안문이 잘 보인다. 매장 한 가운데에는 달 모양 장식을 배치했다. /무월 인스타그램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브런치 카페 ‘쇼니노’를 내면서는 이태리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손님들이 ‘용산구 이태리동’이라는 별칭도 붙여줬다.”

―인테리어는 금방 식상해지는데.
“교통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한 위치에 매장을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주차 공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아무리 매장이 훌륭해도 교통이 불편하면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대표적인 곳이 경리단길이다.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 식당이 들어서 경험할만한 요소는 풍부하다. 하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교통 환경이 열악해 상권이 쇠퇴했다고 볼 수 있다.

멋진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의 후광 효과를 공략하기도 했다. 네일아트 전문점 ‘위치네일스’의 경우 헤어숍인 ‘준오헤어’ 인근에 내려고 했다. 준오헤어가 세련되고 멋진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위치네일스에도 긍정적 외부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땅집고] 서울 용산구에 있는 브런치 카페 '쇼니노'. /쇼니노 인스타그램


―매장이 잘 되면 임대료가 오르고, 운영 비용도 늘지 않나.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을 더 내려고 노력했다. 수익 구조를 다각화한 것이다. 매장에 손님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매출이 발생할 수 있도록 ‘온라인’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봤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케이크와 꽃을 함께 파는 카페 ‘까치화방’이다. 까치화방 성수점은 지하철 건대역, 성수역, 어린이대공원역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고 보기 어렵고 이 일대가 오피스 상권이어서 주말과 평일 저녁에는 집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꽃과 케이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매장이 일종의 창고 역할을 하게 됐고 손님이 오프라인으로 찾지 않아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다만 운좋게도 위치컴퍼니는 건물주가 급격하게 임대료를 올리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매출이 줄었을 때는 임대료를 깎아준 임대인도 있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월세를 급격하게 올려 임차인이 자주 바뀌고 공실이 나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임대인이 배려해주는 만큼 자체적으로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인상하는 등 임대인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땅집고] 꽃과 커피, 케이크를 함께 판매하는 '까치화방'. /전현희 기자


―앞으로 계획은.
“이달에 서울 중구 신당동에 치킨 브랜드 ‘발라닭’(balladak)를 출점한 이후 당분간 기존 브랜드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장을 차리기만 하면 다 잘됐기 때문에 브랜드 확장, 매장 확장에 재미를 느끼고 양적 성장에 집중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지 두 번째 되던 해 손해가 커지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됐다. 브랜드 별로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브랜드가 많으면 논의만 하다가 실질적으로 전략을 실행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 브랜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내 푸드코트에 입점한 매장은 다 철수했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도모하게 된 것이다.

다만 위기상황에 대비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도 세우는 중이다. 이번에 내는 치킨 브랜드는 분산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치킨은 배달 주문이 많아 온라인 시장이 크고 소위 ‘치맥’ 문화도 있어 오프라인 시장도 형성돼 있다. 실제 치킨 시장은 우리나라 150조원 규모 외식업 시장에서 9조원 정도 차지한다. 위험 분산 차원에서 치킨 브랜드는 추후 매장을 확장할 때 가맹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예비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가 상상하고 지향하는 ‘꼴’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촌스럽고 우직하게 메뉴 하나만 고수하고, 누군가는 감각적인 콘텐츠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수 있다. 자기가 원하는 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필요한 일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원하는 것이 내가 실제 잘 할 수 없다면 안하는 것이 낫다. 아무리 멋진 사업장을 보고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해도 내가 하지 못하면 어설프고 이상한 결과물이 나온다. 축구를 보고 해당 기술을 익혀도 몸이 그대로 따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뭘 잘 하는지 모른다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자기가 뭘 잘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잘하는 회사에 와서 경험하는 훈련도 필요한 것이다. 나도 처음 요식업을 시작했을 때 ‘와라와라’, ‘피쉬앤그릴’ 등 가맹점을 운영하며 많은 걸 배웠다. 시도해 볼 기회가 여럿 주어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총알이 한 발 뿐이라면 귀히 여겼으면 좋겠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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