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왜 안 풀어" "잘됐네" 규제 안 풀린 지역들 극과 극 아우성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2.11.11 16:25 수정 2022.11.11 16:28

[땅집고] “재건축도 희망이 없고, 죄다 노후한 아파트뿐인데 거래가 얼어붙어 이사를 가기도 어렵습니다, 아파트값은 계속 떨어지고, 정부가 분당은 버린 건가요?”

“우리 지역이 과천과 동급이라니 자부심이 듭니다, 하락기에 규제 완화는 집값이 더 빠르게 떨어진다는 신호라는데 다행인 것 같기도 하네요.”

지난 10일 정부가 서울과 경기 4곳 외 모든 지역의 규제 지역을 해제했다.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지방 전체(세종 제외)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데 이어 이번에 수도권도 대거 해제되는 셈이다. 규제 지역은 서울,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만 남게됐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의 규제가 풀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파격적인 조치란 평가가 나왔다.

[땅집고] 11월10일 부동산 규제 해제지역. /조선DB


하지만 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규제지역으로 여전히 남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하락기에 규제 완화가 마냥 달가운 신호만은 아니란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일단 “적절한 시기에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규제지역 해제 효과를 면밀히 살핀 뒤 서울과 경기 4곳 등에 대한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 “재건축도 안해주면서 규제만” vs. “하락기에 규제 풀면 집값 더 떨어져”

1기 신도시인 성남 분당구 주민들은 규제지역이 그대로 유지돼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였다. 분당은 올초 대선 정국에서 공론화 된 재건축 공약에 힘입어 가격도 상승하고, 재정비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1기 신도시 사업 추진 계획이 불투명해지고, 속도도 나지 않으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 이후 3차례 단행된 규제지역 완화에서도 제외되면서 실망감은 더 커지고 있다.

성남시 탁동선 해링턴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정부가 재건축을 해준다면서 연초에 개발 기대감이 높았던 곳이라 그만큼 실망감도 큰 것 같다”며 “생각보다 아파트 노후화가 심해 재건축이 꼭 필요한데, 재건축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고 현재는 거래가 너무 얼어붙어서 가격이 얼마나 하락하고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정도”라고 했다.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 아파트 84㎡는 지난 4월 16억3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정부 취임 이후인 5월 한 달 만에 13억원까지 하락했다. 시범삼성 59㎡도 3월 12억원에 거래됐는데 8월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10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부동산에 나온 매물은 많지만, 거래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땅집고] 1기 신도시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시범단지 전경. / 김지호 기자


올 상반기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크게 휘청인 광명시 주민들도 억울하단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공간에서 광명시 주민들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수억원씩 빠졌는데, 왜 규제 해제지역에서 제외하는 것이냐”,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게 죄냐”고 토로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명시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아파트값이 4.13% 하락했다. 수도권 서부지역에서 가격이 크게 낮아진 시흥(-5.48%), 의왕(-4.89%) 다음으로 하락폭이 컸다. 특히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입주 단지가 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 철산동 ‘철산래미안자이’ 84㎡는 지난해 13억원에서 올해 11억원대로 떨어졌다. 현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9억5000만원까지 낮게 부르고 있다. 여기에 광명시는 내년까지 약 1만500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분양을 앞둬, 넘쳐나는 물량에 따른 하락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땅집고] 경기 광명시 분양 예정 사업지 개요. / 부동산R114


하지만 일각에선 “광명이 과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자부심을 가지라”며 규제지역으로 남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이 좋기만한 신호가 아니란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에선 네티즌들이 “하락기에 규제를 풀면 집값이 더 하락한다”는 이야기도 돈다. 경기 안양시의 한 공인개사무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규제지역을 지정하면 주민들이 정부가 유망지를 짚어주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곤 했다, 실제로도 규제가 발표되면 수요가 더 몰리고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하지만 이번에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완화한 것은 현재 부동산 경기가 정말 심각하고 앞으로 더 하락장이 펼쳐질 것이란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했다.

■ “지금 집을 팔기도, 사기도 애매”…집값 하락은 어쩔 수 없을 듯

집을 처분하고 이사하려는 1주택자들 사이에선 이번 규제지역 해제가 마지막 이사 기회가 될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내년 경기 침체 국면 등 여건은 무주택자들이 쉽게 주택 구매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1주택자 김모(38)씨는 “이번에 처분하지 못하면 10년은 물릴 것 같다”며 “하지만 대출 규제 등이 풀려도 최근 금리 인상 속도가 워낙 가팔라서 집을 받아줄 무주택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 어느 가격 수준에 집을 내놔야 팔릴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당장의 거래 회복보다는,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과 전체적인 경기 침체 국면을 선제적으로 고려한 처방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연구원은 “금리가 치솟고 있어 매수자들이 대출을 많이 내서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으로 급한 매물이 소화되는 효과는 있다”며 “규제 해제 지역인 수도권에서 하락세가 일부 둔화할 수는 있지만, 집값의 약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주택 공급 기반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며 “향후 주택 시장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비롯해 국내 대출 금리가 미국을 따라 크게 오르기라도 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부터 대출을 많이 낀 순서대로 부실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고, 심각한 국내 경기 침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데이터랩장은 “과거처럼 낮은 규제의 틈새를 찾아 유입되던 공시가격 1~3억이하 소액 주택 거래나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를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움직임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규제지역 해제로 가격 하락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집값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난 몇 년간 주택 경기 호황기 때 집값 조절 수단으로 활용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정책들은 빠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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