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치열한 접전 끝에 대우건설에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내준 롯데건설이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작년과 올해 굵직한 수도권 정비사업지 수주전에서 연거푸 패배한데 이어 기대감이 컸던 한남2구역에서조차 고배를 마시면서다.
롯데건설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이미 지난해 성적을 웃돈다. 하지만 꼭 이겨야 하는 상징적인 사업장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한남2구역 패배는 롯데건설 프리미엄 브랜드인 ‘르엘’(LE-EL)의 완패로 보는 시각이 커 더 뼈아프다는 평가다.
■특화설계에 금융혜택 제공…총력전에도 패해
지난 5일 열린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 임시총회에서 대우건설은 참석 조합원 760여 명 중 410명에게 표를 얻으며 시공사로 선정됐다. 롯데건설은 불과 68표 차이로 패했다. 당시 총회장에는 ‘르엘’ 마스크를 낀 직원들이 출동해 조합원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썼지만, 결과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롯데건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한남2구역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롯데건설도 단지명으로 ‘르엘 팔라티노’를 내세우고 각종 금융혜택과 특화 설계를 제시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한남’은 입에 올리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최근 2~3년간 핵심 사업지에서 잇달아 수주에 실패했는데 마지막 기대감을 가졌던 사업지마저 패배하면서 사기가 크게 꺾였다는 전언이다. 한남2구역 수주전 패배의 후폭풍은 연말에 있을 임원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인사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롯데, 올해 정비사업 수주실적 3위…핵심지 선점엔 실패
올해 롯데건설 수주 실적은 매우 좋은 편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4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수주한 2조2230억원보다 91.72% 늘어난 수준으로, 누적 수주액 순위도 작년 6위에서 올해 3위로 올라섰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사업지만 총 13곳에 달한다. 대부분 수의계약인데 서울 관악구 봉천1-1구역 재건축, 대전 도마∙변동 4구역 등 세 곳은 경쟁 입찰로 따냈다.
문제는 핵심 사업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은 2018년에 시공 계약이 해지됐다. 지난해 8월 총 사업비 4800억원 규모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DL이앤씨에게, 11월 대구시 동구43구역 재개발 사업지는 현대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에게 각각 시공권을 내줬다.
올해는 더욱 뼈아프게 놓친 사업장이 많다. 올 초 경기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지에서 HDC현대산업개발에게 완패했다.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 사고로 HDC현산 이미지가 바닥을 찍은 상황에서조차 수주에 실패해 체면을 구겼다.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 제시하고도 패해…전략 수정하나
롯데건설이 수주에 실패한 정비사업지 중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과 한남2구역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르엘’을 제시했다. 업계는 롯데건설이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인 ‘르엘’을 앞세우고도 실패한 것에 대한 타격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생 브랜드여서 핵심 입지에 깃발을 많이 꽂아야 하는데, 아직 브랜드 입지가 약하다 보니 계속된 수주 실패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롯데건설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기존 롯데캐슬 브랜드가 밀린다고 판단해 2019년 르엘을 론칭했다. 2013년부터 DL이앤씨 ‘아크로’,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현대건설 ‘디에이치’ 등으로 이어진 하이엔드 브랜드 붐에 뒤늦게 올라탄 셈이다. 현재 서울 주요 입지에서 완공 후 입주까지 마친 500가구 이상 르엘 단지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반포르엘’ 뿐이다.
르엘은 강남이나 한강변 등 서울 최고급 주거지역을 겨냥한 한정판 브랜드다. 그러나 최근 수주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시면서 브랜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는 완공, 입주 단지가 매우 중요한데 르엘은 입주까지 마친 단지가 불과 한 곳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핵심 입지를 확보해 르엘 깃발을 꽂는 것이 롯데건설의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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