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주택시장 월세화 현상이 아파트를 넘어 오피스텔까지 보편화하면서 일부 오피스텔 월세가 급등하는 추세다. 올해 전국 오피스텔의 경우 월세 거래가 50%를 차지해 시장 전반에 월세화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청년이나 1인 가구 등 주거 취약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가격이 불안정할 때 세입자가 받는 타격이 훨씬 클 전망이다.
■ 오피스텔도 월세 비중 50% 넘어…젊은층 주거 안정에 적신호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계약 기준)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오피스텔의 월세 거래비중은 2020년 45.8%에서 2021년 48.7%로 늘었고 올해 52.2%로 높아졌다. 지역별로 서울이 54.1%로 가장 높고 경기(53.2%), 인천(41.9%) 순이다.
월세 거래가 늘더라도 매물이 충분하면 세입자 피해가 적다. 하지만 매물이 부족한 곳에서는 월세화를 통해 임대료 급등 위험이 높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는 전년보다 47.9% 늘었다. 올해 9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평균 월세도 79만1000원으로 재작년 77만8000원, 작년 78만1000원보다 오름세였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 연구원은 “월세를 찾는 신규 수요뿐만 아니라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갱신 수요가 늘면서 월세가격도 오르는 추세”라며 “월세가격 상승과 더불어 수도권 오피스텔 월세시장에서 보증금이 1년치 월세가격 이하인 ‘순수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오피스텔 주요 임차인인 젊은 1~2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 정부 대책서 ‘세입자 보호책’ 쏙 빠져…“서민에겐 도움 안돼”
현재 실수요자들이 월세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주 원인은 아무리 하락세라고 해도 여전히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금이 서민의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9966만원으로 지난해 2월(5억9739만원) 이후 1년 8개월 만에 6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2월은 집값과 전세금이 유례없는 고점이었다. 오히려 최근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서 서민의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청년층 주거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을 내놓았고, 다음 날인 27일에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부동산 관련 추가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공공분양이라고 하더라도 신규 아파트 완공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된 내용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규제지역 추가 해제·중도금 대출보증 확대 등 1주택자나 기존 청약 당첨자의 대출 여건 완화에 포인트가 맞춰졌다. 당분간 전월셋집을 전전해야 하는 서민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이다.
업계에선 월세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전세 보증금 이자를 고정금리 등으로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더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 6월 무주택 세대주가 부담하는 월세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최고 12%에서 15%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 급여액 5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는 월세액의 15%를 세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연봉이 5500만~7000만원 이하라면 10%에서 12%로 올라간다. 하지만 현행 소득기준으론 웬만한 맞벌이 부부나 중장년 1인 가구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미 기존 주택을 보유했거나, 목돈을 많이 모아둔 실수요자에게 유리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에겐 전혀 실효성이 없다”며 “현재 부동산PF 부실 위기로 신규 공급이 더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 공급 대책도 재고 주택 활용보다는 신규 주택 공급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에 내집마련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 교수는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전월세 대출도 한도보다 이자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등의 실질적인 세입자 보호책이 더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세입자 보호가 약한 나라가 없는데, 정부의 민생안정대책에 세입자 보호 대책이 빠진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에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지역별 표준 임대료를 기준으로 소득의 일정 부분만 월세로 부담할 수 있는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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