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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평당 1400만원 뚫었다…'역대급 공급' 앞두고 건설업계 벌벌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2.11.03 07:46 수정 2022.11.03 10:25
[땅집고] 올 11월 분양을 앞둔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장위래미안포레카운티' 아파트 공사 현장. /장위4구역 제공


[땅집고]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 1구역을 재개발해 지난해 5월 입주한 ‘래미안포레카운티’. 이 단지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입주 당시 최고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1억원에 팔리더니, 10월엔 2억원 더 내려 9억14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이 단지 남측 장위 4구역엔 2840가구 규모 ‘장위자이레디언트’가 이달에 분양한다. 이 단지의 일반 분양가는 3.3㎡(1평)당 2834만원. 이 분양가라면 59㎡ 7억원대, 84㎡ 9억원대로 각각 예상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았지만, 지난해 입주한 신축 단지 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올해 새 아파트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평균 10% 상승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3.3㎡당 평균 1400만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지난 6월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분양가에 필수 경비를 포함하고, 자재값 등 비용 상승분도 반영하면서 4% 정도 상승은 예견된 상태였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건설사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는 등 금융비도 증가했다.

문제는 분양가는 오르는데 집값은 하락하고 청약 수요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 업계에서는 수도권 핵심지에서도 무더기 미분양이 나오거나 건설사가 분양을 아예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에만 6만가구 분양할듯…대량 미분양 나오나

[땅집고] 연도별 11월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 / 부동산R114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11월 전국에 새 아파트 6만131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1월(3만413가구)보다 2배 이상 많다. 2015년 11월(7만4861가구)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느냐는 것.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중도금 대출 규제 한도를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규제지역을 풀었다는 점에서 청약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분양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458만원이었다. 지난해 말(1320만원)보다 10.4% 오른 셈이다. 작년 같은 기간(1296만원)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12.5%까지 커진다.

공급이 늘어도 급등한 분양가와 금리 인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가 많지 않아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땅집고] 2022년 11월 분양 예정 주요 아파트. / 부동산R114


심지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분양마저 수요가 얼어붙은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을 받은 인천영종 A60블록 공공분양 일반공급(1·2순위)은 659가구 모집에 57건이 접수되면서 500가구 넘게 미달됐다. 이 단지는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3억 9153만원으로 인근 ‘영종힐스테이트’의 작년 최고가(6억원)보다 2억원 이상 저렴하고, 지난달 실거래가 4억5000만원보다 6000만원 정도 낮았다.

지난 10월 경기 안양시에 분양한 ‘인덕원자이SK뷰’는 현재 502가구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청약 접수에서 평균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508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이후 무순위 청약 마저도 6명만 신청했다.

■ 분양가와 시세 ‘비슷’…청약 흥행과 별도로 미계약 사태 발생할 수도

서울은 이달에 올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진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를 비롯해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SK뷰롯데캐슬’(1055가구),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파크프레스티지’(752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들은 주변 시세와 분양가가 엇비슷하다. 중화동 ‘리버센SK뷰롯데캐슬’은 분양가가 3.3㎡당 2835만원으로 책정됐다. ‘장위자이레디언트’와 비슷하게 84㎡ 주택형이 9억원 중반 수준에 분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근에 있는 신축 ‘e편한세상화랑대’ 84㎡는 1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억원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올들어 2억원 급락했다.

서대문구 홍은13구역을 재개발해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둔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는 3.3㎡당 2910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84㎡ 기준 9억~10억원대다. 하지만 바로 옆 단지인 ‘북한산두산위브1차’ 84㎡는 올 1월10억1000만원에서 4월 9억9000만원으로 가격이 하락해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거의 없다.

[땅집고] 2022년 하반기 분양 단지 예상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 시세 비교.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각 업계


업계에서는 일단 11월 첫 분양을 시작하는 장위 4구역 성적을 주목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약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대출 한도를 높여주더라도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앞서면 집을 구입하기 어렵다”며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관망세에 접어들면서 미분양·미계약 가구가 대량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학과 특임교수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고물가와 금융비용 상승을 고려하면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 미분양 리스크를 떠안기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아파트 매물도 저렴한 상황이어서 건설사가 분양을 최대한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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