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오는 5일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수주전에 뛰어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도넘은 경쟁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누가 시공권을 따내든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근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가짜 조합원 동원설’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9일 한남2구역 합동설명회장에 뜬금 없이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 조합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대우건설을 규탄한다’며 피켓 시위를 벌이면서다.
이에 흑석11구역과 대우건설 측에서는 진짜 조합원이 아닌 롯데건설 측이 고용한 ‘가짜 조합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롯데건설 측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도넘은 공방전이 지속하면서 한남2구역 조합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 한남2구역 합동설명회장에 흑석11구역 비대위…“니가 왜 거기서 나와”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지난 29일 열린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사업 1차 합동설명회에 흑석11구역 조합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손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대우건설이 추가 이주비를 준다더니 이자만 떠넘기고 있다면서 시위를 벌였다. 손팻말에는 “흑석11구역 약속은 어떡하고 한남2구역에는 사탕발림을 하고 있느냐”며 “대우건설의 불안한 신용등급에 은행이 도망갔다. 조합원들 파탄 난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앞서 대우건설은 기본이주비(법적 한도 내 40%)에 추가이주비로 40%(신용공여)를 제안해 지난해 초 흑석11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추가 이주비 대출은 1+1 또는 다주택자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순조롭던 사업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내부 혼란을 겪고 있다. 추가 이주비 대출 금리가 기본 이주비 대출 금리인 5.16%보다 2%p이상 높은 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시위단은 “대우건설이 대주단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흑석11구역 조합∙대우건설 “진짜 조합원 아냐…롯데의 네거티브”
정작 흑석11구역 측에서는 “피켓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조합원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최형용 흑석11구역 재개발조합장은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흑석11구역은 비대위가 없다”며 “사업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지역으로, 전날 대의원총회를 거치는 등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1509가구 규모에 조합원 수가 809명에 달하는 흑석11구역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추가 사업비 대출 접수를 받는다. 오는 24일부터 기본 이주비 대출이 실행되는 등 2023년5월24일까지 이주 일정이 계획돼 있다.
다만 대우건설이 대주단 모집에 한 차례 실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레고랜드발 채권 디폴트 이슈로 인해 채권 자체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흑석11구역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추가 이주비 대출이 12월 중에 바로 실행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대우건설 관계자는 “추가 이주비 대출 금융기관사와 금리는 이달 중순쯤 정해질 것”이라면서 “주변 상황의 문제지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이번 피켓 시위 배후에 한남2구역 경쟁 상대인 롯데건설이 있다고 보고 있다. 흑석11구역 가짜 조합원을 동원해 한남2구역 현장을 흔들어, 결국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공작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흑석11구역 조합원을 사칭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 “말도 안 되는 주장”…조합측, 선넘은 경쟁에 피로감 호소
반면 롯데건설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8000억원 규모의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은 올해 하반기 서울 도시정비사업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사수하려는 대우건설과 재정난 이슈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이 수주전에 뛰어들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넘은 출혈 경쟁에 한남2구역 조합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양사는 홍보공영제를 강조하는 조합의 요구도 무시한 채 합동설명회까지 0S요원을 동원한 과도한 경쟁에 나서 조합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홍보공영제는 건설사가 조합원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블라인드에 자신을 한남2구역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두 건설사의 끝을 보면서 많은 조합원이 열받았다”며 “홍보공영제 안 지킨 걸로 용산구청에 민원 넣고 패널티 없으면 조합도 배임죄로 고소할 생각이다. 합동설명회 이후로 몇 표를 잃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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