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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제한? 118m로 지어줄게!"…8000억 한남2구역 수주 승자는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1.01 08:13 수정 2022.11.01 18:04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위치도. 오는 11월 5일 한남2구역이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조선DB


[땅집고] 올해 하반기 서울 도시정비사업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이른바 사활을 건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총 공사비만 8000억여원에 달하는 초대형 재개발 사업이기도 하지만, 서울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에서 수주할 경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남2구역은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72-3 일대 11만여㎡로 재개발 사업으로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동 총 1537가구가 들어선다. 한강변 노른자위 땅인데 인근 남산 경관 보호 목적으로 고도제한(90m 이하)을 받고 있다. 한남뉴타운 총 5개 구역 중 3구역에 이어 두 번째로 사업 속도가 빠르다.

오는 5일 시공사 선정 총회에 앞서 지난 29일 열린 1차 합동설명회에선 양사 대표이사가 출두해 조합원에게 큰 절을 올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지명으로는 대우건설이 ‘한남 써밋’, 롯데건설이 ‘르엘 팔라티노’를 각각 제시하며 여러 금융혜택과 특화설계로 조합원 마음 뺏기에 나서고 있다.

[땅집고] 서울 한남동에서 바라본 남산 일대. /박기홍 기자


양사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번 수주전 승패는 ‘고도 제한’에서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고도제한’에 대한 접근법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대우건설은 90m 고도제한을 깨고 아파트 높이를 118m까지 높이겠다는 이른바 ‘118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대우건설은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을 고려하면, 한남2구역에 걸려 있는 고도제한이 완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오 시장이 그동안 서울 스카이라인을 제한했던 ‘35층 룰’을 폐지하고 높낮이가 다양한 건물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추후 한남2구역 고도 제한도 풀릴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에 짓는 ‘한남 써밋’ 아파트 높이를 최고 118m로 정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최고 층수는 조합 원안 설계인 14층에서 21층으로 상향된다. 대우건설은 만약 이 같은 설계가 불가능할 경우 시공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은 확약서를 백정완 대표이사의 서명을 찍어 조합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한남2구역에 ‘118 프로젝트’를 적용하더라도 남산 7부 능선을 절대 가리지 않는다. 건폐율은 32%에서 20% 초반까지 낮추고, 용적률 역시 200%대로 기준을 지키는 상식적인 내용의 제안서”라며 “원안설계 착공이 2025년이나 돼야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그 때까지 서울시를 설득해 90m 고도 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규제가 풀리고 나서 설계를 다시 짜면 사업이 지연되니 조합원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조합 측에 발송한 '118 프로젝트' 확약서.


롯데건설은 대우건설 제안이 조합원 기만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 높이를 멋대로 높이는 설계를 제시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추후 인허가 과정에서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 기간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고도제한 때문에 서울시로부터 인허가 퇴짜를 맞고 아파트 높이와 층수를 낮춘 사례가 적지 않다. 인근 한남3구역이 대표적이다. 2014년 최고 29층, 118m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았지만, 서울시로부터 ‘아파트가 남산 7부 능선을 가려서는 안된다’라는 의견에 따라 2017년 높이를 90m로 낮췄다.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역시 2013년 최고 30층으로 재건축 계획안을 제출했으나, 한강변관리계획에 따라 북쪽 매봉산과 연계해야 한다는 서울시 방침으로 최고 층수가 20층으로 확 줄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높이나 용적률 등 정비계획을 바꾸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 자체가 사업이 지연된다거나 지자체와의 갈등을 빚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인근 구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허가가 지연되면 결국 손해는 조합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남2구역 조합원 반응은 엇갈린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고도제한 완화를 겨냥한 설계를 고집했다간 괜히 인허가권을 쥔 용산구청과 서울시에 밉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아무래도 14층 아파트보단 21층 높이로 지어야 조망권과 재산 가치를 지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수주전이 과열되자 결국 용산구청이 조합과 대우건설, 롯데건설에 각각 공문을 보내 과열 경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양사가 경미한 변경의 범위를 초과하는 혁신 설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상황으로, 이는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과 조합의 입찰참여 규정 위반이며 조합원들의 정확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혼선을 초래하는 명백한 위반행위”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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