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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맞붙었다…래미안 vs 디에이치 울산서 빅매치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10.28 07:38 수정 2022.10.28 17:06

[땅집고] 총 사업비 2조원, 공사비만 1조원 규모인 울산광역시 B0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놓고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15년여 만에 맞붙었다.

내달 2일 시공사 입찰 마감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두 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업 시공권에다 양사의 자존심까지 걸린 입찰이다 보니 자칫 경쟁 과열로 인해 해묵은 진흙탕 싸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땅집고] 공사비만 1조원이 넘는 울산 최대 재정비 사업지인 '울산B04 재개발 사업지. /매거진H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15년 만에 자존심 대결

울산 B04 재개발 사업은 중구 교동 190-4 일대를 재개발해 지하 4층~지상 29층 공동주택 55개 동에 총 4080가구(임대 20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 1조2000억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만 2조원이 넘는 지방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힌다. B04구역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전체 공급 물량 중 조합원 물량(1035가구)과 임대가구를 뺀 나머지 2839가구가 일반분양으로 예정돼 사업성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지는 2007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2015년 롯데건설과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속도를 냈었다. 그러나 공사비 협상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올 6월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입찰 참여 의사를 보이는 곳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다.

삼성물산은 자금력과 브랜드를 앞세워 시공능력평가 1위를 지키고 있고,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 수주액 8조원을 돌파한 도시정비사업 부문 최강자다. 삼성물산은 최근 4~5년간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 물량이 적었던 공백을 메워야 하고,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전 승리를 계기로 도시정비 1위 입지를 굳히겠다는 입장이다. 두 건설사간 맞대결은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에는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땅집고] 현대건설이 지난 8월 홍보 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울산B04구역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받은 공문. /부동산커뮤니티


■입찰 마감 앞두고 물밑 홍보전 뜨거워

11월2일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을 앞두고 현지에서는 겉보기엔 조용하지만 물밑에서 두 회사간 홍보전이 치열하다. 재개발 조합이 클린수주 사업장을 지향하며 입찰 참여 시공사에 대한 홍보 외부인력 OS(outsourcing)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관으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조합은 OS요원이 조합원을 직접 접촉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다만 조합원의 알권리를 위해 부동산중개업소 방문은 허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지난 8월 OS요원이 조합원 집에 방문해 개별 홍보를 시도하다가 적발돼 조합으로부터 ‘지침을 준수해 달라’는 내용의 주의 공문을 받은 것. 이 공문에는 “대면홍보 사실이 조합에 접수됐고, 현대건설 측은 대면홍보 시작과 동시에 조합 요청으로 즉시 중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합은 위반 사항이 경미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며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사안이 경미해도 울산 중구청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 입찰 지침을 어긴 만큼 최악의 경우 입찰 무효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건설이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 10~20명 대상으로 자체 브랜드 디에이치 아파트를 도는 기차 투어를 진행한 것도 입길에 올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문을 받은 사안은 OS요원의 독단적 판단에 따른 행위였고 바로 제지했다”며 “기차 투어는 조합원이 아닌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 중 신청자에 한해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 현대건설은 앞으로도 클린수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땅집고]울산B04구역 재개발 사업지 주변에 내걸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홍보 현수막. /독자 제공


‘클린홍보’를 앞세운 삼성물산은 OS요원을 무리하게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삼성물산이 OS요원을 대거 동원해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 이른바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리서치 담당 직원들이 주변 중개업소를 다니면서 조합원 취향이나 선호도를 파악했을 뿐”이라면서 “중개업소에 나눠준 물품은 갑티슈와 판촉물이다. 조합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주는 것으로, 위법 행위는 전혀 없다”고 했다.

■‘래미안’ 정통성이냐, ‘디에이치’ 브랜드 파워냐

현재까지 두 건설사는 총 7차례 공식 홍보를 진행했다. 삼성물산은 단일 브랜드 ‘래미안’의 전통을 강조하며 조경을 최대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은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와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나이대별로 선호 브랜드가 갈리고 있어 민심의 향배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업지 인근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나이가 좀 있는 조합원은 ‘래미안’이 지방에 내려왔다는 점 자체에 굉장히 큰 호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정보가 빠른 젊은층은 ‘디에이치’가 서울 어느 지역에 지어졌는지 알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시평 1∙2위 업체가 서울도 아닌 울산에서 경쟁한다는 것 자체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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