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규제지역 추가 해제 등 대대적인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어서 거래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동산 업계는 시장 폭락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조치 계획’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중도금 대출 보증 확대(9억원 이하→12억원 이하) ▲청약당첨자 기존주택 처분기한 연장 ▲규제지역 추가 해제 검토(11월 중)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폭락을 방지하는 연착륙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봤으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 한해서는 투기지역이라 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50%까지 허용하고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주택자와 1주택자는 비규제지역의 경우 LTV가 70%, 규제지역은 20~50%가 적용되고 있다. 또한, 무주택자일지라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는 15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대출 한도 확대가 가계 부채 증가세와 부동산 시장 급등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인식에서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부동산 시장 심리가 빠르게 가라앉자 이번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치솟고 있어 매수자들이 대출을 내서 집을 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며 “고가주택 거래에 다소 숨통은 트일 수 있으나 심리가 위축돼 있어 시장이 상승으로 반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 정부에서 근거도 뚜렷하지 않던 고가주택 15억원 기준이 폐기된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주택 금액대에 무관하게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완화된다”고 평가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들도 서울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도록 중도금 대출 보증을 확대하는 것이다. 2016년 8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 대출 보증은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서울·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요 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기준 상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정부는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를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 위축에 이어 아파트 청약 시장도 빠르게 냉각되자 분양가 9억원 초과(분양가) 중도금 집단대출 불가 규제를 12억원 초과로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약수요자의 대출 여력을 시장에 맞게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청약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기한도 2년으로 대폭 연장된다. 기존에는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기존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는 입주 가능일 이후 6개월 내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했다. 다만 이 부분은 청약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나 기존 주택의 매매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서울·수도권 일대 규제지역도 11월 중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다음달 개최되는 주거정책심의원회(주정심)에서는 전국 투기과열지구 39곳, 조정대상지역 60곳을 대상으로 규제지역 추가 해제가 검토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9월 21일 열린 주정심에서 조정대상지역 101곳 가운데 41곳 및 투기과열지구 43곳 중 4곳을 해제했다.
사실상 규제지역으로는 서울·수도권 지역과 세종만 남아있다. 추가로 규제지역 해제가 이뤄질 경우 현재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도권 일대 지역도 규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일부 지역과 세종시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은 규제를 완전히 풀기는 어렵겠지만, 조정대상지역으로 규제 수위를 한 단계 낮출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다음 달 주정심을 열어 규제지역을 해제한다면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6월과 9월에 이어 세번째 조치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새 정부 취임 이후 주정심이 두 번이나 열렸음에도 11월 중에 주정심을 개최하는 것은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시장 냉각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서울 강남과 수도권 핵심지역을 제외하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조기 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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