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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이자 대신 내드릴게요"…이제 '역월세'까지 등장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0.27 07:41

[땅집고] 최근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역월세 거래 사례. /이지은 기자


[땅집고] “곧 전세계약 만기인데 세입자가 더 저렴한 곳으로 이사나갈까봐 너무 걱정입니다. 돌려줄 목돈도 없거니와, 대출받더라도 이자가 너무 비싸서 감당이 안되거든요. 만약 계속 살겠다고 하면 몇십만원 정도를 현금으로 지원해줄 생각이에요.” (30대 집주인 A씨)

최근 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에게 ‘역월세’를 제안하고 있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역월세란 계약서상으로 전세보증금을 낮추지 않는 대신, 세입자가 인하하기를 원하는 만큼의 전세금에 대한 대출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집주인이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거래 방식을 말한다. 한마디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되레 월세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전세금 시세가 하락하자, 이 기회에 기존 전셋집에서 보증금이 더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려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세입자를 놓치면 타격이 큰 상황이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2~3%대이던 전세대출 금리가 최근 최고 7%대로 치솟으면서 전세 수요가 급감하자 전국 곳곳에서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전세 세입자가 퇴거할 경우 집주인은 수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줘야한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목돈이 없거나, 보증금 액수만큼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수두룩하다. 이에 집주인들이 궁여지책으로 매달 일정 액수의 현금을 세입자에게 건네는 역월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동안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이나 새아파트 입주량이 많은 지역에서, 혹은 ‘영끌’한 집주인들이 역월세를 제시하는 사례가 많으며 전세보증금 1억원당 월 30만~40만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월세 거래 방식은 이렇다. 2년 전 집주인과 세입자가 보증금 5억원에 전세계약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현재는 같은 주택형 아파트의 전세 시세가 3억5000만원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세입자가 집을 뺀다고 하면 집주인은 보증금 5억원을 돌려줘야 하는데, 당장 현금이 없다. 새 세입자를 찾기도 어렵지만 운 좋게 들어올 사람이 있다고 해도 보증금을 3억5000만원 이상 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결국 기존 세입자를 상대로 보증금 격차인 1억5000만원에 전세대출금리를 적용한 수준의 현금을 세입자에게 건네는 것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역월세로 현금을 챙길 경우 이사비·중개비를 비롯해 새 집을 구할 때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땅집고]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 추이. /조선DB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역월세가 전세시장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갑을관계’가 역전되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4년여 동안 전세난이 심각했던 반면 올해 들어서는 전세 매물이 쌓이고 전세보증금 시세가 낮아지면서 전세난은 사라졌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수요가 급감하자 집주인이 현금을 지원해서라도 세입자를 붙잡아야하는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에서도 보증금이 크게 저렴한 급전세 위주로만 전세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이 5억9966만원으로, 지난해 2월(5억9739만원) 이후 1년8개월 만에 처음 6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예를 들어 강북권에선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가 이달 초 보증금 7억7500만원에 전세거래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1억원대 전세 거래가 수두룩했는데, 이보다 3억원 이상 낮아진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3%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전세 시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역월세 현상도 따라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격이 크게 낮아진 지방 대도시나 수도권 외곽, 또 전세가가 최고점을 찍었던 2020~2021년쯤 전세 계약이 이뤄졌던 주택에서 역월세 거래가 특히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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