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CCTV만 무려 54대…교도소 버금가는 최악의 日아파트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10.23 11:07
[땅집고]올 상반기 일본 전국 최악의 멘션으로 꼽힌‘하타가야 레지던스’. /유튜버 ‘안협소’


[땅집고]”월세가 아니라 자기 집인데도 교도소 수준으로 감시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집이 있다고요?”

일본이 올해 상반기 선정한 전국 최악의 맨션이 화제다. 일본 수도인 도쿄 한 가운데 있는 데다가 집안 내부도 깔끔한 ‘하타가야 레지던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맨션은 왜 일본 최악의 맨션으로 꼽혔을까.

[땅집고]하타가야 레지던스 내부 화장실. /유튜버 ‘안협소’


유튜버 ‘안협소’에 따르면 이 맨션은 1974년 일본 도쿄도 시부야구 하타가야에 준공한 10층짜리 건물이다. 300가구 규모로, 겉보기에는 평범한 나홀로 아파트처럼 보인다. 바로 앞에는 편의점 ‘로손’이 있고, 게이오선 하타가야역과 사사즈카역까지 도보로 각각 7분, 8분 거리에 있는 역세권 단지다. 넓게 보면 도쿄 메인 지하철역인 시부야역과 신주쿠역과도 트라이앵글 구도에 있다.

내부도 깔끔하다. 베란다와 수납공간이 있고 깨끗한 욕실도 갖추고 있다. 주변 주거시설에 비해 임대료와 시세 모두 매우 저렴하다. 일본 부동산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맨션에서 가장 많은 전용 29 ㎡의 임대료는 8만엔(한화로 약 77만원) 수준이다. 전용 35㎡은 9만2000엔이고, 가장 큰 면적인 전용 50㎡의 경우 19만8000엔 수준이다. 매매가격도 말이 안 되게 싸다. 맨션 일대의 전용 35㎡ 시세는 3500만엔이지만, 해당 맨션은 1500만엔에 불과하다.

[땅집고]하타가야 레지던스의 수상한 룰 일부. /유튜버 ‘안협소’


입지나 내부 컨디션이 좋고, 임대료까지 저렴한데 왜 최악의 집으로 선정됐을까. 바로 이 맨션만이 가진 수많은 룰 때문이다.

우선 친구나 외부 사람을 데려와 재우면 5000엔(약 5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고, 이사시 입주비와 퇴거비로도 5000엔을 내야 한다. 요양도우미는 출입이 금지되고, 외국인은 출입이나 입주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후 9시 이후에는 정문을 폐쇄하고, 한 집에 컴퓨터 1 대 이상 둘 수 없게 정했다. 와이파이도 정해진 것만 사용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은 입주나 매매가 금지된다. 이 맨션에는 CCTV가 무려 54대나 달려 있어 사생활 보장이 어렵다.

이런 끔찍한 룰의 원인은 이 맨션의 관리조합에 있는 이사 6명에 있다. 이들은 25년간 총회 의결권을 독점하고, 맨션 관리규약만 총 40페이지 분량을 만들었다. 입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규약이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21세기에 있는 아파트라고 믿기 힘든 수준이다.

[땅집고]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하타가야 레지던스 룰. /유튜버 ‘안협소’


입주할 때는 면접을 봐야 하는데 관리조합의 마음에 들지 못 하면 입주가 불가하다. 8월, 12월에는 어떤 공사도 할 수 없다. 냉난방 공사는 꿈도 꿀 수 없어 피해를 보는 입주민이 생길 정도다. 관리조합은 우편함마저 체크한다. 리모델링은 이상한 이유를 대면서 못하게 한다. 하물며 변기 색깔까지 통제한다. 한 입주민의 경우 변기 색을 핑크색으로 교체했는데 관리조합의 과도한 지적으로 결국 자비를 들여 다시 하얀색 변기로 바꿨다.

2017년 이사회가 바뀐 이후 주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입주 희망자가 살기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집을 둘러볼 수도 없게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300가구 중 절반 이상의 입주민들은 이사회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다. 이사회로 인해 맨션의 자산가치가 떨어진 탓이다.

그러나 이사회와 대립할 경우 피곤한 싸움에 휘말리기 때문에 조용히 살거나 집을 팔고 나가는 쪽을 택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사회가 바뀌는 등 관리조합이 정상화 해야 이 맨션 가치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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