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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지경까지…양주 집값, 그야말로 수직하강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2.10.21 08:10 수정 2022.10.21 08:12
[땅집고] 경기 양주시 옥정동 옥정센트럴파크푸르지오. /전현희 기자


[땅집고] 지난 한 해 23% 넘게 집값이 올랐던 경기 양주시의 부동산 시장이 암흑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집값 하락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미분양 물량도 감당할 수 없을만큼 쌓여,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올해와 내년 1만7000가구가 넘는 입주 폭탄으로 양주시 집값이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도 나온다.

■ 양주 옥정신도시 집값, 전고가 대비 30% ‘뚝’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최북단에 있는 양주 옥정신도시는 약 1142만㎡ 면적에 주택 6만여 가구, 인구 16만여명을 수용하도록 계획됐다. 양주시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져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2020년 부동산 상승 경기를 타고 7호선 연장선 인근 아파트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해 지난 한해동안 집값 상승률이 23.32%(한국부동산원 자료)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지난 3일 KB부동산 시세 기준으로 한 주간 0.93% 하락해 전국 1위의 낙폭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양주시 집값은 4.12% 떨어져, 경기권에서 6번째로 하락률이 높다.

부동산 상승기 때 7호선 연장선인 옥정중앙역 인근의 준공 5년차 이내의 신축 아파트가 시세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양주 옥정동 '옥정센트럴파크푸르지오' 전용 58㎡는 지난달 2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9월 기록한 4억9800만원에 비해 2억원 가량 하락한 금액이다. ‘e편한세상옥정어반센트럴’ 84㎡는 지난달 4억3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작년 12월 6억3000만원의 신고가에 비해 1억9500만원 하락했다.

전세가도 수직하강 중이다. 옥정신도시 내 전용면적 75㎡ 전세가는 2억원대에서 최근 1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6년 입주 당시 수준이다.

■ 급매물에 입주폭탄 ‘엎친 데 덮친 격’…집값 하락 주도

현지에서는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매도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기존 주택을 급매로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 시세가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양주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1만7021가구가 입주한다. 특히 금리인상으로 대출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매도자들의 경우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급히 집을 판 것이라는 분석이다.

옥정신도시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A씨는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기존에 살던 집을 팔고 갈아타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도자들 집값이 오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앞으로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내년 6월 이전에 양도세 비과세를 받아야 하거나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급하게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 경기 양주시 입주물량. /부동산 지인


양주시 자체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 몰려있는 입주물량도 양주시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양주시 인근 의정부시에서도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까지 7587가구가 입주한다. 옥정신도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B씨는 “경기 북부를 찾는 외지인들이 양주·의정부 등을 주목하는데 지난해 10월 의정부에 2521가구 규모 탑석센트럴자이 아파트가 입주했다”며 “상대적으로 서울 접근성이 나은 의정부로 수요가 분산돼 양주시 집값 하락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 “당분간 하락 지속” vs “지금이 오히려 매수 기회”

양주시 집값은 회복될 수 있을까. 내년까지 양주시 입주 물량이 적정 수요를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당분간 집값 침체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옥정신도시에서 활동 중인 공인중개사 C씨는 “상승기에는 외지인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입주가 많으면 주거환경이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내년에는 월에 한번꼴로 입주가 예정돼 있는데 시장 침체기가 지속된다면 양주 거주자들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소화돼야 하는 상황이라 당장 내년까지 집값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2024년 이후부터는 수도권 북부지역에서 공급이 끊기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까지 2기 신도시 입주를 마무리하는 시기라 옥정신도시를 비롯해 파주 운정신도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등에서 공급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부동산 침체로 매수세가 크지는 않지만 시장이 회복되면 3기 신도시 입주 전까지 더이상 새아파트 공급이 없어서 오히려 매수세가 없는 시기에 저렴하게 내 집 마련 기회를 갖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신축 분양 단지들의 경우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현재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나온 역세권·초품아 아파트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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