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대가 모은 작품만 600점…"신진작가가 대가로, 가장 보람되죠"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10.20 11:05 수정 2022.10.21 11:32

[땅집고] 파주출판단지에 '갤러리박영'을 만든 안종만 박영사 회장. 파주출판단지의 1호 미술관이다. /오재우 작가


[땅집고] “허허벌판이었던 파주에 1호 갤러리를 내고 무상으로 신진 작가를 발굴한다고 했을 땐 다들 미쳤다고 했죠. 그렇지만 햇병아리 작가가 세계적인 대가(大家)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일보다 보람찬 일이 있을까요.”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 단지인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위치한 파주출판단지. 이 곳에는 출판단지와 함께 2008년 11월 문을 연 1호 갤러리인 ‘갤러리박영’이 있다. 이 갤러리를 만든 주인공은 출판사 박영사의 2대 회장인 안종만 회장이다. 안 회장은 부친인 고(故) 안원옥 선대 회장이 1952년 부산 부평동에서 창업한 박영사를 물려받아 국내 굴지의 사회과학 학술서적 전문출판사로 키워냈다.

[땅집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미술품 컬렉터로 활동 중인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 /오재우 작가


박영사는 출판사로도 이름을 알렸지만, 미술계에서도 유명하다. 안 회장은 소문남 그림 애호가인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그림 보는 눈을 키웠다. 동양화만 모으던 부친과 달리 안 회장은 전광영 등 국내 작가를 비롯해 루이스 부르주아, 나이젤 홀, 바스키아 등 해외 현대미술작품까지 아우를 정도로 컬렉션 규모가 방대하다. 그의 장녀인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도 미술계에서 유명한 컬렉터다. 3대째를 거치며 수집한 미술품만 600점이 넘는다.

오는 11월 2일 조선일보와 땅집고가 주최하는 ‘미술품투자의 시대 5기’ 강의에선 ‘갤러리박영’에서 개최하는 아트콘서트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11월 5일 파주 갤러리박영에서 열리는 아트콘서트에서는 문화와 건축 예술 강연을 비롯해 갤러리 전시투어, 작품 해설 등이 진행된다. 다음은 안 회장과의 인터뷰.

[땅집고] '갤러리박영' 외관. 갤러리는 건축가 김영조가 설계했으며 3개의 전시실과 미디어 카페를 갖춘 1000평(3300㎡) 규모에 달한다. /갤러리박영


-갤러리를 파주에 연 이유는.
“1995년쯤 젊은 출판인들끼리 해외를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벨기에의 레뒤, 네델란드의 브레드봍, 프랑스의 리옹, 독일의 라이프치히 등에서 ‘책의 마을’이 한 사회에 엄청난 인프라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동행했던 출판인들이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의 마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든 곳이 파주 출판단지다. 나도 그때 600평을 샀다. 이곳에 작가를 도울 수 있는 작업실을 짓자고 해서 건물을 올리다 보니 볼륨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상업시설인 갤러리와 비상업시설이 공생하는 문화예술 복합공간이 들어서게 됐다.”

-미술관 형태가 범상치 않다. 건축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2001년 지인들과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아트페어에 갔는데 건물을 잘 지어놓으니 인파가 들끓는 모습을 보고 건축의 힘을 느꼈다. 한국으로 들어와서 파주출판단지에 쇼핑몰 ‘이채’를 지었다. 지금은 무너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설계한 일본계 미국인 건축가 미노루 야마사키 팀에게 설계를 맡겼다.”

[땅집고] '갤러리박영' 내부. 갤러리박영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입주 작가였던 이주형 작가가 올해 초부터 6월까지 진행한 초대전의 모습. /갤러리박영


-힘든 시절 갤러리 운영에는 차질이 없었는지.
“파주출판단지 조성 작업이 난항을 겪으며 갤러리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갤러리 개관 때부터 진행하던 작가 후원 프로그램이 중단된 적도 있다. 2008년, 2009년 위기 때 그림이 날 살렸다. 1995년에 샀던 그림을 10여 점 팔면서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미술계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사업은 ‘박영사’ 브랜드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다. 선대 회장인 아버지는 박영장학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지난 30년 동안 청년 1000명 이상을 지원했다. 나는 이 정신을 미술계 청년 작가 지원을 통해서도 실현하고 있다.”

-어떤 작가들을 배출했는지.
“갤러리가 오픈한 지 10년이 훌쩍 넘으면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거친 작가가 중견 작가가 됐다. 대가가 된 사람들도 있다. ‘블룸버그 뉴컨템포러리스 2021’에 선정된 이진준 작가가 대표적이다. 2023년 개관 예정인 카이스트미술관 관장으로 임명됐다. 이 외에도 김범수, 이지현, 이주형 작가 등이 있다. 최근 취임한 안수연 대표가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사업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미술품 투자의 시대 5기 모집>

조선일보와 땅집고가 주최하는 ‘미술품 투자의 시대 5기’ 과정이 11월 2일 개강합니다. 미술품 투자에 대한 기본 지식과 트렌드, 좋은 작품 고르는 법 등을 주제로 다룹니다. 국내 대표 미술품 투자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함께 진행합니다. 11월16일까지 총 5강으로 진행하며 이론강의 4회, 현장 전시투어 1회가 포함됩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경매사와 아트 디렉터가 강사로 참여합니다.

수강료는 100만원이며 선착순 30명 안팎 모집합니다. 사전예약하면 10만원 할인 혜택을 드립니다. 홈페이지(realtyevent.chosun.com)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문의(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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