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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인데 입주율 10%?…전국 집어삼킨 '미입주 대란' 공포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0.18 11:09 수정 2022.10.18 11:12


[땅집고] 올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새아파트마다 미입주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새아파트에 어렵게 청약 당첨되고도 입주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위축과 금리 인상 여파로 분양대금 잔금을 치를 여력이 없거나, 기존 주택을 제 때 팔지 못하는 등의 이유가 대부분이다. 전세라도 들이면 숨통이 트이련만, 전세시장도 꽁꽁 얼어있긴 매한가지다.

지방이나 수도권 변방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미입주 단지가 포착되면서 ‘미입주 대란’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강남 한강뷰 아파트 입주율이 10%?

[땅집고] 서울 서초구 '더샵반포리버파크' 아파트 입주율이 10%에 그친다는 내용의 공문. /더샵반포리버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더샵반포리버파크’는 총 140가구 규모로 올해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새아파트다. 강남권 한복판 입지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전용 49㎡(21평)의 분양가가 15억~18억원으로 전국 최고가 수준이었는데도 완판에 성공한 단지다. 그런데 지난 9월 25일 이 아파트 입주 지정기간이 끝났는데도 현재 입주율이 10% 가량에 그치고 있다. 강남권 한복판 입지인 아파트인데도 대거 미입주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더샵반포리버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가 최근 아파트 시행사인 MDM플러스에 발송한 공문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협의회는 공문에서 “우리 단지의 입주지정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입주율이 10%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유권 이전을 위한 잔금 대응이 어려운 세대가 있는데, 이 중 상당수(약 40% 이상)는 계약 해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분양대금 중 잔금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집주인들이 많아 미입주 사태가 터졌으며, 수억원 위약금을 물더라도 분양계약을 파기하고 싶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땅집고] 네이버 부동산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2억원이 붙은 '더샵반포리버파크' 매물도 보인다. /네이버 부동산


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보니 소위 ‘마피’가 붙은 ‘더샵반포리버파크’ 매물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49㎡ 매물이 호가 14억5000만원에 등록돼있는데, ‘마이너스피 2억’이라는 부연설명이 붙어있다. 집주인이 최초로 16억9000만원 호가를 불렀다가 이달 2억원을 내린 14억9000만원짜리 매물과, 당초 19억원이었으나 두 차례에 걸쳐 호가를 낮춰 현재 16억9000만원에 나와 있는 매물도 눈에 띈다.

■전국 아파트 4채 중 1채가 미입주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입주 대란이 수도권 외곽 및 지방에서 시작돼 강남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경기 화성, 인천 검단·송도 등 새아파트 입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불 꺼진 아파트’가 늘고 있는 현상이 이미 관측돼 왔다.

올해에만 1만2000여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는 인천 검단신도시에선 7억~8억원이던 34평(전용 84㎡) 분양권이 최근 4억원대로 떨어지고, 전세금은 1억~2억원대로 급락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하반기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 르엘’(596가구)과 동대문구 ‘래미안 엘리니티’(1048가구) 등은 전체 가구수의 절반 이상이 전월세 매물로 나왔으나 세입자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땅집고] 올해 8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과 집주인마다 미입주한 원인. /이지은 기자


미입주 사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6.8%로, 전달에 비해 2.8%p 하락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미입주 원인은 ▲기존 주택매각 지연 44.7% ▲세입자 미확보 27.7% ▲잔금대출 미확보 21.3% 등의 순이었다. 즉 최근의 아파트 미입주는 거래절벽, 역전세난, 금리인상, 자금조달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입주 대란, 건설사 줄도산으로 번질까 ‘촉각’

미입주 대란 조짐에 건설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입주는 분양 마무리 단계로, 통상 분양대금의 30~40%에 달하는 잔금이 들어오는 만큼 시행사·건설사의 현금 유동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아파트 공급자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편 ‘더샵반포리버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시행사인 MDM플러스에 ▲시행사 보증 형태로 연이율 4~6%대의 대출상품 은행과 협의 ▲또는 15억원 이상 주담대 규제 피하기 위한 잔금 인하 ▲입주기간 이후 연체 이자에 대한 적정 수준 분담 ▲계약 해지 위약금(분양대금의 10%) 인하 등을 요청한 상태다.

시행사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MDM플러스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해당 아파트가 분양가 15억원 이상 고가 단지다보니 대출 면에서 정부 규제를 받는 데다가, 당초 분양계약서에서 정한 잔금이나 위약금 액수가 있어 수분양자들이 제안한 바들을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는 10월 18일 입주예정자들과 면담을 통해 협의점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자문단은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때 전국 곳곳에 미입주가 터지면서 중소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하기도 했다”며 “현재 경기가 침체된 데가 기준금리가 3%로 더 오른 상황이라 입주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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