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무공무원에게 거짓말 했다간 과태료 무려 1억?

뉴스 글=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입력 2022.10.13 12:03 수정 2022.10.16 14:42

[박영범의 세무톡톡] 세무공무원의 진술·자료제출 요구 거부하면 과태료 회당 1억원?

/조선DB


[땅집고] 지난 9월 윤석열 정부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2022년 세제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세수의 선순환으로 경제 활력을 높이고, 조세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납세자 친화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이번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개편안 중 ‘조세회피 관리 강화 방안’이 눈에 띕니다. 방안에는 ▲양도세 이월과세 제도 합리화 ▲개인사업자의 업무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 의무 강화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 상향 등이 마련됐는데요. 이 가운데 마지막 방안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앞으로 세무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거부하는 경우 매기는 과태료 금액을 올리겠다니, 대체 얼마나 많은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걸까요.

[땅집고] 2022년 세제개편안 중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 상향 항목. /기획재정부


국세기본법 제88조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 상향’ 조항 개정 이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탈세 방지 목적으로 질문·조사권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직무집행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를 기존 ‘2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상향한다고 합니다. 이는 오는 2023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직무집행 거부 분부터 적용합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2018년12월 31일까지 조세범 처벌법 제17조 ‘명령 사항위반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규정’을 국세기본법으로 가져온 겁니다. 관할 세무서장은 소득세법·법인세법 등 세법의 질문·조사권 규정에 따른 세무공무원의 질문에 대해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그 직무집행을 거부 또는 기피한 자에게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규정인데요. 즉 2018년 이전에는 조세범 처벌법에 있던 규정이 국세기본법으로 넘어오면서, 세법을 위반한 자에 한해 적용하던 것이 일상적으로 적용하는 세법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 규정은 납세자를 겁주기 딱 좋습니다. 실제로 2019년 이후에 지방국세청이나 세무서에서 납세자에게 요구하는 자료 제출과 소명자료 요구서마다 하단에 ‘세무공무원의 질문에 대하여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장부 등의 조사 또는 제출 명령에 거부·기피하거나, 허위 장부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88조에 따라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땅집고] 국세기본법상 거짓진술, 직무집행 거부 및 기피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 /이지은 기자


국세기본법 제88조 제1항에 따른 과태료 부과기준은 ‘국세기본법 시행규칙 제69조 과태료의 부과 기준의 별표 1과 같다’라고 규정합니다. 해당 부과 기준이 ▲수입금액 1000억원 초과 2000만원 ▲500억원 초과~1000억원 이하 1500만원 ▲10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 1000만원 ▲100억원 이하 500만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번 세법 개정안에 따라 2023년부터는 과태료가 최소 25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으로, 5배나 오릅니다.

그런데 세무사가 보기에 이 규정은 문제가 있습니다. 납세자에게 징벌적 처분을 이중으로 내리게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부정행위로 법정 신고 기한까지 세법에 따른 국세의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100분의 40(역외거래에서 발생한 부정행위인 경우에는 100분의 60)을 적용하는 부정 과소 신고 가산세를 내야 합니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한 과태료까지 매겨지면서, 납세자가 진술·자료 미제출한 횟수에 따라 많으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야 할 수도 있는 셈입니다.

[땅집고] 이번 개편안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세무공무원이 자의적 해석과 판단으로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법령에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입니다. 세무공무원이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으로 납세자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지요. 2018년 이전에는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뒤 과태료 처분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세무공무원이 진술·자료 제출 독촉 공문을 발송할 때마다 1회 처분을 내릴 수도 있게 됐습니다.

또 수입금액이 100억원 이하인 영세사업자는 추징 세액이 수십만원으로 소액에 불과하더라도, 세무공무원이 내린 진술·자료 제출 요구 횟수에 따라 수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처분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초 내야 할 세금 및 가산세보다 과태료가 훨씬 비싸지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위헌 요소도 있어 보입니다. 세법보다 더 상위에 있는 헌법에선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제12조 제2항)고 규정하면서 국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조사공무원이 진술·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납세자가 자기 보호 차원에서 거부·기피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반면, 이번 개편안에선 조사공무원 요구를 듣지 않을 경우 최대 1억원 과태료를 매긴다고 하니 두 법이 충돌하는 겁니다.

현행 세법은 이미 납세자가 납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징 세액의 절반에 가까운 가산세를 매기도록 하고 있습니다. 탈루 세액과 관련 없이 세무조사공무원의 진술·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회피한다고 해서 구체적인 기준 없이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하는 이번 개편안은, 단순한 조세 회피 관리 강화 세정을 넘어 가히 ‘공포 세정’이라고 불릴만합니다. /글=박영범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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