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러다 다 죽을 판" 돈줄 꽉 막힌 건설업계 초비상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2.10.11 07:49 수정 2022.10.11 19:20
[땅집고] 공사비가 급등해 공사가 중단된 서울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조선DB


[땅집고] “요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에요. 초우량 개발회사 몇 곳을 빼면 아예 대출 문이 막혔습니다. 그나마 PF 조달 금리가 올 상반기만 해도 평균 연 6% 안팎에서 이제는 연 10~12%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이제 막 땅을 샀거나 인허가를 받아 분양을 앞둔 업체 중심으로 도산하는 회사가 조만간 속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금융권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완전히 조이면서 건설·부동산 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땅은 샀는데 추가 사업비를 빌리지 못한 중소 디벨로퍼 중심으로 줄도산 우려도 나온다. 돈줄이 막혀 민간 개발사업이 계속 중단되면 주택 공급에도 결국 문제가 생겨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해진다.

일각에서는 현재 부동산 PF 대출 잔액만 11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금융권 돈줄 죄기가 자칫하면 금융과 건설업의 동반 부실마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확한 부동산 PF 대출 실태 파악과 함께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증권사, 저축은행, 여신전문사 임원들과 연쇄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어려운 시기 금융회사들이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라”면서도 “정상적인 PF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출이 원활하게 취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PF대출잔액 110조 넘어…건설사 우발채무도 급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란 금융사가 신용도와 담보 대신 사업 계획과 프로젝트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 기법을 일컫는다. 부동산 PF 의 경우 아파트·주상복합·상가 등을 시공해 미래에 들어올 분양 수익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이 개발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고 시공사가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땅집고] 일반적인 부동산PF 구조. /한국기업평가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진 가운데 대출 규모가 커지자 지난 7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동산PF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급증했는데, 올해부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국면에 직면하자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 추가 확보와 PF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2012년 37조 5000억원에서 무려 80조원 증가했다. 올 6월 말 PF대출 연체율은 0.50%로 2013년 PF대출 부실사태 당시(8.2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올 들어 오름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0.18%였다.

2011년 PF 부실 사태 이후 대출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 제1금융권에 비해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했다. 2012년 4조9000억원이던 보험사의 PF 대출 규모는 올 상반기 43조3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2조9795억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12조9848억원으로 10조원 넘게 증가했다.

[땅집고] 부동산 PF 우발채무 위험 지역. /한국기업평가


[땅집고] 업체별 부동산PF 우발채무 현황. /한국기업평가


PF 우발채무 규모도 급증했다. 우발채무는 현재 빚은 아니지만 앞으로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한국기업평가(KR)에 따르면 올 6월 말 21개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총액은 15조 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말(13조 5000억 원)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이는 연대보증과 자금보충을 합한 것으로 채무인수는 포함하지 않았다. 특히 조사 대상인 전 등급군의 건설사가 보유한 PF 우발채무 가운데 미착공 사업 비중이 높았다. 롯데건설·GS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 등 대기업도 PF 우발채무 가운데 미착공 사업 비중이 70%를 웃돌았다. 미착공 사업장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사업 진행이 멈춘 곳이어서 나중에 악성 채무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은 PF 사실상 전면 중단

우발채무가 급증한 가운데 신규 PF마저 줄줄이 중단되면서 개발회사들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PF는 사실상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와 보험사도 연 10~20%에 달하는 초고금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제2 금융권으로부터 받는 PF인 브릿지론 만기 연장 시 최대 연 20% 이자가 붙는데, 금융기관 조달비용 등을 포함하면 30%대 이자를 요구받았다”고 토로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런 상태로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자금 흐름이 악화해 도산하는 업체가 줄지어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했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건설·개발 업계 위기 조짐은 현실화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건설사 도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개 건설사가 도산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8개가 문을 닫았다. 시멘트, 철근 등 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착공을 미루는 사업장도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22만3082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8% 급감했다. 아파트 착공 물량은 16만7622가구로 27.2% 줄었다.

■전국 미분양 늘어…“대책 마련 시급”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면 PF 우발채무가 늘어나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최근 분양 시장은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미분양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772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말 1만7710가구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많다.

시행사들은 금융사가 갑자기 대출 원금을 회수하거나 고금리를 요구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고통 분담을 위해 정상 금리 이상의 과도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지양해주길 바란다”면서 “정부가 PF보증 대상이나 요건도 확대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사업비 조달 효율을 높이려면 결국 사업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 사업지는 인허가를 빨리 처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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