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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하고 구구단 게임 가능?"…월세 76만원 행복주택 논란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10.10 06:24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일대에 공급한 수서역세권 행복주택에 투시도. /LH


[땅집고] “LH 강남 수서역세권 행복주택, 보증금도 월세도 어마어마한데 ‘벽간소음’이 최하등급이라니…. 이게 맞는 걸까요?”

이달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일대에 짓는 ‘수서역세권 A1블록’ 행복주택에 대한 추가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총 830가구 규모로, 2020년 12월 처음으로 입주자모집공고를 냈던 단지다. 하지만 입주일(2023년 12월)을 앞두고 계약 포기 등을 이유로 366가구가 다시 물량으로 풀렸고, 이달 재청약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수서역세권 행복주택은 총 3개 블록(A1·A2·A3)으로 구성한다. 지하철 3호선과 수인분당선, SRT가 지나는 수서역 2번 출구까지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려 입지는 수도권 안에서도 좋은 편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청약을 받은 A2블록은 평균 경쟁률 17대 1, 최고 207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땅집고] 수서역세권 행복주택은 지하철 3호선과 수인분당선, SRT 노선이 지나는 수서역을 끼고 있어 입지가 좋다는 평가다. /LH


그런데 수서역세권 행복주택 입주자모집공고를 확인한 청약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LH가 짓는 행복주택마다 층간·벽간 소음 문제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데, 이곳 역시 소음과 관련한 주택 성능 등급이 ‘최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단지 임대료가 다른 행복주택보다 비싸다는 점에 청약자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A1블록을 기준으로 가장 큰 주택형인 전용 44㎡ 임대료가 보증금 1억4160만원에 월세 51만원이다. 목돈이 없는 경우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수 있는데, 최대로 전환하면 보증금이 1860만원으로 낮아지는 대신 월세가 76만원 정도로 훌쩍 뛴다. 행복주택 치고는 임대료가 센 편이다. 하지만 이 단지가 강남권에 속하는 데다 수서역 역세권으로 입지가 좋기 때문에, 이 정도 임대료는 납득이 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땅집고] 수서역세권 행복주택이 다른 임대주택에 비해 임대료가 다소 비싼데도 벽간소음 관련 성등 등급이 별 1개짜리 최하점이라 일부 청약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 /LH


하지만 수서역세권 행복주택 임대료가 비교적 고가로 책정됐는데도 벽간소음에 취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입주자 모집공고문에 기재된 주택성능등급표에 따르면, 이 단지 소음 관련 항목 중 ▲세대 간 경계벽의 차음 성능 ▲교통소음(도로·철도)에 대한 실내외 소음도 ▲화장실 급배수 소음 등 3개 항목이 별점 4개 만점에 1개로 최하 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과 직결되는 나머지 2개 항목(경량·중량충격음 차단성능)도 별점 2개를 받아 점수가 낮다.

한 예비청약자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강남수서 행복주택 벽간소음 최하등급, 이게 맞는걸까요?”라며 “보증금도 월세도 어마어마한데, 옆집과 구구단이 가능하고 윗집에서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가 밤새 들린다는 것 아니냐. 이 정도면 벽에 석고보드만 댄 것 아니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땅집고] LH가 공급한 임대주택 내 층간소음, 벽간소음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MBC 캡쳐


실제로 그동안 LH 임대주택에선 층간소음이나 벽간소음으로 인한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집 안에서 구구단을 외면, 바로 옆 이웃집이 구구단 계산 결과를 내놓는다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소음 문제가 단순 분쟁을 넘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진 적도 있어, LH 임대주택 청약자 입장에선 희망 입주단지의 소음 관련 성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LH는 ‘강남수서 행복주택’ 설계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해당 아파트는 벽체나 바닥 두께 등 요소가 지구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구조로 이뤄졌다. 당초 층간·벽간소음 취약도가 다른 임대주택에 비해서 특별히 낮지도 않다”며 “당초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성능 기준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 준공 허가가 안난다”고 했다.

그럼에도 LH는 임대주택 입주자들의 층간·벽간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사전 인증을 받은 바닥 완충 자재더라도 본격 착공 전 ‘견본 시공’을 통해 소음차단 성능을 미리 확인하고, 이후 실제 공사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 또 층간소음저감 TF를 구성해 우수 자재를 발굴하고, 신(新) 바닥구조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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