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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문 틀어막은 美은행…부동산 시장도 쥐죽은듯 잠잠

뉴스 글=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2022.10.02 09:56 수정 2022.10.02 10:07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곳간 문 틀어쥔 은행에… 상업 부동산 시장 숨 고르기 들어가나

[땅집고] 미국 뉴욕 소재 빌딩 모습./조선DB


[땅집고] 얼마 전 뉴욕에 있는 상업 부동산 뱅커와 통화를 했다. 최근에도 활발히 부동산에 대출을 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김빠지는 답변이 돌아왔다. "숨을 좀 고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 초까지 활발히 대출을 했는데, 요즘은 자산이 좋고 이자가 높아도 큰 액수의 대출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말 그대로 ‘관망’이다. 사실 뜻밖은 아니다. 다른 은행들도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요즘 대출 시장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최근 어느 렌더(Lender·대출기관)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조만간 만기가 돌아오는 오피스 자산의 대출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다. 연장 옵션이 있는 대출도 아니다. 렌더 입장에서는 연장을 안 해주면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산이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차입자가 만기를 몇 달 앞두고 기존 렌더와 연장이 가능한지 떠보는 것이다. 그만큼 신규 대출로 재융자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최근에 은행들이 대출 이자를 공격적으로 높이고 있다. 심지어 텀시트(Term sheet·투자계약서)에 사인까지 마친 이후에도 기존 조건 대비 2% 이상 대출 이자를 높여 계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참 대출받기가 어렵다. 상업 부동산 시장이 대출 때문에 흔들린다.

[땅집고] 미국 캘리포니아 스탁턴시(市)의 2층 주택 앞에 걸린 ‘For Sale(팝니다)’간판./조선DB


■美은행, 고금리 기조 속 대출액수도 고삐…부동산 거래 급냉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 요즘 은행들을 보면 연상되는 말이다. 은행들이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출액수에도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기준금리와 경제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자만 높으면 대출 거래량을 늘려야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커 곳간 문을 틀어쥐고 있는 것이다.

금융 정보 회사인 트렙(Trepp)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들은 미국에서 부동산 대출을 보증하는 206억 달러의 증권을 발행했다. 1분기에 비해 41%(290억 달러) 가까이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특히 6월 발표된 소비자 물가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시장 심리가 급격히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6월에는 약 36억 달러의 상업 부동산 증권만 발행했다. 이는 2월(89억 달러) 대비 절반도 되지 않는다. 3분기가 더 걱정인 이유다.

상업 부동산 시장은 대출 시장이 좌지우지한다. 지난해 부동산 거래가 역대 최대치를 찍은 큰 이유 중 하나가 역대 최저치의 이자율이었다. 부동산 정보 회사인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Real Capital Analytics)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내 상업 부동산 거래량은 총 80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전 역대 최고치였던 2019년 6000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섰다.

그러나 정점 뒤엔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분위기가 지난해와 전혀 다르다. 올해 2분기 상업 부동산 거래량은 85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특히 최근에는 높은 이자로 상대적으로 작은 딜(Deal·거래)들은 성사되기가 어렵다고 한다.

[땅집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미 연준은 지난 6월 이후 한 번에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3번 연속 단행했다./AP 연합뉴스


■ 경제 불확실성 여전…부동산 시장 숨고르기 이어질 듯

문제는 금리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점이다. 아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미국 연준(Fed)은 올해만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세 차례나 단행했다. 아직 11월과 12월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기다리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 상승의 전망이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당장 멈추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높은 금리는 자산 거래 가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하는 만큼 수익 등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보회사인 그린 스트리트(Green Street)에 따르면 상업 부동산 가격은 지난 3월 정점에서 평균 5%가량 떨어졌다. 그린 스트리트는 “부동산 투자 트러스트의 지분도 평균 11%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 시장 투자자들도 부동산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좋은 자산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대출 이자가 높다고 딜이 깨지지 않는다. 그만큼 가격을 낮추면 된다. 결국 가격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일부 부동산 코어 펀드들이 지금 혹은 다가올 가까운 미래를 자산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투자 적기로 판단하는 이유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는 이상 상업 부동산 시장의 숨 고르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발 빠른 플레이어들의 숨은 가빠지고 있다./글=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정리=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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