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4년 역사를 지닌 축구교실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니요…. 서울시가 사정을 좀 봐주면 안될까요?ㅠㅠ”
국내 최초의 유·청소년 전용 축구 교육기관인 ‘차범근 축구교실’이 9월 4회차 수업을 끝으로 30년 넘게 사용한 한강변 이촌 축구교육장을 떠난다. 1988년 설립 이후 34년만의 폐장 소식에 축구교실 수강생들은 물론이고 네티즌들이 받은 충격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지난 1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축구장 사용 허가 기간이 연장되지 못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이촌 축구장에서의 수업을 종료하게 되었다”며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지도자들과 직원들 역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쉬움과 상심에 힘들 뿐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회원 1400여명을 보유한 차범근 축구교실은 오는 10월 8일 수업을 마지막으로 운영을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이에 차범근 축구교실이 이촌 한강공원 축구교육장 사용권을 상실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1997년 당시 국유지였던 이촌 축구장에 1억2000만원을 투입해 컨테이너 등 각종 시설을 조성했다. 이후 2005년 축구장 시설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했다. 서울시는 3년마다 공개 입찰을 통해 이촌 축구교육장 사용·수익허가권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그동안은 매번 차범근 축구교실이 사용·수익허가권을 따내면서 계약을 연장해 왔다.
그런데 올해 이변이 일어났다. 차범근 축구교실보다 높은 금액으로 이촌 한강공원 축구교육장 입찰에 참가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달 5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이촌 한강공원 축구교육장 사용·수익허가 대상자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인조잔디구장으로 이뤄진 교육장 총 면적은 5283㎡이고, 이 밖에 컨테이너·화장실·그늘막·음수대 등 부대시설을 포함한다. 부지 감정가가 9699만5880원이므로 최저 입찰가도 이 금액으로 정했다.
올해 차범근 축구교실은 축구교육장에 입찰하며 감정가의 2.5배 정도 되는 2억5300만원을 써냈다. 그런데 한 치과의사가 설립한 A법인이 이보다 4000여만원 높은 3억50만원에 입찰해, 차범근 축구교실을 제치고 부지 사용·수익권을 따낸 것이다.
A법인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차범근 축구교실 관련, 저희는 이번에 새로 이촌 한강 축구교실을 운영하게 된 사업장입니다”라며 “기존 회원분들은 등록된 요일과 시간표를 알려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에 A법인이 그동안 차범근 축구교실이 확보한 고객을 가로채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차범근 축구교실 회원들과 네티즌 사이에선 “34년 역사를 이어온 축구교실이 한 순간의 입찰 실수로 사라지다니 너무 아쉽다”, “서울시가 차범근 축구교실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용권을 돌려주는 등 조치를 취해주면 안되겠느냐”는 등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A법인은 지난 22일 이미 서울시에 1년치 부지 사용료를 납부하고 본격적인 영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법인의 한강축구장 입찰 과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정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주무관은 “해당 부지는 축구교육장으로만 쓸 수 있다. 3년에 한 번씩 공개 입찰에 나서는 행정 재산이기 때문에, 앞으로 3년 뒤 새 사업자를 다시 뽑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차범근 축구교실은 이촌 한강공원 축구교육장을 대신할 새 교육장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다고 밝힌 B씨는 “직원분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용산 아이파크몰 풋살장이라고 한다”며 “다만 용산 아이파크몰 풋살장 임대료가 한강 공원에 비해 많이 비싸기 때문에 수강료가 올라가는 부분을 걱정하시더라”고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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