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 정도면 부동산 회사 아냐?'…땅·빌딩 쓸어담는 패션업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9.29 07:34

[땅집고] 최근 국내 굵직한 패션기업마다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백화점으로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조선DB


[땅집고] 최근 국내 패션업계가 토지·건물 등을 줄줄이 사들이면서 본업인 ‘의류 판매’보다 ‘부동산 투자’에 더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매입한 건물을 임대해 현금을 챙기고, 심지어 부동산 관련 회사를 인수해 직접 개발까지 나선 기업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투자 양상이 관측된다.

패션업계에서 부동산 투자 붐이 불고 있는 상황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 중 국내 패션산업이 이미 시장 포화상태에 도달해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이 옷만 팔아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투자 불패’ 시장으로 꼽히는 부동산에 뛰어들고 있다는 의견이 가장 우세하다.

■국내 패션산업 포화상태 위기감…토지·건물 사들이는 업계

최근 패션업체들이 서울 및 수도권 알짜 건물을 매입하는 데 자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단순 사옥용이 아니라 건물을 임대해 별도 수익을 벌어들이거나, 되팔아 차익을 남길 목적이 강해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땅집고] 올해 4월 골프웨어 기업 '크리스에프앤씨'가 1300억원에 매입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빌딩. /밸류맵


국내 골프웨어 1위 기업인 ‘크리스에프앤씨’는 올해 4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지하 3층~지상 7층, 연면적 9292㎡(2811평) 규모 빌딩을 1300억원에 매입했다. 건물 인수에 자산 총액의 30.49%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해 관련 업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빌딩 업계 관계자는 “토지 평당가로만 따지면 2억2000만원으로 고가 빌딩이 밀집한 논현동 일대에서도 최고 거래가 수준”이라며 “크리스에프앤씨가 사옥 확장 목적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분명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했다.

여성의류 제조업체 ‘패션플랫폼’은 올해 1월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일대 건물을 175억원에 매수한 뒤, 이를 다시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7000만원의 조건으로2037년까지 빌려주는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8억원 이상 현금을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속옷업체 BYC 역시 임대 수익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중 임대업 등 부동산 관련 수익 비중이 89.2%로, 본업인 섬유부문(10.6%)을 앞질렀을 정도다.

[땅집고] 패션업체 LF는 2018년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한 뒤 다양한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 /조선DB


아예 부동산 관련 회사를 인수해 본격 투자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해지스·닥스 등 프리미엄 의류 브랜드를 여럿 보유한 LF다. LF는 2018년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하면서 부동산 금융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399억원을 들여 임대·매각을 목적으로 경기 안양시 소재 물류센터를 재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지난해까지 LF 매출의 80%를 차지했던 패션부문이 올해 1분기 71.8%로 줄어든 대신, 부동산업이 매출의 14.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당시 LF가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할 때만 해도 업계 사람들은 전부 다 ‘패션회사가 무슨 부동산 신탁사를 가져가느냐, 참 생뚱맞다’고 했다”라며 “그런데 인수 이후 부동산 호황기를 타고 코람코자산신탁이 급성장하자 반응이 180도 바뀌었다. 덕분에 LF의 수익이 확 늘었으니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 부동산업에 뛰어든 패션업체도 등장…부동산 수익이 의류판매 수익 앞질러

[땅집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패션업체들. /이지은 기자


패션업체들이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커 보인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동안은 사옥용 부동산이 아니라면 굳이 매입할 일이 없었는데, 현재 의류시장이 포화상태다 보니 수익을 더 이상 올리기가 어려워져 다른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패션업체들이 전처럼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기업마다 건물 등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 70~80% 정도를 담보대출을 받곤 하는데, 금리가 오른 지금 같은 상황에선 섣불리 부동산을 매수했다간 오히려 대출 이자를 내느라 기업 수익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

땅집고 자문단은 “공격적 투자를 하기엔 시장상황이 매우 안 좋다”며 “패션업계 뿐 아니라 지금은 금리가 안정화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꼬마빌딩, 토지 매물은 ‘땅집고 옥션’으로 ☞이번달 땅집고 옥션 매물 확인

▶ 우리집 재산세·종부세·양도세 땅집고 앱에서 단번에 확인하기. ☞클릭!

▶ 국내 최고의 실전 건축 노하우, 빌딩 투자 강좌를 한번에 ☞땅집고M


화제의 뉴스

마지막 강남권 입성 기회…방배동 5억 로또 '래미안 원페를라' 출격
[단독]공공주택 통계 슬쩍 뺀 보도자료…국토부, 공급 급감 감추기 '급급'
1기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공모 D-1...단지별 막판 스퍼트 '치열'
서울시 모아타운 공공관리 대상지 공모에 37곳 신청...11월 발표
[이주의 분양단지]성남 '해링턴스퀘어신흥역' 등 2819가구 공급

오늘의 땅집GO

[단독] 공공주택 통계 슬쩍 뺀 보도자료…국토부, 공급 급감 감추기
마지막 강남권 입성 기회…방배동 5억 로또 '래미안 원페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