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연봉 6000만원을 버는 A씨는 지난해 4억5000만원짜리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됐다. 하지만 입주를 코앞에 두고 현재 분양권 포기를 고려 중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최고 7%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로 4억5000만원의 70% 수준인 3억1500만원을 지난해 금리 수준인 연 4%(30년 만기)로 빌린다고 가정할 때 월 이자 부담은 62만원(연간 약 754만원), 원리금은 월 15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대출금리 상단이 연 7%로 오르면 월 이자는 122만원, 원리금 상환액은 월 209만원으로 불어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804만원에서 2514만원으로 1000만원 넘게 폭증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융권에선 연말쯤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만약 금리가 8%일 경우 A씨는 월 이자로만 143만원(연 이자 1723만원), 원리금을 합쳐 연 2773만원을 주택담보대출을 갚는데 부담해야 한다. 웬만한 사회초년생 연봉에 해당하는 돈을 고스란히 빚 갚는데 써야하는 셈이다. 물론 A씨의 연봉을 고려하면 신규 대출에선 금리가 7%까지 오르면 30년 만기로 해도 어차피 시중 은행에서 돈을 꿀 수 없게 된다. 2억원 초과 대출의 경우 은행권에서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3개월 만에 7%대를 다시 넘어섰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73~7.281%로 상단 금리가 7%를 넘어섰다. 금융권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연속 3차례 단행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8%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득에 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이자 폭탄을 떠안게 되고 저소득층의 경우 주택 구입은 물론 전세 자금 마련 길도 아예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출 상환액이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영끌족들, 분양권도 ‘포기’
금융감독원은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가 되면, 연소득의 7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70% 초과 차주가 50만명이나 급증해 총 1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 당국은 DSR이 70%가 넘으면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간주한다.
전체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만 제외해도 원리금을 갚지 못하게 되는 더 취약한 대출자인 DSR 90% 초과자는 9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30만명 증가하게 된다. 이들의 부채는 254조원에서 336조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상단이 7%에 이르면서 금감원이 예측한 대로 앞으로 A씨처럼 이자부담에 내집마련 자체를 포기하는 서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무보증·AAA) 5년 만기 금리가 12년 만에 연 5%를 돌파할 정도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5년 전 연 3% 금리로 3억원의 고정금리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를 받은 경우 금융채 상승분(2.394%→5.129%)을 반영하면 연 5%대 금리가 적용된다. 원리금 상환액은 월 126만원에서 170만원대로 연간 500만원 정도의 이자가 증가한다.
그나마 기존에 대출을 받은 차주는 정부가 3.7~4%대로 이자를 맞춰주는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고정형 정책금융 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상품으로 갈아타면 앞으로 금리가 7% 이상 오르더라도 최대 4% 선에서 이자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신규로 아파트 구입이나 전세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서민들에게 비상이 걸렸단 점이다. 신규 대출의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봉이 6000만원 이하인 경우 3억1000만원 이상의 돈을 꾸는 것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 “서민들 내집·전셋집 마련 아예 막힐 수도”
전문가들은 정책금융 상품으로 갈아탈 수 없는 차주의 경우 연간 금리 상승폭이 0.75%포인트 수준으로 제한되고, 향후 금리 상승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금리 상한형 대출을 알아보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최근 시중은행에서는 이 상품에 대해 금리 상승 제한폭을 기존 연 0.75%포인트에서 최소 0.45%포인트까지 줄이고, 가입 비용 성격의 가산금리(0.15∼0.2%포인트)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출 원금을 빠르게 상환해 부채의 덩치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분간 주택시장 거래가 현재보다 더 꽁꽁 얼어붙을 수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개인별 DSR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주택 시장의 거래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금리가 저렴할 때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했거나, 현금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서민들이 신규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거나 전셋집에 거주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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