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헐값에 판 사람 신상공개"…집주인들 도 넘은 집값 방어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9.28 11:00

[땅집고] 한 세종시 주민이 "급매로 내놓더라도 가오는 지킵시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세종시닷컴 캡쳐


[땅집고] “급매로 내놓더라도 가오는 지킵시다!”, “헐값 매도한 사람 누구인가요? 본인 급하다고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게 맞다고 봅니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전국 아파트 가격이 거센 조정국면을 거치고 있다. 이에 집값이 떨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 단지마다 실거래가보다 낮은 금액에 호가 등록한 예비 매도자나, 자금난 등 개인 사정으로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한 가격에 집을 급매한 매도자들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심하게는 ‘급매로 집을 판 입주자를 색출해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

■“가오 떨어진다”, “매도자 신상공개하자”…마녀사냥 시작됐나

[땅집고] 집값 꼭지론이 확산하고 금리가 인상하면서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급매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지은 기자


세종시는 2020년 한해 통틀어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률 모두 전국 1위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180도 달라져, 매매·전세가가 최대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집값이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이 커진 데다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지난해 9월 말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 5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상황이 1년째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이에 세종시 굵직한 아파트마다 실거래가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2020년11월 최고가 11억2000만원을 찍었던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 전용 84㎡가 올 8월 6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집값이 5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고운뜰파크아파트’ 전용 74㎡는 2020년 12월 말 당시 매매 가격이 6억400만원까지 뛰었는데, 올해 7월 3억9500만원에 팔려 2년도 안 돼 2억원 이상 오른 집값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에 한 지역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급매로 내놓더라도 가오는 지킵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급매 매도자들을 저격하며 “현재 여러 악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급매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일부 매도자분들의 상황은 이해한다. 하지만, 명품 세종시의 이름에 맞지 않는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급매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땅집고] 경기 안양시 '푸른마을 인덕원대우' 아파트에서 지난해 최고가 대비 수억원 낮은 실거래 사례가 나오자, 급매 매도인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갱노노 캡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 호재로 집값이 폭등한 수도권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다. 경기 안양시 ‘푸른마을 인덕원대우’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 60㎡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9억원 최고가에 팔렸는데, 이달 15일 5억300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1년여만에 집값이 3억원 넘게 빠진 것이다.

이에 부동산 정보 사이트 ‘호갱노노’ 커뮤니티에는 “헐값 매도한 사람 누구인가요? 본인 급하다고 이런 식으로 이기적이게 인덕원대우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게 맞다고 봅니까?”라며 “매수자 신상 현수막이라도 단지 내에 걸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야 다음부터 헐값에 함부로 매수 못하죠”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도 예외는 없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84㎡가 지난 8월 말 14억8000만원에 팔리면서 올해 1월18억원 거래 대비 3억2000만원 하락하자, 입주민 커뮤니티에 “동네의 가치를 훼손하고 헐값에 팔아버린 자가 누구냐”며 매도자를 색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 집주인들 ‘집값 방어’ 고군분투에도 고금리 속 ‘급매물’ 불가피

[땅집고] 지난해 7월 한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 국토교통부 최고 실거래가를 기재한 공문이 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공인중개사들은 집주인들이 집값을 지키기 위해 여론을 조성하는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요즘 급매를 단속하려는 입주민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지난 4년여 동안 이어진 집값 상승기에는 호가를 더 높이려는 집단 행위가 이어졌다는 것.

실제로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 ‘우리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부착하고, 최고가 대비 낮은 금액에 매물 등록하지 못하도록 권고하면서 교묘한 집값 담합에 나섰던 단지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왔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도 집주인들이 집값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아파트를 매도할 계획이 없는데도 최고가 대비 비싼 가격에 매물로 등록하자는 내용의 대화가 오가는 식이다. 높은 호가가 곧 시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집주인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땅집고] 아파트를 매도할 생각이 없는데도 높은 호가에 매물 등록해두자고 의견을 나누는 집주인들. /온라인 커뮤니티


수도권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고 실거래가보다 낮은 호가에 매물을 등록하면, 해당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로부터 ‘왜 집값을 떨어뜨리려고 하느냐’는 식의 항의 전화가 쏟아지기도 했다”며 “호가가 낮은 매물을 보유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입주자 커뮤니티나 지역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집주인들 때문에 압박도 느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4년여 동안 집주인들이 집값이 급등하는 상승장을 누린 데다, 소위 ‘영끌’해서 아파트를 무리하게 매수한 사례도 많아 최근의 집값 하락 조짐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땅집고 자문단은 “적어도 올해 남은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높은 금리를 견디지 못하는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한 급매물이 시장에 더 풀릴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 아파트 단지마다 집값을 방어하려는 집주인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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