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짓고 있는 공무원 임대아파트 ‘상록스타힐스’가 반지하 아파트 논란으로 입길에 올랐다. 아파트 일부 동(棟) 지상 1~2층 저층부가 인근의 차도·인도 지표면보다 고도가 낮아 해가 가려지는 등 반지하 주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동·호수 무작위 배정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저층부를 배정받은 입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반지하 아파트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록스타힐스 단지를 직접 찾았다. 영동대로변을 따라 지어진 이 단지는 대모산이 위치한 남쪽으로 갈수록 지형이 오르막길 형태로 돼 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부지 내 남쪽에 위치한 일부 동은 지면보다 지대가 낮아 저층부가 반지하 아파트처럼 언덕에 파묻힌 모양새가 됐다.

이에 일원동 주민 최모(40대)씨는 “해도 잘 안 들어오고 비가 오면 침수가 될 것 같다”며 “이 아파트가 2년 살고 나가는 임대 아파트라 그런지 대충 지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어떨까. 상록스타힐스와 유사한 지형 조건에 들어선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지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동의 경우 10m 높이의 필로티 구조로 설계해 단차를 보완했다. 서희건설 측은 상록스타힐스가 반지하 아파트로 설계된 이유를 묻는 땅집고 질의에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11월 입주를 앞둔 ‘상록스타힐스’는 개포주공9단지 공무원 임대아파트를 헐고 새로 지은 재건축 임대 아파트다. 지하 2층~지상 25층 총 1829가구 대단지다. 전용 18㎡~전용 59㎡ 대형 평형 없이 소형 평형 위주로 구성됐다. 이 단지는 교통·교육 등 입지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까지는 도보 3분, 대청역은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대치동 학원가도 가깝다.

이 단지는 공무원 임대아파트라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공무원만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인과 세대원이 수도권에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이고, 본인 및 배우자가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분양한 아파트를 계약하거나 대상자로 선정된 적이 없으면 접수가 가능하다. 기본 임대 계약기간은 2년이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2년 연장이 가능하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지난 7월 임대주택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1829가구 중 신청자는 1099명에 그쳤다. 730가구가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전용 18㎡~39㎡ 소형 평수는 전 세대수 모집을 마감했지만, 큰 평수(46~59㎡)에서 대거 미달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달 사태 원인으로는 비싼 임대료가 꼽힌다. 전용 59㎡의 전세금이 8억8000만원에 달한다. 전용 40㎡ 전세 보증금도 6억원을 웃돈다. 인근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64㎡(24평형) 전셋가가 12억원 초반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억~4억원 가량 저렴하지만, 수요가 공무원으로 한정돼있고, 신분이 안정적인 공무원이라하더라도 9억원에 가까운 전세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소형 평형대로 구성된 일부 단지는 복도식 구조로 설계돼 전세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최근에 전세금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비싼 돈을 주고 들어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며 “아파트 설계도 과거 구축 단지를 보는 것 같아서 공무원들 사이에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연금공단은 미달난 세대수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다음달 중순쯤 받을 예정이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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