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일주일 새 3억 뛰던 이곳이…" 곡소리 퍼지는 도래울마을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2.09.26 07:51 수정 2022.09.27 09:16
[땅집고]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원흥동일스위트'. 도래울마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다. /손희문 기자


[땅집고] 지난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 창릉역 정차 확정 이후 일주일 새 3억원이 뛰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경기 고양시 원흥지구 도래울마을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고가 대비 평균 30% 정도 빠진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관련기사] 일주일 새3억 급등…10년간 잠들었던 고양 집값 폭발

원흥지구는 고양에서 서울 접근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삼송지구와 함께 조성된 대규모 택지지구다. 이케아와 롯데아울렛이 가깝고 주변에 녹지공간이 많아 주거 환경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단지 주변으로 GTX-A노선 창릉역 조성이 확정되면서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값은 단숨에 수억원씩 뛰며 ‘10억원 클럽’에 진입했다.

그러나 최근 도래울마을에서도 이른바 곡소리가 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역대급 거래절벽 등 잇단 악재로 GTX가 밀어올린 집값 상승분을 모두 토해내고 있다는 것.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작년 상반기만 해도 34평 기준 10억원 이하 매물은 씨가 말랐었다. 정확히 11월부터 시장이 식으면서 여태껏 집값이 맥을 못추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도래울 ‘원·파·호’ 2억~3억 뚝뚝…2년 전으로 복귀

도래울마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이른바 ‘원·파·호’(원흥동일스위트·도래울파크뷰·원흥호반베르디움더퍼스트)는 84㎡ 기준 실거래가가 2억~3억원씩 뚝 떨어졌다.

도내동 '원흥동일스위트' 84㎡는 1년 전 11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썼고, 올 초만해도 10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그러나 현재는 고층 매물도 9억원에 거래되며 집값이 주저앉았다. 최고가 기준으로 2억5000만원이 빠진 셈이다. 도래울마을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018년 입주한 준신축인데다 GTX-A 노선 창릉역과 가장 가까운 단지여서 시세를 견인했다는 점에서 다른 단지도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3기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와 GTX-A 창릉역 예정지. /전현희 기자


도내동 '도래울파크뷰'는 1년전 84㎡가 8억9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지만 올해 들어 집값이 맥을 못추고 있다. 같은 주택형이 이달 6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대비 2억원 넘게 빠졌다.

'원흥호반베르디움더퍼스트' 84㎡도 1년 전 9억5500만원, 올 초 10억원까지 거래됐지만 한 달 전인 올 8월에는 7억2000만원에 팔리며 고점 대비 약 3억원 하락했다. 이는 6억 후반대에서 7억 초중반을 보였던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단지에서 5년째 부모와 함께 사는 김모씨는 “부모님이 따로 이사할 계획은 없었지만 작년에 집값이 많이 올라서 좋아하셨다. 그런데 지금 확인해보니 2년 전 집값과 똑같아져 속앓이만 하고 계신다”고 했다.

[땅집고]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원흥호반베르디움더퍼스트'. /손희문 기자


■매수·매도자 신경전 속 문의는 꾸준

도래울마을 일대 중개업계에서는 지금 시장이 매수자 우위임엔 틀림없지만 집주인도 이른바 ‘패닉셀링’을 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급매물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래울마을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수억원씩 하락한 가격에 실거래가가 이뤄지면서 급급매를 노리는 문의가 종종 있다”면서 “하지만 집주인도 급매로 내놓기보다 원하는 가격을 부르고 매수자 입질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도래울마을 집값 하락을 막아줄 요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양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창릉신도시를 비롯한 도래울마을 일대는 기존 일산 거주자들의 이전 수요가 있는 곳”이라며 “창릉신도시에서 토지보상금을 받은 토지주가 도래울마을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문의가 꾸준하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 가격이 더 떨어질 위험이 크다고 분석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인덕원처럼 GTX 호재가 크게 영향을 미쳤던 곳에 비해 창릉신도시가 덜 빠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금리 인상 여파로 매매 시장 부진은 올해 하반기 내내 지속될 수 있다"면서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는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시장 흐름을 개선하고 시장 충격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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